CULTURE

빅뱅家의 남자들- 승리와의 인터뷰

2011.03.25유지성

승리가 음악을 틀었다. 태양이 빙그르 제자리를 돌았다. 탑은 눈썹을 움직이며 접힌 거울을 연다. 대성이 어깨를 펴고 고쳐 앉는다. 지드래곤이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빅뱅 다섯 남자와의 여덟 시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재킷과 조끼 돌체&가바나.

재킷과 조끼 돌체&가바나.

다크 서클이….
전 항상 피곤해 보여요. 근데 피곤해 보이는 거지, 피곤하진 않아요.

솔로 활동 좀 더 하고 싶진 않았어요? ‘어쩌라고’가 아직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니요, 특별히 길게 하고 싶진 않았어요. 성숙해진 것 같아요. 짧고 굵어서 더 좋았어요.

성숙해졌다는 건, 음악적인 부분을 말하는 거예요?
그… 음악이란 걸 처음 해봤어요. 작사, 작곡을 처음 시도해보면서 다시 한 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내가 가수였구나, 라는 생각이 딱 들더라고요. 뭐라 그래야 될까, 깊어졌어요. 그러니까, 음악이라는 것에 대해 제가 좀 더 깊어지고 무거워지지 않았나 싶어요.

롤모델은 역시나 저스틴 팀버레이크? ‘ VVIP ’ 가사에도 ‘Sexy Back’이란 구절이 나오죠.
특별히 저스틴을 좋아해서라기보다, ‘Sexy Back’이 섹시함을 되돌려놨단 의미잖아요. 제가 예전에 ‘스트롱 베이비’로 대한민국 가요계에 섹시함이란 걸 좀 갖고 오지 않았나… 라는 생각에 그런 가사를 썼죠.

이번 안무에선 허리도 막 돌렸어요.
에, 고거는 그러니까 ‘나 섹시해’라고 대놓고 보여주고 싶다기보다, 다른 남자 솔로 가수들이 갖고 있지 않은 걸 하고 싶었어요. 일부러 끈적끈적한 안무도 만들고 눈빛이나 제스처 같은 것도 좀 아슬아슬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로 좀 하려고 연구도 많이 했고요. 아! 저스틴도 물론 좋지만 ‘스트롱 베이비’ 할 때는 다니엘 크레이그를 많이 참조했어요.

다니엘 크레이그는 근육도 불끈불끈하고 굉장히 마초적인데….
그렇죠. 최신 제임스 본드잖아요. 거기서 모티브를 많이 땄어요. 그런데 이번 활동할 때는 제가 조니 뎁을 많이 참고했어요. 특유의 익살스러운 눈빛이나 표정, 걸음걸이나 말투 같은 거요. 조니 뎁 특유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좀 더 능글맞고 위트 있는 모습?
네네. 그래서 좀, 음… 너무 무겁고 지루한 일상에 지쳐 있는 여성들에게, 그런 남성의 매력이 더 잘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가 재미있는 남잘 싫어하겠어요. 재미있는데 거기다 매력까지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콘셉트를 선택했죠.

수염을 길러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구레나룻이 되게 길어요. 그래서 이게 잘 이어지고, 기르면 기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팀에서 막내다 보니까, 이 막내가 또 수염을 길러버리면 균형이 좀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지오디에선 김태우 씨도 막내였는데.
네. 그런데 김태우 씨는 예외인 것 같고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까지 팀에서는 그냥 귀여운 막내이고 싶어요. 그래서 수염을 길러서 나, 성숙해졌어, 남자야, 이런 걸 어필하기보다는, 그냥 제 내면을 조금 조금씩 보여드리면서 ‘아, 쟤가 이제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졌구나’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무대에서 보던 것보다 키도, 몸도 좀 더 큰 것 같아요. 마냥 소년 같진 않아요. 혹시 깔창….
하하. 더 크다는 말 꼭 강조해서 써주세요. 깔창은, 에…, 요새 남자들의 필수품이라고 다들 말씀하시고, 저도 물론 그걸 자주 쓰는 건 사실인데, 전 ‘쿨’하게 말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저 같은 경우는, 이, 춤을 췄던 사람이기 때문에, 십 년 전부터 춤을 춰왔기 때문에 뒤꿈치가 살짝 들려 있어야 뭔가 몸의 균형이 잘 맞는다는 그런 느낌을 받거든요. 춤도 좀 더 잘 나오는 것 같고요. 물론 다리가 좀 더 길어 보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솔로 앨범에 대해서는 만족해요?
한 80퍼센트 만족하죠. 저한테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퍼포먼스적인 부분을 잘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곡이나 노래보다는 퍼포먼스에 대한 아쉬움이 큰가요?
네. 너무 큽니다.

무대에 오르면 굉장히 빡빡하게 움직이죠. 꽉 짜인 안무와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한 칼 같은 동작이 보여요.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요?
시간이 좀 부족했어요. 조금만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 무대를 정말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또 노래를 만들고 앨범 작업을 하는 데 아이디어를 다 써버려서, 머리를 굴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어요. 메모리가. 되게 아쉬워요.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고거는요, 우리 멤버들 때문이에요. 저를 가장 오랫동안 본 제 지인들이잖아요. 그러니까 남들한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형들한테는 보이거든요. 저의 부족한 점이 하나가 아니라 열 개가 보이는 거죠. 그것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게 제가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 얜 뭔 말을 하면 다 되는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승리는 말하면 다 고치고 다 해내는구나….’

완벽한 승리라….
완벽해졌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거죠. 게이지를 쭉 채웠다가 100을 딱 때리면요, 그 다음부터는 자유로워요. 흠 잡을 데 없는 승리를 한 번 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제가 뭘 하든 그냥 완벽한 승리가 되는 거예요. 누가 정말 정말 착한 짓을 한 번 했어요. 그 사람은 다음에 실수를 해도 “아, 저 사람, 그런 사람 아니야. 착한 사람이야. 옛날에 그거 몰라?”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완벽한 걸 한번 딱 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프리’한 거예요.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그 100을 때리기 위해서 죽을 각오로 하는 거죠.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홍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