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빅뱅의 남자들 – 태양

2011.04.01GQ

태양이 빙그르 제자리를 돌았다. 탑은 눈썹을 움직이며 접힌 거울을 연다. 대성이 어깨를 펴고 고쳐 앉는다. 지드래곤이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빅뱅과의 여덟 시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다.

조끼 존 갈리아노, 시계 IWC. 여자 모델의 팔찌는 스와로브스키.

조끼 존 갈리아노, 시계 IWC. 여자 모델의 팔찌는 스와로브스키.

태양에 대한 글을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단어가 진심과 정직이에요. 제가 많이 얘기하기도 했고요.

그게 생활의 모든 걸 지배하고 있어요?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그냥 사람이 태어났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쉽게 바뀌지 않는 그런 것들이 있잖아요? 막 열심히 그러려고 한다기보다 그냥, 그게 저인 것 같아요.

성격을 바꾸고 싶었던 적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고민할 시간에 일단 하고 싶은 대로 하죠. 그 결과물이 더 좋을 때가 많고. 맞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번 솔로 활동이 끝나고 나서 그랬어요. 얼마 안 됐어요. 바꾸고 싶었다기보단, 또 제가 뭔가 바꾸고 싶었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어느 정도, 조금은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내가 뭔가 바뀌어야 돼’라는 느낌보다 ‘아, 이제는 내가 어떤 시도를 했을 때 이것만큼은 자신 있겠다’는 느낌? 여유나 자신이 붙은 것 같아요.

일보 전진?  네. 그래서 그 시간들이 되게 소중하게 다가와요. 딱히 이번 솔로 활동이었다기보다, 혼자 안 좋은 상황에서 되게 힘들었던 시간들이 ‘한 보 전진’으로 됐을 때 ‘아…’ 하게 돼요. 뭐든 그냥 하자 마음먹고 편하게 할 수 있는 문제를 굉장히 오래 고민하는 편인데, 이제 조금은…. 제가 좀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무대에 선 태양을 보면 두 가지 느낌이 있어요. 저 정도는 해야 한다 혹은 너무 열심히 한다, 열심을 넘어 결사적이다. 무대를 보는 쾌감은 있지만 같이 놀 순 없어 보여요. 부담도 좀 작용하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거랑 똑 같은 게, 저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러니까 뭘 하더라도 열심히 해야 된다는 그 생각들이 너무 저를 지배했어요. 좀 과하게.

스스로 과하다고 느껴요? 몰랐거든요? 그런데 지금 제가 그때 모습을 보면 느껴요. 과한 게 느껴져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맘에 들지 않는 것들, 썩 내키지 않는 것들은 그렇게 열심히 못할 것 같아요.

포기를 배운 건가요? 맞아요. 그걸 알았어요. 사실 제가 솔로 앨범 끝내고 나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아, 다음 앨범 낼 때까지 시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다. 왜냐하면 솔로 앨범 낼 때 시간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

솔로는 낼 때마다 그랬죠? 다 만들어놓은 앨범 반 이상을 뒤집기도 하고. 그건 제가 여러 가지를,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하고 있다는 뜻이었어요. 한때는 ‘앞으로는 진짜 더 오래 걸리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에요. 지금 하는 거 보면 그래요. 음악적으로도 훨씬 더 잘되고.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도 안 들어요. 다음 앨범에는 예전 같은 그런 느낌들이 많이 없어질 것 같아요. 느끼는 부담도 적을 것 같고.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면, 지디&탑의 무대는 정말 신나서 놀고 있는 느낌이에요. 거의 종일 같이 있을 텐데, 어떤 영향을 주고받아요? 모든 것에서 영향을 많이 받아요. 일단은 같이 생활을 하니까요. 음악적인 얘기도 제일 많이 나누는 친구들이에요. 특히나 지용이랑. 워낙 성향이 다르다 보니까 서로 배울 수 있는 걸 굉장히 많이 주고받을 수 있어요. 또 내 성격으로 하기 힘든 것들…. 물론 같은 일을 하지만, 지용이는 굉장히 뭔가 쉽게 해버리고 그런 것에서 아, 저거는 내가 배우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인 거죠.

생각이 그렇게 많으면, 어떤 감정에도 집착하게 되죠?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고, 결국엔 그게 뭔지 알아내는데, 그걸 다 알아내는 동안 연애는 놓치지 않나요? 다 타이밍이 있는 건데. 그래서 제가 못하잖아요.

‘더 많은 유혹을 경험하고 만나자’ 했던 게 2년 전인가요? 못해요. 못할 것 같아요.

왜요? 단정 짓기는 싫은데, 약간 사람을 관찰하는 그런 게 생기다 보니 어떤 사람을 한 두 시간 만나도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구나’ 그런 식으로 분석하게 되고. 사실 관계라는 게 안 좋은 게 있고 좋은 게 있잖아요. 안 좋은 걸 보기 싫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고 노력을 해요. 그러다 보니 깊은 관계를 맺기도, 더군다나 연인 관계까지 가기도 힘들죠. 이제 싫은 사람은 저도 모르게 피하게 돼요. 괜히 만나서 마음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최근 인터뷰에선 이상형에 대해 얘기했던데요? 서구적인 여자가 좋다고.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기자분들이 이상형 물어보면 딱 정확하게 말씀드릴 게 없어요. 정말 누구를 되게 깊이 좋아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막 진짜 외모가 이상형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매번 달랐기 때문에. 끌리는 데는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그냥 순간이죠? 그렇죠. 순간과 상황이죠. 그래서 저는 이상형을 얘기하는 것이 굉장히 힘든데, 그래서 공식적인 그런 인터뷰에서 항상 말하는 게 있어요. 뭐 기본적으로 날 이해해주고…. 뻔한 얘기들 있잖아요? 내가 배울 것이 많고… 그런 게 좋겠다. 그럼 그 기자분들이 ‘비주얼’적인 걸 물어봐요.

정확히 누구 같은 여자냐고? 그거 많이 물어보세요, “연예인 중에 누구냐?” 전 진짜로 없거든요. 한 가지 사실인 건, 어렸을 때부터 외국 영화를 보면…, 그건 좋아하는 마음하고 다른데, 해외를 갈 때도 서구적인 여성분을 보면 아, 참 예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그걸 그렇게 얘기했는데.

얼굴이 서구적인? 아니면 몸? 느낌인 것 같아요.

외향이라기보단 그들의 어떤 에너지 아닐까요? 그거예요.

지금 태양한테 가장 자극적인 건 뭐예요? 참 재미없는 대답일지 모르겠는데요, 저는 스튜디오에 있을 때가 가장 자극적이에요. 제가 작업하려고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냥 거기 있는 이유가, 형들 작업하는 걸 보면 거기서 자극을 받아서 제 음악도 만들거든요. 최근에 테디 형 방에서 기타 세션 한 분이 연주를 하시는데 눈이 번쩍 뜨이더라고요. 그 기타 소리를 듣고 아, 꼭 이런 곡을 만들어봐야지, 생각했고, 그래서 지금 기타를 사용하는 곡을 하나 쓰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 식이에요.

풍성한 대답이네요. 하지만 스튜디오는 빼고 생각해봐요. 그렇게 얘기하면, 저는 어린 애들을 보면 그런 걸 느껴요.

십 대? 네, 십 대 애들. 물들지 않은 애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홍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