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태양에게 – 2

2014.06.27장우철

태양이 새 앨범 <RISE>를 냈다. 타이틀곡 ‘눈, 코, 입’은 국내 음원 차트에서 오래오래 1위를 지키는 것은 물론, 해외 아이튠스 차트에서도 성적이 좋다. 일본에서는 곧 여러 도시를 도는 투어 콘서트가 이어진다. 솔로 활동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성공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일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다. 그런데 태양은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이 별로 없어요. 될 수 있으면 이번엔 인터뷰도 안 하고 싶었어요.”

니트 후디는 루시앙 펠라 피네.

니트 후디는 루시앙 펠라 피네.

앨범은 그렇게 후반부로 넘어가죠. ‘이게 아닌데’라는 노래는 이 앨범에서 가장 뜻밖의 노래이자,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듣는 노래예요. 저한테도 뜻밖인 노래예요. 우연히 들어보고 좋다는 생각은 했는데, 이걸 제가 부른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사장님이, 이건 네가 불러야 신선할 것 같다고 하셔서, 한번 해볼게요, 했던 노래.

이제까지와의 장르 차이도 차이지만, 발음을 매만지는 법이나, 감정을 끌고 가는 호흡이나, 과연 신선하게도 들려요. 부르는 입장에서 얘기하자면요? 낯설었어요. 리듬이 없으니까 순전히 감정으로 끝까지 가야 하니까요. 처음엔 헤맸어요. 제 식대로 막 불러보기도 했다가, 우는 것처럼도 불러보기도 했다가, 그런데 감정이라는 건 정말 미묘한 거잖아요. 다섯 번쯤 불렀을 때, 어떤 접점을 찾은 것 같았어요.

특히 발음을 재밌게 들었어요. ‘어’ 발음을 ‘으’와 ‘어’ 중간쯤으로 살짝 끌면서 하는, 서울 경기권 사투리를 구사하죠. 그게, 처음에 제 식대로 불렀다고 했잖아요. 근데 너무 심하게 불렀나 봐요. 들은 사람들이 무슨 사투리를 그렇게 심하게 쓰냐고 하는 거예요. 그런 말 처음 들어봤어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 거거든요. 의도해서 부른 게 아니거든요. 일부러 그렇게 하면 어색하잖아요. 녹음하고 나서야 알았어요. 내가 왜 발음을 이렇게 했지?

의정부 출신 가수가 들려줄 수 있는 흥미로운 얘기네요. (웃음) 발음은 정말 중요하잖아요. 항상 또박또박 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표현한 것들이 머리로 이해되는 느낌이랄지…. ‘이게 아닌데’는 여러 의미에서 제게도 뜻밖인 노래예요.

말하자면 ‘이게 아닌데’는, 태양의 노래로는 처음으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혼자 듣고 싶은 노래가 됐어요. 그건 태양이라는 가수에게 제법 의미 있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저도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이렇게 얘길 들으면 참, 어쩔 수 없나 보다, 기분이 좋아요.

아까 피처링 얘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버리고’는 바로 조용필이 생각납니다. 그 노래 멜로디를 처음 듣던 순간이 생각나요.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들었는데, 참 좋게 들렸어요. 조용필 선배님 노래가 생각난다는 건 녹음을 하고서야 알았어요. 어, 정말 그러네. 모티브로 삼았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거든요. 나중에 편곡을 좀 바꿀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저만 그런 의견을 내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마지막 트랙 ‘Love You to Death’가 나오죠. 앨범 발매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말했죠. 그리고 앨범에 간신히 들어간 노래라고 말했고요. 그 부분을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하고 싶었던 노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라서 넣은 건지, 아니면 이번 앨범과 그나마 어울리는 곡이라서 들어간 건지. 정말 좋아한 곡이라는 건 맞는데, 사실 그 작곡가와 했던 작업 중에 제가 더 좋아하는 곡도 있어요. ‘Love You to Death’를 넣은 건 지금 앨범과 가장 어울려서예요. 무엇보다 가사를 좋아해요. 격정적이잖아요. 한 여자를 위해서 죽겠다는 거잖아요. 사운드도 남자답고요.

셔츠는 Z 제냐.

셔츠는 Z 제냐.

집업 후디는 미하라 야스히로.

집업 후디는 미하라 야스히로.

태양은 격정적이에요? 네.

사랑을 해보니 그렇던가요? 그런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확실히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런 저를 좀 알게 되니까, 이제 너무 빠지지 않도록 미리 컨트롤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생각처럼 된다면, 세상의 수많은 사랑 노래가 왜 있겠어요. 맞아요. 저도 모르게 좀 격정적으로….

한번은 아이튠스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Love You to Death’가 끝나고 우연히 더 위크엔드의 ‘Wicked Games’가 잇달아 나온 적이 있어요. 당황스러울 만큼 좋았어요. 다 끝난 영화가 새롭게, 그리고 이상하게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뭔가, 저도 이번 앨범을 다른 식으로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어요.

말을 아끼는군요. 아시잖아요. 앨범도 나와야 나오는 거고, 공연도 해야 공연이고(웃음).

일본에서 투어를 하죠? 제가 원했어요. 어쨌든 앨범을 내는 건 공연을 하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가장 커요. 앨범을 냈으니 흐름을 이어가야죠. 일본에서 투어를 하다 보면 좀 더 농익은 채로 한국에서도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태양의 다음은 뭐라고요? 다음이 어떨 거라는 얘기는 어려워요. 이번 앨범을 통해서든, 무대 하나 하나를 통해서든 어떤 오해라면 오해를 풀면서, 저라는 가수의 진짜 모습과 만나가는 과정이었으면 하는 거죠. 어쩌면 이번 앨범을 통해서 다양한 모습을 저 스스로에게서 찾았다는 생각을 해요. 자신감이라면 자신감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제가 만든 이미지겠지만, 그것으로만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사로잡혀 음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제게로 오는 모든 시간과 기회들을 다 맞닥뜨리려고요. 어떤 모습이 될지, 어떤 반응을 얻을지 모르더라도, 계속, 끝까지 해야 하는 거라고 봐요. 스스로 싸우든, 여행을 떠나든, 궁극적으로 저라는 가수의 성향이나 색깔은 점점 강해질 거고, 어떤 곡이든 저 자신을 투영하면서 결국 음악으로 설득하고 싶어요.

누구보다 나에게, 나 스스로에게 노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맞아요.

너에게 들려준다기보다는. 그쵸.

태양은 태양 마음에 드는 가수인가요? 솔직히 말씀 드리면 예전에, 예를 들어 ‘Where You At’ 같은 노래를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만족감이 굉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수로서 그때 내 모습이 마음에 드냐 묻는다면 고민이 돼요. 지금 그 질문을 받는다면, 태양이라는 가수가 제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앞으로 더 마음에 들 것 같고요.

‘파이팅’이라도 외칠까 봐요. (웃음) 스스로 저라는 가수를 보기 전에, 제가 정말 가수답다고 느끼는 가수들을 대하면서 공부하잖아요. 조용필 선배님도 그렇고, 이번에 김추자 선배님의 앨범을 들어봐도 그렇고,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더 이해하게 되고, 닮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저게 멋진 거니까 나도 무조건 저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저 그런 모습들을 저에게서 찾고 발견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그것만 봐도 저는 제 마음에 드는 가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김추자의 새 앨범은 태양과 같은 날 나왔죠. 듣는 사람 입장에서 퍽 재미있는 우연이었어요. 저는 김추자 선배님을 몰랐지만,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수가 있구나, 가수가 자기가 부르고 싶은 대로 노래를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그게 왜 중요하고 또한 어려운지 느꼈어요. 결국 제 꿈은 단 한 가지도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음악을, 무대를 하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당연히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두려워하지 않는 게 얼마나 멋있는지. 가수는 무조건 멋있으면 되잖아요. 가만 보면 그렇게 부딪히는 아티스트들은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아요.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눈높이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요.

앞으로 앞으로, 제 갈 길을 가는 거죠. 그 길을 개척한 사람들, 더구나 동시대를 사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건 행운이고 축복이죠. 맞아요.

아까는 할 말이 없다고 하지 않았어요? 할 말은 없어요.

정원과 인테리어 얘기 할까요? 요즘 푹 빠졌다면서요. 네, 정원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가요. 그러면서 여러 가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고 싶은 식탁이 하나 있는데, 새 걸로는 엄두가 안 났거든요. 근데 빈티지로 구입하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인터넷을 막 뒤지는 중이에요.

여기 분재가 있네요. 이게 벚나무예요. 올봄에 이상하게 벚꽃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거리에 막 꽃잎이 날리면서 지는데, 일 년에 한 번 피고 이렇게 아름답게 사라지는구나. 예전엔 그렇게 느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이 분재를 샀어요. 그리고 이사 가는 집 정원에도 벚나무를 심기로 했어요.

    에디터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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