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바로의 얼굴, 선우의 말

2017.02.27장우철

누군가의 어린 시절 같은 얼굴, 언젠가 본 것 같은 표정, 어쩌면 내가 했을지도 모르는 말. 바로를 보면 그런 인상이 생겼다. B1A4 콘서트를 끝낸 다음 날, 소파가 꺼질 듯이 주저앉은 그는 “아까 저를 선우라고 부르셨죠. 듣기 좋았어요”라며 눈부터 웃었다.

러플이 달린 셔츠는 김서룡, 분홍색 스카프는 에디터의 것.

어제 콘서트가 끝났죠? 끝난 기분이 제대로 났어요. 다른 때 같으면 좀 아쉽기도 했을 텐데. 뿌듯했어요.

여느 아이돌 공연에 비하면 다소 소규모였어요. 예전에도 이런 규모로 공연을 해봤거든요. 그때 기억을 잊지 못해서 이렇게 한 거예요. 객석의 표정을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이거는 완전히 늪이에요, 늪.

그렇게까지요?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제 엔딩 멘트할 때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 무대 위에 있고 싶다고 말해버렸어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저는 뭔가를 한번 좋아하게 되면 끝장을 보고 싶어 하는 성격이에요. 이런 거도 (빨대를 꽂은 요구르트) 하나로 만족 못하고 두 개 먹고 세 개 먹어야 하는 성격이에요.

설렁설렁 넘어가기보다 철저하게 만족을 원하는 성격일 거라고 추측했어요. 맞아요. 그래서 멤버들과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해요. 너무 강박관념 갖지 않고 즐기면서 꾸준히 하고 싶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다시 뭔가 제대로 한번 해보자! 이렇게 되겠죠? 맞아요. 멤버 중 A형이 네 명이라서 그런지. 저는 B형이고요. 제 속마음은 막 빌보드 차트나 미국 무대로 달려가기도 하는데, 멤버들끼리 얘기할 때는 그런 말을 자제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지금처럼 꾸준히 오랫동안 아프지만 말고 열심히 하자, 이러죠. 연습생 시절에도 저만 좀 달랐어요. 이거 왜 굳이 이렇게 해야 해? 그래서 트러블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대화로 잘 풀었어요. 싸운 적은 정말 없어요.

싸우면 싸우는 거죠 뭐. 근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얼굴이 알던 사람 같아요. 엄마도 그런 말씀을 하세요. 너는 약간 촌스러운 게 어울린다고. 시대물 같은 게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듣고요.

민소매 톱은 오디너리 피플, 통 넓은 바지는 살바토레 페라가모, 신발은 디올 옴므.

내 얼굴은 어떻다, 그런 게 있어요? 평범한 거 같아요. 막 조각같이 잘생긴 건 아니죠.

어렸을 때 거울 보면서 내가 이 얼굴로 뭐가 돼도 되겠지, 이런 생각은. 아유, 진짜 안 해봤어요. 그냥 배우를 하고 싶긴 했어요. 제 매력을 알아서가 아니라 그냥 연기를 하는 게 좋아서요. 음악은 취미로 하고 싶었고, 저는 연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엄마가 연극영화과에 가려면 내신이 좋아야 한다고 하셔서 한동안 공부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웃음)

그러다가 소속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죠? 1 때 서울로 올라왔는데, 친구가 진짜 잘생겼었어요. 싸이월드 투데이남 이런 거 되고 그랬는데, 걔가 지금 저희 회사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이사님이 그 친구 미니홈피에서 제 사진을 보고 이렇게 연결된 거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아무 것도 모르고 덜컥 시작한 거죠.

스스로 믿는 구석이라면요? 전혀요. 저도 좀 신기해요. 지금의 저라면 이것저것 재보고 어디어디  많이 물어도 보고 그랬을 텐데, 그냥 이게 기회인가 보다 했어요. 시키는 대로 하고 연습하고, 레슨 받고, 재미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라 할 만큼 길었나요? 지금 스물여섯인데 그땐 열일곱 살이었으니까요. 정말 옛날 같아요. 되게 지하에 있던 연습실이 생각나요.

되게 지하라는 말은 뭐예요? (웃음) 반지하도 아니고 더 지하요. 계단으로 막 저기까지 내려가야 해요. 거기가 사당역 쪽이었는데 딸린 화장실이 없어서 파스텔시티라는 되게 큰 건물 화장실을 이용했어요. 한번은 거기를 다녀오는데 비가 엄청 왔어요. 우산도 없는데. 그래서 건물 앞에 우산 넣으라고 놓는 긴 비닐을 두 팔에 끼고 달렸어요.

유쾌한 프린트가 있는 티셔츠는 PLYS, 회색 후드톱은 노앙.

네? 그게 무슨 행동이죠?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긴데, 팔이라도 비를 맞기 싫었나 봐요. 그걸 팔에 끼우고 막 달렸어요. 참 별의별 일을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인생의 그래프가 있다면 지금 어디쯤일까요? 열심히 해서 데뷔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꿈을 이뤘는데, 지금은 인기가 조금 떨어지긴 했죠. 다시 또 치고 올라가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매일매일 그런 리듬을 느껴요? 네, 느껴져요. 저희는 사람들이 원하는 일을 늘 바깥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감정이나 생각이나 경험을 쌓을 시간도 필요하기는 한데, 결국엔 좋아서 즐기느냐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느냐 그 차이인 거 같아요. 다행히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은 없어요. 휴식이 필요하다거나,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그런 적 없어요. 다행인 거 같아요.

결국 자신감이겠죠. 좀 웃긴 말인데 저는 저를 좀 믿는 편이에요. 누구보다 제가 저를 잘 알기 때문에 그거 하나만으로 모든 게 가능한 거 같아요.

스스로 약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군대도 가야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 그런 생각이 저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 어떡하지?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생각하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즐기면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을 거다. 가족들도 그렇고요. 제가 장남이다 보니까.

조금 무거워졌네요. 아까 촬영하면서 보니까 왼쪽 얼굴이 더 잘생겼던데. 아, 그죠. 저는 확실히 왼쪽이죠. 그건 알고 있죠.

또 뭘 알고 있죠? 제 입으로 말하기는 부끄러워서.

해봐요. 팬들은 눈을 좋아해요. 저도 제 눈을 좀….

바다색 재킷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알라스데어 맥렐란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그 말하는 데 얼굴이 빨개지는 거예요? 그냥 기자님이 생각하는 매력을 말해주시면 안 되나요? 차마 제 입으로 못하겠어요.

눈이 이렇게 아래로 처졌죠. 맞아요, 눈꼬리가 이렇게 처졌어요. 불쌍해 보이죠, 약간? 그리고 이건 엄마가 해주신 말씀인데 눈이 이야기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쳐다봤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 같다고.

직접 보니 확실히 그렇긴 해요. 아까는 갑자기 눈물 흘리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해보자고 했는데, 바로 했죠. 최근에 울어본 적 있어요? 어제 엄청 울었죠.

그랬어요? 엄청 울었어요. 콘서트 마지막날이 되니까 크게 와 닿더라고요. 멤버들이랑 처음엔 다 같이 숙소 생활했는데 지금은 다 따로 살거든요. 맨날 보기는 하는데, 그래도 표현 못하는 게 있으니까 편지를 썼어요. 멤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랑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랑 써놨는데 읽다가 갑자기 탁 뭉클하더라고요.

B1A4의 바로, 혹은 차선우라는 스물여섯 살 남자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새해 딱 되고 나서 조금 딜레마에 빠진 것 같았어요. 작년엔 새해를 맞을 때 되게 기뻤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걱정이 더 많더라고요. 아,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속 열심히 하면 뭐가 오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일하기 싫었어요. 열심히 하면 좋겠지, 득되는 게 있겠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니까. 그렇긴 해도 진짜 미묘하더라고요. 며칠 내내 혼자 생각했어요. 이러다 군대 가겠지, 갔다 오면 또 하겠지, 그러다 나이 들겠지. 나는 뭐 하는 걸까? 목표는 있는데 그걸 이루려고 열심히 하나? 아닌 것도 같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거예요. 연초라 그랬는지, 좀 지나고 나서는 왜 그런 생각을 했지? 행복하고 재밌는데, 이러고 있어요. 여행하고 싶어요.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직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 없어요.

“정우성 선배님이나 이병헌 선배님이나, 그런 얼굴을 좋아하는데 저는 그렇게 안 생겨서 아쉽긴 해요.”

펑퍼짐한 후드 톱은 노앙.

여행다운 여행이라면 혼자 그냥 어딘가로 던져지는 거 말인가요? 네, 그게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찾아나서는 거요. 스페인에 가고 싶어요.

거기에서 뭘 찾고 싶죠? 우선은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바르셀로나 광팬인데 꼭 직접 봐야겠어서.

근데 바로라는 이름은 누가 지은 거예요? 멤버들이 지어줬어요. 좀 똑바로 살라고. 얼떨결에 지었어요.

지금은 그 이름이 어때요? 익숙하니까 그냥 좋아요.

그럼 선우라는 이름은요? 본명 불러주는 걸 되게 좋아해요. 본명을 불러주면 좀 더 뭐라 그래야 하지? 그 사람한테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해야 하나? 바로든 차선우든 앞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게요.

다양하지 않아도 돼요. 네, 근데 제가 좀 하고 싶은 일이라서요. 아, 배고프다.

지금 요구르트를 네 개째 먹고 있어요. 아, 그랬네요. 더 먹을 수 있어요.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곽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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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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