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 Q30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출중한 달리기 성능으로 똘똘 뭉쳤다. 30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는 1989년 출범했다.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북미 시장 안착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넓혔다. 그 중심엔 디자인이 있었다. 인피니티의 디자인 총괄이었던 시로 나카무라의 지휘 아래 또렷한 개성을 갖춰 나갔다.
국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특히 젊은 층이 호감을 가질 만했다. 거의 모든 모델이 200마력이 넘어 매콤하게 달리는 법을 알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는 비슷한 가격대 유럽차에선 찾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그런 인피니티가 Q30을 내놨다. 해치백이 아닌 것이 SUV도 아니고, 세단은 더더욱 아니다. 말만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진짜배기 크로스오버의 등장이다.
언뜻 보면 버섯 먹기 전 슈퍼마리오처럼 잔뜩 움츠리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키가 껑충하다. 같은 브랜드의 세단 Q50보다 25밀리미터 높아 SUV의 피가 흐름을 증명한다. 반면 옆모습은 해치백의 실루엣이다. 서핑을 해도 될 만큼 휘몰아치는 캐릭터 라인은 인피니티의 전매특허. 게다가 C필러에 이르러 곡선으로 휘날린 크롬 장식 덕분에 그린하우스가 날렵하다.
인테리어는 이 차가 태어난 이유를 명확히 말한다. 외모는 심각하지 않아도, 인테리어엔 누구보다 운전자를 진지하게 맞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넘친다. 알칸타라를 두른 헤드레스트 일체형 세미 버킷시트는 기분 좋게 허리를 감싼다. 도어트림과 대시보드도 알칸타라로 덮어 차 안은 깊이 있는 먹빛 세상이다. 건장한 성인이 장시간 타기엔 2열 공간이 조금 좁지만, 차급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Q30의 보닛 아래엔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숨었다.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앞바퀴를 굴린다. 큰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힘이다. 댐퍼 스트로크가 짧아 시트까지 기분 좋은 충격이 전해진다. 안락한 승차감보다는 스포티한 승차감을 지향한 세팅이다. 7단 듀얼클러치의 변속 속도도 만족스럽다. 패들시프트를 당겨가며 코너를 극복하는 재미에 감칠맛을 더한다. 드라이빙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엔진은 더욱 세차게 뛰며 Q30을 채근한다. 이런 차에 앉아 오른발의 휴무를 허락한다는 건 아직 뜨거워지는 법을 잊지 않는 30대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Q30이 처음 나왔을 때 메르세데스-벤츠와 비슷한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맞는 말이다. 헬로키티의 주먹만 한 기어노브는 A45에서 가져왔다. 출생지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전륜구동 모듈화 플랫폼 MFA이며, 엔진도 벤츠의 그것이다. 하지만 부품 공유는 현대 자동차 산업에서 이미 흔한 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부품을 썼다는 것 만만치 않게 어떻게 세팅했느냐도 중요하다. 인피니티는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예쁜 밥상을 차려냈다. 그것도 크로스오버라는 장르에서. 명료한 개성, 세찬 뜀박질, 기품 있는 인테리어는 이 나라 30대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크기― L4425 × W1805 × H1475mm
휠베이스 ― 2700mm
무게 ― 1535kg
엔진형식 ―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배기량 ― 1991cc
변속기 ― 7단 자동(DCT)
서스펜션 ― (앞)맥퍼슨 스트럿, (뒤)멀티링크
타이어 ― 모두 235/45 R 19
구동방식 ― FF
최고출력 ― 211마력
최대토크 ― 35.7kg·m
복합연비 ― 11.1km/l
CO2 배출량 ― 154g/km
가격― 3천8백40만원~4천3백90만원
- 에디터
- 이재현
- 사진
- 인피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