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이후의 SNS

2018.05.28GQ

개인 정보 데이터를 가로채는 페이스북, 온라인 쇼핑몰이 된 인스타그램, 부모 세대를 끌어들여 10대의 아지트를 뺏은 스냅챗에 실망한 나머지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SNS들.

1. 광고 없는 SNS, 베로 시도 때도 없이 끼어드는 광고가 성가신가? 그렇다면 베로(Vero)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등 영미권 앱스토어 순위 1위를 차치하며 주목을 받았던 소셜 미디어 베로엔 광고가 없다. 현재 앱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지만, 앞으로 광고비 대신 사용자들에게 1년에 5달러 정도의 구독료를 받으며 플랫폼을 운영하는 게 목표다. 광고는 물론 광고주 또한 없으므로 사용자의 정보를 임의로 수집하지도 않고, 제 3자에게 팔지도 않는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처럼 광고비가 비싼 글이나 유명인의 글만 우선 순으로 노출하는 알고리즘도 없다. 친구들의 글과 사진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고 친구들과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초기의 소셜 미디어가 그리웠던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또 다른 장점은 내가 올린 사진 외에도 음악, 영화, 책, 장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책의 제목을 검색해 올리면 목차와 줄거리가 자동으로 추가되는 식이다. 베로가 페이스북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긋지긋한 광고에 지친 이들의 숫자를 가시화했고, 소셜 미디어의 본질을 돌아봤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2. ‘좋아요’ 경쟁 없는 SNS, 브스코 브스코(VSCO)는 원래 ‘죽은 사진도 살려내는’ 사진 보정 앱으로 유명하다. 인스타그램에 #vsco 태그를 단 사진이 약 1억6천만 개일 만큼 인기를 끌었는데 인스타그램의 인수 제의를 거절하곤 스스로 소셜 미디어가 됐다. 인스타그램과 마찬가지로 아이디를 만들어 자신의 갤러리에 사진을 올릴 수 있지만 일기는 저널(Journal)에 따로 쓴다. 마음에 드는 계정을 팔로우할 수 있지만 다시 보고 싶은 사진은 공유 대신 즐겨찾기에 넣어놓고 언제든 꺼내본다. ‘좋아요’, ‘공유’ 등 사용자의 평판과 관련된 기능을 없애버렸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댓글’ 기능도 애초에 만들지 않았다. 소통은 쪽지로 한다. 사용자끼리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거다. 창업자인 조엘 플로리는 점수를 따기 위한 게임처럼 소셜 미디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더 많은 ‘좋아요’와 ‘팔로워’를 위해서 가짜 삶을 연출하지 마세요. 오로지 사진을 통해 영감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최근엔 비디오 기능을 추가했다. 앱 내에서 ‘브스코 X’라는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면 브스코 특유의 필름으로 찍은 듯한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3. 글 쓰고 돈 버는 SNS, 스팀잇 스팀잇(Steemit)은 가장 새로운 개념의 소셜 미디어다. 언뜻 보기엔 블로그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자들이 글을 쓰면서 돈을 벌고 글을 평가하면서 돈을 번다는 게 다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 블록체인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가상화폐를 통해 참여자들이 즉시 수익을 나눠 갖는다. 글쓴이가 페이스북의 ‘좋아요’에 해당하는 ‘업보팅’을 받으면 이에 비례해 가상화폐가 쌓이고 그 중 75%을 받는다. 나머지 25%는 업보팅한 사람들이 나눠 갖는다. 가상화폐는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콘텐츠는 사용자가 올리는데 돈은 플랫폼이 버는 기존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생겨났다. 단점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데이터가 분산 저장되기 때문에 작성한 글이나 댓글의 수정 및 삭제가 일주일 후에는 불가능하다는 것. 모든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해 과도하게 큰 권한을 갖게 된 페이스북과 반대로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블록체인의 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들이 알아서 좋은 콘텐츠를 가려내는 신뢰 네트워크를 꿈꾼다. 최근엔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동영상 채널, 디튜브(D.tube)도 등장했다.

 

4. 동영상 전용 SNS, 틱톡 틱톡(Tik Tok)은 수많은 인플루언서를 탄생시키고 서비스를 종료한 비운의 플랫폼 바인(Vine)과 지난해 미국 청소년들에게 스냅챗의 다음 타자로 인기를 끌었던 뮤직컬리(Musical.ly)의 뒤를 잇는다. 한마디로 15초짜리 짧은 비디오를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다. 직접 동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고 다른 사용자들의 비디오도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뉴스 플랫폼 진르터우탸오의 모회사인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지난해 말 뮤지컬리를 1조 원에 인수해 틱톡과 통합한 뒤, 전에 등장했던 것보다 더욱 다양한 애니메이션, 음악 테마, 스티커 등 부가 기능을 갖췄다. 현재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10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주목 받고 싶고,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심리를 저격한 것.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클릭하면 15초짜리 동영상의 바다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 이 앱만 켜면 집 방구석도 내가 주인공인 무대가 된다. 어른들의 눈을 피해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미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SNS다.

 

5. 동물 전용 SNS, 펫츠비 펫츠비(Petzbe)는 애견인, 애묘인을 위한 맞춤형 소셜 미디어다. 앱을 열면 ‘인간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우리를 반긴다. 대외적으로 펫츠비의 설립자는 브뤼셀 그리펀 종인 작은 개 ‘앵거스’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앵거스의 주인 안드레아 네레프라는 인간이 만들었다. 펫츠비의 사용자들은 모두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시점으로 글을 쓴다. 대부분 개나 고양이지만 간간이 물고기나 거북이, 고슴도치도 있다. 포스팅은 이런 식이다. “우리 집사가 오늘 여자친구한테 차였어. 내가 위로해줘야 해서 당분간 글 못 쓸 거야.” ‘팔로우’하려면 ‘냄새 맡다(Sniff)’를, ‘좋아요’를 표현하고 싶으면 ‘핥다(Lick)’ 버튼을 누르면 된다. 이런 독특한 시스템 덕분에 애완동물의 주인은 자연스럽게 익명이 된다. 사회적, 경제적 지위, 외모에 대한 편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동물의 입을 빌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나 시시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 애완동물의 발 사진을 찍어 올리면 포스팅당 1달러씩 동물 구조센터에 기부하는 등 애완동물의 복지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늘어나 얼른 한글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petzb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