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스 라만의 <요리스 라만 랩: Gradients>전이 6월 17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유기적인 형태의 가구를 만든다. 총 세 개의 큰 회사를 운영한다. 요리스 라만 랩이 크리에이티브 허브 같은 곳이다. 요리스 라만 스튜디오는 두 번째 회사로,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제작하는 팀이다. 세 번째 회사의 이름은 MX3D인데, 로봇 프린팅 회사다. 랩에서 스핀오프 격으로 떨어져 나와 회사를 만들었고 한 번도 만들어본 적 없는 걸 제작하는 기술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이 팀이 주축이 된, 암스테르담에 로봇 프린터로 다리를 짓는 프로젝트를 올해 말에 완료할 계획이다. 레노보 같은 기술 회사와 협업으로 진행한다.
암스테르담 운하 위에서 로봇이 다리를 만드는 장면까지 볼 수 있는 건가? 정부의 제약이 생각보다 많다. 대중에 노출되는 빛과 배출되는 가스가 유해하다고 판단해 허락해주지 않았다.
로봇이 공중에서 유기적인 조각을 만드는 장면은 그 자체로 미술 같다고 생각해서…. 아주 환상적이다. 산업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형태가 더 유기적이고 유려해지는 것 같다. 요리스 라만 랩은 오래된 배를 만들던 조선소 자리에 있다. 우리가 만드는 것 외에 다른 배경들, 빔이나 철골 구조 모두 직선의 형태다. 그 속에서 다리를 만들고 있는 로봇은 확실하게 대비를 이루는 아름다운 광경이다. 과학 공상 영화를 보는 것처럼 즐겁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로젝트 매니저, CEO…. 어떤 말이 편하나? CEO로서는 망한 것 같고, 작가와 비슷할까? 작가는 콘텐츠를 만들어 영화나 책이나 다른 형태의 플랫폼에 싣는 역할을 하니까. 아니면 발명가? 우리가 하는 일이 기술을 다루는 건 아니어서,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결국 가장 넓은 의미인 아티스트가 맞을 듯하다.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해내기까지 기술적인 한계를 많이 만나는 아티스트일 것 같다. 가끔 그렇다. 근데 기술적 한계보다 정책적 한계가 좀 더 힘들다. 암스테르담 다리를 다시 예로 들면, 우리는 설명하기도 복잡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건데, 새로운 생각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하려고 한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고 있지만 반드시 기능적으로 진보한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다. 그렇다. 초창기 작품 중 아인트호벤의 건물에 설치한 ‘클라이밍 벽’이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실 엘리베이터인데, 가장 진보한 기술만 멋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최첨단 로봇이 아름다운 걸 만들려면 장인이 필요하다. 기술이 미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면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장인들이 필요하다.
매일 자동차 공장에서 똑같은 공정을 반복하던 로봇이 요리스 라만 랩에 와서 흥미로운 작품을 만든다고 들었다. 하하. 로봇의 노예 해방 정도일까?
당신에게 미래란 아름답기만 한가? 미래를 무섭고 두렵고 위협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술이 진보해도 여전히 인간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홀로렌즈가 구현하는 혼합현실 같은 것처럼 말이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김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