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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추천 리스트 ‘브레드 앤 버터 샤르도네’와 ‘미켈러 비어 긱 리슬링’

2019.04.16GQ

1 — 브레드 앤 버터 샤르도네 2016 와이너리의 이름도 풍미를 그저 나열했다. 이런 와이너리의 라벨이 심플하다는 건 당연하게 느껴진다. 과하지 않은 오크 향과 산미로 균형을 잡았고 꼭꼭 씹어먹고 싶을 만큼 견과류의 풍미가 꽉 들어찼다.

2—아나그램 블루베리 치즈케이크 스타우트 스웨덴의 양조장 옴니폴로에서 만드는 크리미하고 진득한 맥주다. 아나그램은 단어나 문장을 구성하는 문자의 순서를 바꿔 새로운 단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인데, 라벨의 디자인이 거기서부터 출발했다. 블루베리와 다크 초콜릿 풍미가 코를 휘감는다.

3 — 윌리엄 다우니 야라밸리 피노누아 2015 부르고뉴 경험이 있는 생산자 윌리엄 다우니는 호주 야라밸리에서 기막힌 피노누아를 만든다.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생산하는 자유방임주의자답게, 레이블은 아무 설명도 없이 그 지역의 풍광을 담아내는 담담한 그림으로 대신한다.

4—콘세이토 바스타르토 2017포르투갈 와이너리 콘세이토의 대표적인 와인이다. 뉴욕에서 제일 인기가 좋은 포르투갈 와인으로 꼽는 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매진되는 와인이다. 바스타르도 품종으로 만들고, 이름마저 품종만을 내세웠다. 달콤한 향과 함께 허브 향도 강하게 느껴진다.

5—언 어프로치 투 릴렉세이션 니숑질감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라벨의 와인을 만든 곳은 ‘언 어프로치 투 릴랙세이션 An Approach to Relaxation’이다. 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자유분방하게, 때로는 심각하게 와인을 만든다. 니숑은 60년 수령의 포도나무에서 딴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차진 화이트 와인.

6 더 힐트 피노누아 2015 와이너리 이름을 대문짝만 하게, 품종과 빈티지를 손톱만 하게 써 둔 와인. 더 힐트는 컬트 와인의 대표주자 스트리밍 이글과 스포츠 재벌 스탠 크랑키가 피노누아와 샤르도네에 집중하기 위해 만든 브랜드다. 농축된 풍미가 아찔하게 퍼지는 와인.

7—미켈러 비어 긱 리슬링자기 양조장 없이 그때그때 양조 시설을 빌려 맥주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집시 브루어리인 미켈러는 못 가는 곳이 없다. 독일 모젤 지역에서 생산한 이 리슬링은 세미 드라이 스타일로 단맛과 새콤한 맛이 적당히 어우러지는 편이다. 맥주처럼 차게 마실 때 더 맛있다.

1— 파머스 테이블 메리티지‘Farm to Table’의 철학을 중시하는 미국 와이너리의 레드 블렌드 와인이다. 직관적인 와이너리 이름처럼 라벨도 쉽고 단순하며 와인 역시 라벨을 따라간다. 음식에 윤활유가 될 수 있는 적당한 보디와 탄닌을 지녀 닭부터 생선까지 어울리지 않는 요리를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2—샤토 레스티냑 하시가스유기농법으로 양조를 시작해 지금은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는 프랑스 몽바지악 지역의 와이너리다. 메를로 1백 퍼센트로 만들었고, 달콤하면서 신선한 과일 향이 피어오르다가 건포도 향이 슬쩍 스친다. 미세한 탄산이 있어 마실 때마다 개운하다.

3 —레 포르테 로제 2017 남프랑스 루시옹 지역의 와이너리로 모든 병의 라벨이 양조장에서 보이는 산을 상징하는 삼각형으로 되어 있다. 특히 로제 와인에 강점이 있으며 2015년에 첫 번째 로제를 출시한 젊은 와이너리다. 그르나슈 누아, 그르나슈 블랑, 그르나슈 그리와 쉬라를 섞어 로제를 만든다.

4— 밀란 네스타렉 아임 낫 어 빅와인 밀란 네스타렉은 체코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다. 국내에도 꽤 알려져 내추럴 와인을 취급하는 곳에 가면 이 말간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임 낫 어 빅 와인’은 샤도네이로만 만든 와인으로 ‘아이 엠 샤르도네, 노멀 사이즈’라고 뒷면에 쓰여있다. 화사한 산미가 매력이다.

5— 구트 오가우 테오도라 2017와인마다 정체성을 부여하듯 특징적인 얼굴을 그려 넣는 오스트리아의 내추럴 와인 생산자. 해가 바뀔 때마다 라벨의 주인공들도 나이가 들어갈 수 있게 그림을 새로 그린다. 테오도라는 그뤼너 펠트리너와 웰치리슬링을 블렌딩한 와인으로 살구 향이 발랄하게 번진다.

6 — 브루독 AB:20 영국의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 브루독에서 만드는, 혁신과 도전이 가득한 프리미엄 맥주 라인이 앱스트랙트다. 커피, 귀리, 우유를 넣고 만든 맥주와 럼 캐스크에 3년 동안 숙성시킨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섞어서 내놓았다. 풍성하고 미묘한 맛과 달리 단순 명쾌한 라벨을 달았다.

7— 도멘 바세론 상세르 블랑소비뇽 블랑 1백 퍼센트로 만든 프랑스 상세르 지역의 화이트 와인. ‘상세르의 로마네 콩티’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이름난 와이너리이며, 이 화이트는 한 입 마시면 와인의 정교함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별 다름 꾸밈 없이 필기체로 흘린 라벨처럼 우아함도 넘친다.

    에디터
    프리랜스 에디터 /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