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인 자연을 환기하고 내면의 세계와 교감하도록 이끄는 시적인 안내자, 우고 론디노네.
굵은 줄기의 나뭇가지들을 묶은 뒤 도금 처리해 만든 거대한 원형 설치작, 천장에 매달 듯 설치한 52점의 물고기 조각, 열대우림 지역의 나무처럼 혼합 토양으로 빼곡하게 뒤덮인 기둥, 벽면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시계. 6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이어지는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earthing>에서 마주하게 되는 진귀한 풍경이다. 미국 네바다 사막에 형광색의 돌탑 조각작품을 선보였던 우고 론디노네는 가장 원시적이고 보편적인 상징을 빌려 도심 갤러리에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본질을 주조한다. 이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실마리가 된다. 전시장을 압도하는 크기의 원형 설치작 ‘the sun’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통로를 은유하며, 물고기 떼를 형상화한 ‘primordial’은 태고의 바닷속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태양, 달, 무지개, 나무, 돌 등을 소재로 삼는 우고 론디노네는 “마치 일기를 쓰듯 우주를 기록”한다. 지극히 사색적인 감각을 단순화하여 시각화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고 탁월하다.
- 에디터
- 김영재, 이제현
- 포토그래퍼
- 이현석, 설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