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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9 휘영 "전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요"

2019.10.22GQ

네 명의 소년이 팀 밖으로 나와 홀로 <GQ>의 카메라 앞에 섰다.

블랙 벨벳 수트, 김서룡 옴므. 블랙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레더 트렌츠 코트, 김서룡 옴므. 이너 베스트, 코스트 퍼 킬로. 블랙 팬츠, 아크네 스튜디오. 에나멜 첼시 부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장발이 잘 어울려요. 9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무드가 있네요. <영웅본색>, <무간도> 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그 시절 사람들이 풍기는 분위기가 멋있죠. 지금은 그런 걸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으니까 더 멋있어 보이는 걸 수도 있고요.

스물한 살 같지 않은 성숙함도 있고. 하하. 그냥 나이 들어 보이게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요.

단순히 그런 거 같진 않아요. 출연한 예능이나 인터뷰를 보면 자기만의 생각이 확실히 있어 보였거든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잖아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일 테니, 전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요.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만 대답하고 싶진 않아요. 굳이 “쟤는 이럴 것 같아”라는 예상을 비껴가고 싶은 건 아닌데, 맞춰지고 싶지도 않죠. 물론 어느 정도의 타협은 있어야 할 텐데, 아직 어려서 그러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약한 사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상이 높나요? 네. 이상은 항상 높고 그게 편해요. 낮으면 만족하는 순간 멈추니까요.

본명이 김영균, 헤엄칠 영에 고를 균이네요. 마음의 평행을 잘 잡는 편인가요? 내가 생각했을 때 맞는 게, 남들이 생각했을 때도 맞는지를 자주 생각해요. 누가 맞고 옳고 그른 건 없다 쳐도 중간 정도는 있을 거 아녜요? 그 정도는 내줘도 되지 않을까 해요. 내가 맞다고 끌고 나가서 제 걸 차지하는 건 힘들고 좀 귀찮은 일이죠. 저는 딴 돈의 반만 가져요.

인간관계에선 어때요? 청개구리 같은 심보가 있달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항상 절 원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신경이 되게 많이 쓰이고. 좀 찌질하죠. 바보예요. 바보.

혼자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한 사람인가요? 오히려 웬만해선 혼자 있진 않으려고 해요. 혼자 있으면 생각도 많아지고, 저만의 잣대로 생각하게 되니까.

외로움 많이 타요? 항상. 외롭지 않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결국엔 그것도 외로웠던 것 같아요.

어떨 때 외롭나요?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땐 재미있었는데, 집에 들어가며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재미가 있었던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내가 재미있어서 웃은 건지, 거기서 모두가 웃으니까 나도 웃은 건지. 혼자 있을 때도 그래요. 자기 전에 돌이켜보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정말 그랬나 싶죠.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것 같아요. 바보인 거죠.

어떤 이야기를 좋아해요? 로맨스 너무 좋아해요.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하하. 가슴이 따듯해지는 이야기가 좋아요. 히스 레저가 출연한 <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열 가지 이유> 같은 청춘 영화가 좋아요. 말이 안 돼서 좋죠. 저렇게만 아름다웠으면 좋겠어요. 저의 삶 혹은 사랑도.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 보여요. 그냥, 자기 연민이 강한 사람이죠.

<고등래퍼2>의 싸이퍼도 인상적이었어요. 래퍼로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난 건 지난 걸로 두죠. 하하. 저는 남을 헐뜯거나 야망을 펼치는 이야기가 잘 안 되는 사람이에요. 제가 제일 편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나 이래서 아팠고, 외로웠고, 미웠어. 그거밖에 안 돼서 이걸 주야장천 쓰는 것 같아요. 듣는 이들도 자기 얘기처럼 느낄 수 있도록 쓸 수 있는 게 지금의 제 숙제예요.

언젠가 솔로 앨범도 내고 싶나요? 언젠가, 보다 빨리빨리 하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은 너무 많고, 저라는 사람이 잊히는 것도 한순간일 테고. 매일 새로운 게 나오는 시대이니 내고 싶을 때 내서 주목받으면 좋아하고 못 받으면 슬퍼하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작곡을 올리고 있어요.

팀에서 어떤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애. 저희 팀은 다 독특해서 제가 평범할 정도예요.

어떤 음악을 좋아하나요? XXX텐타시온의 다양하게 솟아 있는 면모가 재미있어요. 그리고 김광석, 조용필 선생님. ‘서울, 서울, 서울’ 같은 걸 듣고 있으면 그 시절에 어떻게 이런 노래를 만들었는지 대단해요. 저는 그 사람의 음악이 그 사람 자체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어떤 면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역동적인 음악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많이 서고, 부족하든 부족하지 않든, 매 순간 흔적을 남기고 싶어요.

휘영의 미래가 기대되네요. 너무 기대하진 마세요.

혼자 어디로든 갈 수 있다면, 어딜 갈래요? 천국에 가보고 싶어요. 천국이 있으면 지옥도 있을 테고, 그걸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알고 싶네요.

    에디터
    이예지
    포토그래퍼
    곽기곤
    스타일리스트
    김예진
    헤어 & 메이크업
    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