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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최강창민 "지금이 저의 최대치일 수 있어요"

2020.04.23GQ

최강창민은 아름답고 차갑다. 달콤한 세계와 냉정한 현실을 오가며 오래 빛난다.

셔츠, 보테가 베네타. 체인 목걸이, 마마카사르.

니트, 팔찌, 모두 펜디. 팬츠, 르메테크. 목걸이, 포트레이트 리포트. 슈즈는 스타일리스의 것.

화이트 톱, 팬츠,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볼드한 실버 뱅글, 에르메스. 곡선형 뱅글, 포트레이트 리포트. 반지, 보테가 베네타.

실버 코트, 팬츠, 모두 김서룡 옴므. 셔츠, 보테가 베네타. 앵클부츠, 에르메네질도 제냐. 목걸이, 마마카사르.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 반지, 스톤헨지. 오른손 소지에 착용한 반지, 마마카사르. 왼손 검지에 착용한 반지, 스톤헨지. 왼손 중지에 착용한 반지, 일레란느.

가죽 코트, 6 몽클레르 1017 알릭스 9SM. 레드 이너 톱, 팬츠, 벨트, 모두 지방시. 슈즈, 맨솔. 목걸이, 파나쉬.

셔츠, 보테가 베네타. 팬츠, 김서룡 옴므. 앵클부츠, 에르메네질도 제냐. 체인 목걸이, 마마카사르.

수트, 슈즈, 모두 벨루티. 팔찌, 일레란느. 오른손 엄지에 착용한 반지, 에르메스. 오른속 중지에 착용한 반지, 고이우.

니트, 팬츠, 모두 알릭스 at 아데쿠베. 반지, 보테가 베네타.

재킷, 벨루티. 팔찌, 일레란느. 오른손 엄지에 착용한 반지, 에르메스.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 반지, 고이우.

아까 반려견 사진을 업로드했죠? 화보를 찍는 동안 기사화됐어요. 정말요? 하하. 이름이 ‘버찌’예요. 입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존재예요. 지금껏 팬들과 스태프들의 도움을 주로 받았다면 이제는 다른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됐어요. 가정을 꾸린 친구도 있고, 설령 제가 그렇다 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진 않을 거예요. 버찌를 돌보기 시작하면서 책임감과 부담감도 늘었지만 더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동기 부여가 돼요. 아, 시작부터 말이 길어졌네요.

오늘 최강창민에 대한 다른 기사도 있어요. 솔로 앨범의 타이틀 곡이 ‘초콜릿’이라고요? 네. 2주 뒤에 나와요. 앨범명도 <초콜릿>이에요. 첫 솔로 앨범인데 제목의 뉘앙스처럼 선물이란 의미를 담았어요. 팬들을 위한 선물이죠. 뻔한 소리 같지만 진심이에요. 팬들 덕분에 17년간 동방신기로 활동해왔고, 이렇게 솔로 앨범도 내게 됐어요. 가수라는 직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10년도 더 됐지만 과거 <지큐>와의 인터뷰 중 솔로 활동에 대한 질문에 “내가 볼 때는 나이가 더 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던 거 기억해요?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한 건가요? 그것보단 요즘 들어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크게 느껴요. 인터뷰를 하면 종종 다음 목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전에는 큰 무대라고 답했어요. 그다음에는 더 큰 무대라고 했죠. 계속 그렇게 말할 순 없잖아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저 스스로 완벽하거나 훌륭하다고 여기진 않아요. 가끔 명확히 보이지 않는 길을 헤매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팬들은 그런 저를 계속해서 응원해주고 최고라고 인정해줘요.

그건 왜일까요? 처음에는 제 노래, 춤, 외모를 좋아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났잖아요. 지금은 팬들이 저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주지 않나 싶어요. 나이가 들고 변해가는 과정까지 다 받아들여주면서. 그런 생각을 하면 더 고마워요. 그래서 지금이 솔로 앨범을 선물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봐요.

음악적 욕심은요? 동방신기가 고유한 스타일과 자기 것을 완성했다는 건 틀림없어요. 그다음 단계를 찾거나 새로운 뭔가를 만든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 어떤가요?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보면 엄청난 자극과 계기가 있지 않으면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이 저의 최대치일 수 있어요. 좋게 말하면 연륜이 쌓인 건데 매너리즘 같은 고민을 해요. 제가 해온 무대, 노래, 목소리에 익숙해진 거죠. 물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최고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다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요.

그 상황이 분하게 느껴지진 않고요? 조금은요. 솔직히 최대치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아요. 제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거나 선을 긋는 의미일 수 있거든요. 아쉽고 서운하죠. 하지만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니까 마음이 편해요. 이게 끝은 아닐 거예요. 언젠가 새로운 전환점이나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많은 경험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통해 지금의 상태를 까발리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최대한 잘할 수 있는 건 이거예요,라고 말이죠.

듣다 보니 동방신기의 연장선 같은 노래 ‘초콜릿’을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이유가 짐작돼요. 실은 최강창민의 솔로 앨범 소식을 듣고 감미로운 발라드로 채운 앨범을 떠올렸어요. 동방신기 앨범에 수록된 솔로 곡들도 그렇고, 뛰어난 보컬리스트니까. 솔로 활동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어요. 지금의 저와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은 동일 인물이거든요. 좋아하고 잘하는 것도 같아요. 이번 앨범은 온전히 제가 원하는 걸로 채웠다고 자부해요. 그래서 동방신기로서 해온 것과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게다가 지금과 같은 퍼포먼스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잖아요.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해야죠.

지금 하는 이야기도 그렇고 현실 감각이 분명해 보여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라는 말도 종종 했죠? 그럼 최강창민의 전성기는 언제일까요? 예전에 나온 곡을 들으면서 ‘이 노래 진짜 좋았지’라며 반가워하거나, 그 당시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잖아요. 대중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그런 노래를 갖고 있다면 전성기를 구가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저는 너무나도 황홀한 전성기를 이미 맞았어요. 어쩌면 현재 진행 중일지도 몰라요. 이렇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전성기는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살고 있어요.

지난달 유노윤호가 <지큐>와 인터뷰를 하면서 “대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여전히 아이돌이죠. 환갑 넘어서도 아이돌로 불렸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어요. 이 말에 얼마나 동의하나요? 전에는 그런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용필 선생님의 공연을 보니 알겠더라고요. 부모님뻘인 관객분들이 과거의 향수에 젖어 떼창을 하고 즐거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해요. 오랫동안 다른 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하고 그 즐거움을 같이 나눈다는 게 무척 부러웠어요. 결국 팬들의 소중함에 대한 이야기인데 윤호 형과는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아요. 우리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관객이 많든 적든 무대에서 열심히 할 거란 신뢰가 있어요. 형이나 저나 고지식한 면이 있긴 해요.

동방신기는 태도든 실력이든 어떤 경지에 이른 것 같아요. 최근에 실력이 늘거나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는 건 뭐예요? 어릴 적에는 평가라든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쉽게 휘둘리고 좌지우지됐어요.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느라 주눅이 들었죠.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깐깐한 잣대에 얽매였어요. 아무리 좋은 칭찬을 들어도 기쁘지 않았어요.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현실에 안주하려 해서도 안 되지만 여유 없이 계속 경쟁을 하고 부딪혔어요. 요즘은 그런 부담에서 꽤 많이 자유로워졌어요. 그만큼 성장했어요.

혹시 유노윤호에게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나요? 둘 다 각자의 일에 관여하거나 직접적으로 조언을 하진 않아요. 묵묵히 지켜보면서 뒤에서 응원을 하는 편이죠. 근데 질문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최근에 인정받고 싶어 했던 적이 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윤호 형이 응원하러 왔었거든요. 형은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내심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형이 좋게 보고 있을까?’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관계에는 어느 정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것 같아요.

지난 17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 기분은 어떤가요? 달콤 쌉싸름한 꿈 같아요. 마냥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사람 마음은 참 변덕스러워요. 좋았던 일을 추억하면 한없이 행복하고, 나쁜 기억을 떠올리면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저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에요. 예전의 삶이 싫은 게 아니라 지금이 너무 좋아서요. 어쨌든 저는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초콜릿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도 있겠죠? 이것도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사랑이에요. 진짜예요.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적어도 이들의 기대에는 부응하고,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매일 다짐해요. 동방신기로서 이룬 것도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고, 오빠라는 게 최고의 성과인 것 같아요. 요즘 들어 그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어른이 됐나 봐요.

아까 <지큐> 영상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죠? 오늘은 어떤 내용을 쓸 건가요? 지금 떠오르는 건 버찌예요. 아침 7시 30분이 되면 정확히 깨서 제 얼굴을 핥아요. 너무 신기해요. 일기를 쓴다면 이런 내용일 거 같아요. “뻔하다 싶을 정도로 반복되는 오전 7시 30분, 버찌의 온기에 눈을 뜬다. 이 아이가 건네는 사랑의 온도가 그냥 감사하다. 요즘 행복하게 눈을 뜬다.”

나중에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면 첫 문장으로 뭐가 좋을 것 같아요? “일기를 써서 참 다행이다.” 살면서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다 기억할 수 없잖아요. 일기에는 행복한 일도, 달콤한 기분도, 화나고 슬픈 감정도 정말 있는 그대로 적혀 있어요. 그 기억들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럼 그 책에 일기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 있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는 혼자 간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팬들에게도 그런 얘기는 잘 안 해요. 영화 제목이긴 한데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행복하진 않을 거예요. 비밀은 비밀로 남았을 때 아름답거든요. 이런, 오늘 많은 얘기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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