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처럼 두 남자가 훌쩍 들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홀린 듯 마주한 SF9 인성과 휘영의 초상.
인성
실물로 보니 키가 꽤 크네요. 아무래도 팀에 장신 멤버들이 있다 보니. 하하.
시원한 평균 신장이 SF9의 장점이기도 해요. 여덟 번째 미니 앨범 활동을 막 마쳤는데 요즘은 무슨 노래를 흥얼거려요? 핑크 스웨츠의 ‘Honesty’를 연습하고 있어요.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곡이에요.
인성이 부르는 ‘Honesty’는 어떨지 궁금해요. 저도 이 곡을 처음 듣자마자 내가 부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요. 부르고 싶게 만드는 노래들이 있는데 제 기준에서는 그게 좋은 노래인 것 같아요.
‘복면가왕’에 출연해 음색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잖아요. 어떤 노래를 만나야 자신이 더 돋보일 수 있는지 생각해봤어요? 솔직히 그런 걸 따질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봐요. 뭐든 열심히 해야죠. SF9 활동만 봐도 라틴 팝, 트랩, 하우스,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어요.
그중에서 본인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곡은 뭐예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My Story, My Song’. 제가 좋아하는 팝 발라드 곡이에요. 정규 1집 앨범의 ‘룰루랄라’는 들을 때마다 몸이 들썩여요.
노래라는 걸 언제 처음 시작했는지 기억해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은 대학교 때 처음 했어요. 노래 동아리에 들어가서 무슨 패기였는지 목도 안 풀고 조성모 선배의 ‘아시나요’를 불렀다가 음 이탈이 났어요. 하하.
일단 도전해보는 성격인가 봐요. 아나운서를 목표로 대학에 진학했으나 뒤늦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걸로 알아요. 운 좋게 오디션 기회가 주어졌어요. 지금 아니면 가수를 언제 해보겠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어리니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판단했어요.
이렇게 성공했잖아요. 그래서 해보니 어떤가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좋은 멤버들과 팀을 이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이 상황 자체가 큰 즐거움이에요. 별 걱정을 하지 않는 성격이거든요. 뭐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팀 내에서 맏형 뻘인데 다른 멤버들에게 어떤 형이에요? 다 똑같은 구성원이지, 나이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즐겁게 일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동갑이자 리더인 영빈이 전반적인 결정과 조율을 맡으면 저는 분위기를 챙기고 서포트를 하는 편이에요.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럼 오늘 함께 화보를 찍은 휘영에 대해 말해줄래요?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라든가. 데뷔 때부터 사진을 찍으면 제일 잘 나오는 멤버가 휘영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감성적인 면도 있고요. 근데 시크한 외모에 가려져서 그렇지 진짜 귀여운 친구예요. 요즘 휘영이와 자주 스케줄을 다니는데 사랑둥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요.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빠르게 정답을 맞추는 걸 봤는데 그림에도 소질이 있다면서요. 다재다능한 인성이 노래를 제외하고 욕심을 내는 건 뭐예요? 말하는 걸 좋아해서 말을 더 잘하고 싶어요. 라디오 진행을 맡게 된다면 진짜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휘영이와 웹 드라마 <독고빈은 업뎃중> 촬영을 마쳤는데 연기를 꾸준히 하고 싶어요. 연기 활동을 하는 다른 멤버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만큼 힘들었지만 매력이 있더라고요.
만약 본인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뭐가 떠올라요? 노래, 퍼포먼스, 토크 등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면 다요. 사람들이 SF9은 정말 괜찮고 매력적인 팀이라고 느끼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노래와 토크 중 하나를 고르라면요? 당연히 노래가 영순위죠. 세상에 쉬운 노래는 없어요. 너무나 익숙한 애국가도 무대에서 혼자 불러야 한다면 엄청 부담이 될 것 같아요.
지금 살짝 고민한 거 아니죠? 아, 그럴리가요.
휘영
인성과 함께 출연한 웹 드라마에서 인공지능 로봇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얘기를 듣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표정 연기가 가장 큰 숙제였어요. 로봇이라 일정하게 짓는 표정이 있거든요. 인위적이지 않으면서도 뭔가 어색한. 남들이 보기에 정체가 뭐지 싶은 거죠.
본인의 정체도 가늠하기 어렵나요? 인성한테 듣기로 외모와는 달리 귀여운 면이 많다면서요? 인성이 형한테는 천방지축 동생이죠. 형이 저를 애처럼 보기 때문에 한없이 애처럼 행동할 수 있어요.
요즘 곡을 쓸 때 휘영을 지배하는 감정은 뭐예요? 모든 인간 관계의 헤어짐에서 오는 박탈감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그게 무슨 소리죠?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작곡을 올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주제가 사랑이에요. 특히 이별 노래가 많아요. 이별 뒤의 아픔이나 찌질함이 크게 와 닿아요. 제가 가진 감성과 잘 맞는 것 같아요. SF9의 노래들 중에서 ‘나만 그래’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요즘 가장 그리운 건 뭐예요? 가족의 품이요. 가족과 떨어져 산 지 오래 됐어요. 혼자인 환경에 몸은 적응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낯설게 느껴져요.
부모님 하면 무엇이 떠올라요? 좋은 기억밖에 없어요. 저를 사랑해주셨다는 걸 확실하게 느껴요.
외모에 자부심도 좀 있을 것 같은데 누구 닮았어요? 엄마, 아빠는 서로 본인을 닮았다고 주장해요. 근데 저희 팀의 찬희가 무대 모니터링을 하더니 점점 아빠를 닮아간다고 하더라고요. 외모를 떠나 아빠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남자 아홉 명이 함께 지내는 건 어때요?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저마다의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으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죠. 하지만 쭉 같이 지내다 보니 나중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구나.’
그럴 만하네요. 인성은 어떤 형이에요? 똑똑하고 재미있는데다 다른 사람한테 잘 맞추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요. 형 같은 사람은 흔치 않아요.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SF9의 첫 단독 콘서트를 진짜 즐겁게 했던 기억이 나요.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되게 벅찼어요. 아, 드디어 콘서트를 하게 됐구나, 했어요. 그리고 올해 음악방송에서 처음으로 1위를 했을 때 처음이라 그런지 기분이 묘했어요. 감격스러웠지만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은 아니겠지? 다시 1위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멤버들과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신분으로 데뷔를 했잖아요.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이었어요? 돌아보면 행복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맞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가 버거웠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좀 아쉬워요. 스스로 내린 선택과 결정까지 사랑했어야 했는데. 몸이 커지듯 마음도, 머리도 성숙해져야 저만의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고민들이 성장의 씨앗이 되는 거죠. 요즘 고민하는 건 뭐예요? 같이 음악을 하는 친구가 있는데 얼마 전 열심히 노력해도 남는 게 하나도 없을까 봐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공감이 갔어요.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나중에 이런 노력에 비해 이뤄낸 게 없다고 느껴지면 허망할 것 같아요.
정상에 오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운이나 타이밍보다 음악이 중요하겠죠. 가수는 음악으로 승부를 하니까요. 실력이 밑바탕이 돼야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요? 예민한 성격이라 느끼는 대로 급급하게 반응할 때가 있어요. 대인배처럼 여유를 갖고 넓게 바라볼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해요.
스스로 마음에 드는 점도 하나쯤 있겠죠? 음, 착한 거 같아요. 누군가 저를 미워하고 싫어해도 밉지 않아요.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다, 저 사람도 힘든 사정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하고 말아요. 그냥 다들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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