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청하와 강다니엘, 잠시 숨을 고르는 아이돌

2021.02.22박희아

우울로부터 탈출하려는 아이돌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박수.

“멈추면 그 경기장을 퇴장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Mnet <달리는 사이>에서 청하가 한 말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으면서 끝없이 이어지는 스케줄을 소화하고, 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당장 지금의 자리에서 무너질 것만 같다는 두려움. 그 두려움을 안고, 청하는 지난 2월 15일에 [케렌시아(Querencia)]라는 제목의 정규 1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 뒤인 16일, 강다니엘이 컴백했다. 그는 싱글 [파라노이아(PARANOIA)] 발표와 동시에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재작년에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한꺼번에 와서 삶의 의욕이 없었어요. 마치 안 죽으려고 사는 것 같았어요.”

청하와 강다니엘은 각각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1>과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주목받아 최종 멤버에 뽑혀 데뷔한 사례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서 펼쳐진 댄스 경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청하는 ‘뱅뱅(BANG BANG)’에서 직접 안무를 짜고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뛰어난 퍼포머라는 칭송을 얻었고, 강다니엘은 ‘열어줘’에서 허벅지를 쓸어올리는 자신만의 시그니처 안무를 만들어 섹슈얼리티가 강조된 안무에 특화된 남자 아이돌이라는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이처럼 청하와 강다니엘은 누구보다 스스로의 강점을 잘 알고 있는, 적어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영리하게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낸 인물들이었다. 이후 이어진 개인 활동에서도 두 사람은 내내 좋은 성적을 받아들며 대중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금, 청하와 강다니엘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이번 활동을 시작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치명적”이라는 평을 들으며 뮤직비디오 속 두 사람은 화려하게 꾸며진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다소 나른하게 카메라를 응시하다가도 댄스 브레이크에서는 넘치는 에너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나 청하의 [케렌시아]는 사실 피난처, 휴식처라는 뜻이다. 강다니엘의 [파라노이아]는 편집증을 의미한다. 청하가 선공개곡으로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라는 부제의 ‘X’를 공개하며 ‘이 자리가 날 만든 게 아냐 / 걸어온 길에 꽃밭 따윈 없었죠’라는 가사를 노래할 때, 강다니엘은 우울했던 시기를 직접 가사로 쓰고, ‘어두운 밤보다 낮이 무서워져 / 빛이 닿지 않는 내 방이 / 익숙해져 하나씩’이라고 말하며 춤을 추고 있다.

지치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 아예 휴식과 어두운 그림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들. 청하는 수많은 고민들로 괴로웠던 시간을 털어내듯 무대 위에서 거친 퍼포먼스를 통해 오히려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가 하고 싶은 대로, 적극적으로 내보인다. 강다니엘도 마찬가지다. 강약을 조절하는 것보다 도리어 모든 고통을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그의 마음을 담아 갑갑한 곳을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타인의 고통을 우리는 결코 실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두 아티스트의 몸짓이 어떤 해소의 순간을 직시하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청하와 강다니엘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고통과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두 사람이 우울 안에 갇혀있지 않고 빠져나오는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해소가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그림자에 맞서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들, 지금의 청하와 강다니엘은 유명한 가수가 아니라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친구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에디터
    글 / 박희아(대중문화 저널리스트)
    사진
    MNH엔터테인먼트, 커넥트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