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제이비는 계속 달라지고 바뀔 것이다. 보여줄 것이 워낙 많아서.
GQ 아까 영상 인터뷰를 찍을 때 인사말이 새로웠어요. “갓세븐의 제이비, 하이어뮤직의 제이비입니다”라고 했죠. 갓세븐이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한 뒤 팬들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프리랜서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자리를 찾았군요.
JB 네,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하이어뮤직의 제이비입니다. 프리랜서는 팬들에게 장난처럼 말한 거예요. 워낙 친구처럼 소통하는 걸 좋아해요. 그때도 회사를 알아보고 있었죠.
GQ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렸나요?
JB 물론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여러 군데 이야기가 오갔는데 자유도와 시너지를 고려했을 때 하이어뮤직이 저와 잘 맞더라고요. 최선의 결정이었어요.
GQ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JB 힙합 레이블에 합류했다고 해서 ‘난 무조건 힙합이야’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 안에서도 알앤비, 댄스, 팝 장르를 보여줄 수 있다고 봐요. 경계를 갖지 않고 여러 시도를 해보려고요.
GQ 하이어뮤직의 수장인 박재범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JB 제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라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았는데 재범이 형의 생각도 저와 비슷했어요. 그저 편하게 음악을 하면 좋겠다, 어떤 색깔이나 그런 걸 바라지 않는다, 하나에만 집중하면 스스로를 가둬놓기 마련이다, 다양하게 열어두고 해보자, 이런 말을 해줬어요.
GQ 지금 이 시기가 제이비의 전과 후로 나뉠까요?
JB 물론이죠. 전에는 주로 회사의 혜택을 받는 상황이었다면, 이제는 자율성을 가진 만큼 직접 나서서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깊어졌어요.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한 발씩 신중하게 나아가려고 해요.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뭐든 결정할 때 조심스러워요.
GQ 스스로의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뭔가요?
JB 느낌요. 해도 될 것 같다, 안 되겠다, 하는 이런 느낌이 있어요.
GQ 나아갈 방향도 어느 정도 잡았을 것 같아요.
JB 재범이 형에게 저를 영입한 이유를 물었더니 그러더라고요. 실력도 실력인데 꾸준히 열심히 할 것 같다고. 자기 것을 열심히 하는 거야 당연한 거고,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옛날부터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하던 대로 할 거예요.
GQ 긴 시간을 두고 지켜온 가치관도 있어요?
JB 늘 제가 해온 것들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갓세븐으로 데뷔했어요. 이제 와서 ‘아이돌 아니야’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고 팬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무조건 감사해요. 갓세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그전에 제가 비보이로 시작했고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했어요.
GQ 갓세븐으로 이룬 성과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요. 한편으로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같은 시선도 있을 거예요.
JB 신경이 쓰이죠. 하지만 갓세븐의 제이비가 그 정도였지, 제이비 개인으로서는 그리 대단하지 않아요.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 또래들에게 아이돌 누구 알아? 이렇게 질문하면 갓세븐은 많이들 알면서도 저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어요. 제 음악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름을 먼저 알려야 할 것 같아요. 갓세븐의 제이비, 하이어뮤직의 제이비라는 친구가 있다고. 전 이제 시작이구나, 해요.
GQ 자기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지점이라는 말처럼 들려요.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하다 보면 팬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진 않고요?
JB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이를테면 음악적 완성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욕이나 거친 표현을 쓸 수 있겠죠. 그걸 듣고 아이돌로서의 저를 좋아했던 팬분들이 등을 돌린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반응 때문에 포기할 건 포기하거나 제 기준을 잃어버리고 싶진 않아요.
GQ 자기 것을 만들어가겠다는 마음이 크네요. 조만간 신곡을 선보인다고 들었어요. 어때요?
JB 제목은 ‘Switch It Up’이에요. 힙합 댄스 음악에 가깝달까, 데프(Def.)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만들어온 개인 작업과는 다른 스타일이에요. 갓세븐 앨범에서 선보인 솔로곡과 비슷할 수 있어요. 대중과 음악 신에 “앞으로 이런 음악을 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알리는 취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또 팬분들에게는 다시 활동을 시작하니 기대해주면 좋겠다,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거죠.
GQ 궁금하네요. 작업을 하는 동안 떠올린 이미지가 있을까요?
JB 섹시한 이미지요. 데프로서는 온전히 하고 싶은 제 이야기를 어떤 장르로든 자유롭게 표현한다면, 제이비로서는 멋있고 섹시한 느낌의 음악을 한다고 나름 구분을 지었어요. 어찌 됐든 둘 다 제가 맞지만 제이비는 저를 꾸며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픽션 같은 캐릭터에 가까워요.
GQ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해요?
JB 그런 건 없어요. 아티스트는 이래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지만 느끼는 것이 다를 뿐이고, 그걸 꺼내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다못해 직장인이 스트레스에 치여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마구 휘갈겨 쓴 뒤 쓰레기통에 버린 내용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GQ 마음에 드는 얘기네요. 어떤 형태로든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요?
JB 지금 그게 너무 고민이에요. 그동안 너무 많이 쏟아냈나 봐요. 곡을 쓸 때 멜로디 작업이나 편곡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목도 그렇고, 아무리 고민해도 딱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그냥 차차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해요.
GQ 제이비 말고, 임재범으로 고민하고 있거나 노력하는 건요?
JB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GQ 아, 얼마 전 인스타그램 계정에 “긍정적으로 사고하자”라고 쓴 걸 봤어요.
JB 워낙 걱정이 많고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거든요. 많은 사람이 괜한 걱정을 하며 살겠지만 저는 조금 더한 편이에요. 천성인가 봐요. 그래서 ‘좋아’, ‘다 괜찮을 거야’ 하고 마음을 편하게 풀어보려고 신경을 많이 써요.
GQ 스스로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뭐예요?
JB 어렵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나한테서 마음에 드는 게 없는 느낌이에요.
GQ 왜요? 뭐가 달라졌나요?
JB 아뇨, 그런 건 없어요. 같은 것도 어떤 날은 좋았다가도 어떤 날은 싫어질 수 있잖아요. 생각이 바뀌는 게 당연해요. 그래서 이야기를 할 때 ‘항상’, ‘지금’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요. 어찌 됐든 지금의 제가 완전 별로인 건 아니지만 우와, 할 정도로 만족스럽지는 않아요.
GQ 그러면 자신이 소화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서 무엇이 딱 맞는 옷이라고 느껴요?
JB 아무래도 임재범이라는 이름의 옷이 제일 자연스럽고 편해요. 가장 저다운 모습을 잘 붙잡고 있기 때문에 데프가 있고 갓세븐의 제이비가 있고 하이어뮤직의 제이비가 존재할 수 있어요. 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네요. 임재범이 지구라면 그 안에 바다, 산, 도시가 있듯이 다양한 모습이 제 삶을 이루고 있어요.
GQ 갓세븐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JB 예전처럼 활발히 활동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뭔가를 해보려고 멤버들과 노력 중이에요. 활동 영상을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그 시절의 갓세븐이 그립기도 해요. 넘치던 열정과 에너지도 그렇고요. 돌아보면 참 재미있었어요. 학창 시절을 추억하는 느낌과 비슷해요.
GQ 갓세븐으로 활동했던 지난 7년을 통해 개인적으로 무엇을 얻었어요?
JB 노련함이 생긴 것 같달까요? 주위 사람들이 저한테 이젠 여유가 느껴진다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다소 좀 긴장하는 건 여전해요. 오늘 촬영 전에도 긴장했는 걸요. 대신 그걸 풀어내는 나름의 방법이 생겼어요. 노련해졌다는 거겠죠.
GQ 임재범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JB 한없이 착하고 좋은 일만 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요.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실수도 하고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럼에도 약아빠진 사람은 절대로 되고 싶지 않아요. 잔머리를 굴리거나 다른 사람을 속이는 짓을 끔찍이도 싫어해요. 그러고 싶지도 않고, 당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런데 ‘저는 이런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이렇게 단언해도 괜찮을까, 의문이에요. 아까 언급했듯이 지금의 감정이나 생각은 유행이 변하듯 수시로 바뀌니까요.
GQ 지금 그 말도 바뀔 수 있겠네요.
JB 맞아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게 조심스러워요. 어떤 이야기를 하고 나면 제이비가 이렇다더라, 이렇게 말했다더라, 기사가 쏟아져 나와요. 오늘도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지만 내일 똑같은 질문을 받으면 다른 대답이 나올 지도 몰라요.
GQ 두 발 뻗고 자려면 이 인터뷰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까요?
JB 지금까지 2021년 5월 4일 임재범의 이야기였습니다. 이러면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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