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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팔을 부르는 인스타그램

2019.02.01GQ

인스타그램의 생태계는 간단하다. 보기 싫으면 언팔하면 된다.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세상에 둘만 남겨진 듯한 #럽스타그램
다른 사람의 연애사는 정말 알고 싶지 않다. 과도한 스킨십이 담긴 포스팅은 지나친 TMI다. 수영장에서 꼭 껴안고 키스를 하는 사진 말이다. 둘만의 애칭까지 남발하면서 올리는 럽스타그램은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셀피스타그램
외모에 대한 자신감은 좋지만, 자신의 얼굴 사진을 매일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 이런 인스타그램의 특징은 계정 주인의 이목구비 외에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예쁘고 잘 생긴 얼굴도 매일 보면 질린다. 웃는 사진, 우는 사진, 화난 사진, 무표정 사진 등등 얼굴 사진으로 가득 찬 인스타그램은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항상 화가 나 있는 #불만스타그램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언제나 화가 나 있는 인스타그래머도 있다. #제발예의는지키자 #함부로남얘기하지말자 #입닫고귀막고살아야지 등 마지막에는 경고의 메시지를 덧붙인다. 그러면서도 ‘무슨 일이에요?’, ‘힘내세요’라며 댓글을 달아주는 공감 요정들에게는 한 없이 친절하다. 이런 인스타그램을 보면, 나까지 화가 나려고 해서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술만 마시면 라이브하는 #관종스타그램
누구나 타인의 관심을 원한다. 하지만 아이돌도 아니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 술 마실 때마다 라이브를 켜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노래를 하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관심종자에겐 무관심이 약이기 때문에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온라인 쇼핑몰인 줄 아는 #장사스타그램
맛집 정보도 공유하고, 새로 산 물건들도 공유하고 재미와 정보를 고루 담고 있어서 팔로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동 구매를 시작하는 인스타그래머가 있다. 나중에는 대놓고 물건들을 팔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인지 온라인 쇼핑몰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품질도 보장되지 않은 물건들이라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지식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논문스타그램
책 표지, 영화 스틸 사진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우겨 넣는 인스타그래머가 있다. 엄지와 검지로 세 번 정도 스크롤을 하게 만드는 활자의 압박. 문단까지 나눠가며 구구절절 본인의 지식이 얼마나 해박한 지 과시한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SNS 채널이다. 이를 망각한 지식 과시형 인스타그램은 당장 언팔하고 싶어진다.

개인 정보를 물어보는 #질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사람을 귀찮고 곤란하게 만드는 인스타그래머들이 있다. 누군가가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 득달 같이 댓글에 ‘여기 어디야?’, ‘누구랑 같이 갔어?’, ‘휴가야?’ 등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 정보를 물어본다. 답변을 해주기도, 안 해주기도 모호할 때는 당장 언팔하고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하고 싶어진다.

    에디터
    글 / 서동현(프리랜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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