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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GSX-R1000R과 혼다 CBR1000RR SP의 매력적인 굉음

2019.05.25GQ

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도로를 찢을 듯할 기세의 슈퍼 바이크.

Suzuki
GSX-R1000R
터널에 진입하면서부터다. 앙칼진 배기음이 돔형 구조물 안에 갇히며 격하게 진동했다. 기계보단 봉인당할 위기에 내몰린 파란 악마가 부르짖을 법한 소리가 울린다. 속도계의 숫자가 점점 오를수록 GSX-R1000R이 절규하는 소리는 더 거칠어지고, 잠재울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손은 이미 스로틀 레버를 더 강하게 당기고 있었다.

Honda
CBR1000RR SP
이중적이어서 매력적이다. 붉은색으로 휘감은 카울이 폭력적인 성향을 자처하는 듯하지만, 낮게 깔리는 엔진음이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본성을 넌지시 귀띔한다. 굽이치는 도로에선 오차 없이 만든 톱니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처럼, 계산적으로 움직였다. 드디어 곧고 길게 뻗은 아스팔트가 나타나 앞바퀴를 한껏 들어올릴 때마저도 침착하게 전진을 거듭했다.

BMW
S1000RR
배기 파이프는 이미 뜨겁게 달궈진 후였다. 하지만 3세대 S1000RR은 끝내 한계를 내보이지 않았다. 폭주와 박력 사이를 아슬하게 유지하며 내달리는 203마력의 슈퍼 바이크를 추격할 수 있는 자는 없다. 거울 속에 비친 바이크의 후방엔 잔상으로 남은 빛만 적막한 도로 위에 천천히 흩날리고 있었다.

    에디터
    이재현
    포토그래퍼
    이현석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