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고슬링은 세간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 예술 영화 작업을 했다. 배우이자 동반자인 에바 멘데스와 육아에 매진했다. 그러다 어느새 왈츠를 추듯 자신의 영역인 할리우드의 주연 배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 모든 걸 5년마다 되풀이할 수도 있다. 왈츠를 추듯 뒤로 물러섰다 다시 나아가는…. 라이언 고슬링은 이미 시간을 뛰어넘었는지 모른다. 할리우드를 장악한 주인공 중의 주인공.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생기고 재치 있으며, 이제는 노래와 춤까지 섭렵한 고슬링에겐 매일이 최고점이다.
다뉴브 강 서쪽의 언덕에 위치한, 부다페스트의 오래된 성 요새의 깊은 지하엔, 숨은 공간이 있다. 외관에서 멀리 떨어진 미궁의 끝에 다다르면, 연기로 가득 채워져 시야가 간신히 확보되는 방이 있는데 그 중심엔, 작지만 괴상한 형체로 웅크리고 있는 날개 달린 악마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무덤의 주인은 윤곽이 뚜렷한 한 단어로 각인돼 있다. 드라큘라. 이곳이 라이언 고슬링이 선택한 약속 장소였다.
#1 그는 자신이 어린아이라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다. 단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왜 그럴 수 없지? 어른들의 임의적인 지휘하에 있어야 하는 헛된 느낌이 싫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런 질문을 할 줄 모를 것 같다. 그냥 받아들이지. “제 생각엔 어머니가 그렇게 할 수 있게 격려해주셨던 것 같아요. 한 선생님이 기억나요. 제가 춤을 췄는데(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과 같은 미키 마우스 클럽 동기인 라이언 고슬링은 어릴 때부터 춤췄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어린 라이언 고슬링의 춤 실력은 유튜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분 생각엔 그런 제가 우스웠나 봐요. 수업 시간에 애들 앞에서 그걸로 놀림도 당했으니까. 그랬더니 어머니가 그러시는 거예요.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그 선생님에게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면, 너 그냥 학교 안 가도 돼.’ 그래서 어느 날, 그렇게 했어요. ‘엄마, 나 학교 그만뒀어.’ 그러고는 1년간 홈스쿨링을 하면서 교육 목표 달성을 위해 우편으로 배달되는 유형별 도서 목록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정해진 게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집에 머물면서 아침에는 <혹성탈출>을 보고 지하에 내려가 역사적인 전투에 관해 배우며 관련된 이야기와 지도를 그리면서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부분을 연결해보는데, 그냥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공부도 이럴 수 있는데, 세상의 다른 모든 것에도 다른 방법이 있겠구나.”
그렇다면, 라이언 고슬링은 도대체 왜 드라큘라의 지하 무덤에서 만나자고 했을까? 꿈같은 별로 가득 찬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이 나오는 영화 <라라랜드>와 가장 동떨어지고 상이한 장소이기 때문에? 아니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시간과 죽음 그리고 허명에 관한 어떤 심오한 것이 이곳에 암시돼 있어서? 아님 정말, 당신이 라이언 고슬링이라서, 지구의 표면에서도 깊숙이 떨어진 으스스한 곳에서 만남을 주선하면, 적어도 다가오는 게 보이는 불가피한 질문들을 조금이나마 분산시킬 수 있어서? 그가 화면상에서 보여준 역동적이고 소름 돋는 다방면의 캐릭터들(<빌리버>, <하프 넬슨>,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블루 발렌타인>, <크레이지, 스투피드, 러브>, <드라이브>, <빅 쇼트>)과는 대조적으로, 화면 밖에서의 라이언 고슬링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거기에 적합하게, 드라큘라 최후의 안식처로 향하면서도 왜 이곳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조금의 설명만 덧붙였다. “고문실부터 둘러본다고 하면, 앞으로 남은 건 더 힘들겠네요”라고 한 걸 제외하곤(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된다. 역사적으로, 블라드 가시 공작이 15세기경 이 지하 감옥 어딘가에 투옥되었던 건 맞지만, 정말 블라드 드라큘라의 사체가 실제로 묻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조금 더 머무르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이곳에 있어야 할 더 이상의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출구를 향해 나아갈 때쯤, 그가 왜 이런 장소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묘지에 놀러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묘비에 새겨진 글 읽는 걸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묘지가 무서운 장소로만 느껴지진 않았어요.” 밖으로 나오자, 축축하고 어둑한 토요일 밤이 나타났다. 고슬링이 길거리에 주차된 차에서 기다리던 관계자에게 다가가 근처 어딘가에 가서 잠시 앉아 얘기를 나누고 오겠다고 했다. 100미터를 채 못 갔을 때, 다른 남자가 라이언에게 다가오더니 반경에 어떤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는지 귀띔해줬다. 고슬링과 연관된 사람들이 어둡고 추적한 빗속에 듬성듬성 나타나는 광경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의 수행원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딜 가든 관계자가 있어 좋겠다고 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게요. 모든 구역에 누군가가 있어요.” 그가 반복해 말했다.
#2 어느 날 저녁, 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때(라이언은 그의 아버지와 친가 대부분이 일하던 제지 공장이 위치한 캐나다 온타리오의 콘웰이라는 지역에서 자랐다.) 고슬링은 생전 처음 실버스타 스텔론의 원시적이고 잔혹한 복수극이자 람보 시리즈의 시초인 <람보>를 비디오테이프로 보게 된다. 다음 날, 피셔 프라이스(장난감 회사)의 마술 도구와 고슬링 집안의 스테이크용 칼로 적당히 무장한 채, 전날 배운 교훈들을 실행할 준비가 된 라이언은 학교로 향한다. “제 생각에도 너무 일찍 봤어요. 현실과 구분하지 못했거든요. 영화 탓도 아니고. 80년대에 자란 아이들은 굳이 극장에 갈 필요도 동시에 일상에서 영화를 벗어날 필요도 없었어요. 소파에서 잠들며 보고, 돌려서 다시 볼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비디오테이프란 게 물체잖아요,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정말 제 친구들 같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그들과 각별한 유대감이 쌓였던 것 같아요.” 궁극적으론 무해하고 순수한 행위였지만, 사람들은 학교에 칼 세트를 챙겨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 아침 어떤 생각들이 교차했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그의 대답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선이 분명하지 않아 보였고 심지어 그의 인생에서도 그 시점은 위태롭게 흔들렸던 것 같다고 했다. “기억이 나는 건, 놀이터에서도 불합리하게 느껴졌던 적이 많았어요. 따돌림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때 느낀 건, (웃음) 그게 제가 기억하는 감정이란 거예요. 뭔가 정당하지 않은 게 계속되는 느낌.”
그럼 그냥 학교에 가서 람보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진짜 람보처럼 불공평함을 청산하려 했던 거예요? 그 정도로 깊게 생각한 것 같진 않아요. 그냥 제 생각엔 ‘이건 옳지 않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뭔가 분명히 행해져야 한다’ 정도? 그때 정학을 당한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어머니가 정말 겁에 질렸었어요. 그제야 현실이 조금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제 상상력을 통제해야 했던.
그게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아요? 아님 상상력을 억제하는 것 같았어요? 아니요, 교훈을 얻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분명 죄책감도 조금 있었던 것 같고요. 그때 제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감이 오질 않아요.
주변 아이들과 자신이 좀 다르게 느껴졌나요? 제가 바랐던 바는 아니었어요. 정말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어요. 선생님들이 하는 말도 통 이해가 되질 않았고. 저를 뺀 나머지에게는 모두 너무 쉬워 보였어요. 자신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건 확실했죠.
똑똑하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로 분류돼서 같이 교육을 받았으니까…. 예를 들면, 기억나는 게, 같은 그룹의 친구와 체스를 두는데, 자기가 자기 여왕을 먹더라고요.
지난 4개월간 고슬링은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 촬영차 헝가리에 머물렀다. “세 편의 영화를 동시에 찍는 느낌이에요. 영화의 규모나 촬영 시간 그리고 경험 면에서.” 어떻게 진행돼 가느냐고 묻자 함께 공연하고 있는 배우 해리슨 포드의 말을 인용한다: “신중하지만 낙관적인?” 그도 안다. 대중이 얼마나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기대 심리가 얼마나 간사해질 수 있는지. “마치 스나이퍼가 높은 종탑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하지만 그건 제쳐두고라도 더 이상은 얘기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까지 비밀에 둘러싸인 채, 막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작품을 찍는 건 첨이에요.”
해리슨 포드한테 주먹으로 얼굴을 한 대 맞았다는 게 사실이에요? (놀라며) 어떻게 알았어요? 네. 맞아요. 그냥 통과의례 같은 거죠 뭐.
어떻게 일어난 일이에요?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다 벌어진 건데 정말 웃겼던 건, 그 일이 벌어지자마자 주위에서 제 얼굴에 아이스를 대주는데 해리슨 포드가 갑자기 절 밀쳐내더니 그 아이스에 자기 주먹을 갖다 대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제가 물었죠. 도대체 그런 유머 감각은 어디서 오는 거냐고요. 그랬더니 해리슨 포드가 대답하길, “Sears.(미국의 한물간 대형 잡화점) 쇼핑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하나만 가지고 나왔지.”
그래서 아프진 않았어요? 아시다시피, 터프하잖아요. 푸시업이며 몸매 관리 등 안 하는 게 없으니까. 그 일이 벌어지자마자, 감독님이 저한테 와서는, “그냥 이렇게 생각해. 넌 방금 인디아나 존스에게 한 방 먹은 거라고.”
사과는? 나중에 스카치 위스키를 한 병 갖고 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했죠. ‘오, 예상한 대로.’ 그러곤 그가 주머니에서 유리 잔을 건네 정중히 한잔따라 주더니 병째 들고 돌아갔어요. 그러니까 제 생각에는, 제가 스카치 한 병을 벌기에는 충분치 않았던 것이죠.(웃음)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어릴 적 선망하던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지는 말라고요. 하지만 의전처럼 거기에 동봉되어야 할 말은 ‘그들이 해리슨 포드가 아닌 이상’이 아닐까요? 왜냐하면 그는 정말 존경할 수밖에 없어요.
#3 순간적인 감정 변화로 관객을 현혹시키는 라이언 고슬링만의 가장 큰 미끼는, 내면의 여러 감정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속 어긋나면서도, 그의 얼굴과 행실은 일반인의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고슬링의 유년 시절의 생각을 형성시키는 데 영화가 어떻게 도움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생각대로 행동한 걸 보면 그의 연기를 좀 더 알 수 있다.
“애니메이션 <덤보>와 데이비드 린치의 <앨리펀트 맨>을 봤을 때 정말 제 마음속 깊은 곳의 어떤 벽이 무너지면서 다른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것 같았어요. 이 영화들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즐겁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지만, 또 시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 감정들을 또다시 받아들이고 싶은지 몰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다시 보고 나서 든 감정은 확실히 그전과는 다른 무엇이었어요. 뭐랄까, 제가 그전에는 제 안에 있는지 몰랐던 부분들을 계시해준 것 같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가 지금 전적으로 얼마나 진실되게 고백하는지 알 수 있었지만,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 두 편의 상이한 영화를 같은 시기에 봤다는 것인가?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초현실적인 코끼리가 포함됐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건가? 하지만 내가 이 부분에 관한 질문을 했을 때 그는 즉답을 피했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요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하는 질문이라는 듯이. “저도 왜 그 두 편을 같이 제기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 두 캐릭터 모두에게 느꼈던 감정들이 기억나요.”
우리가 비를 피해 들어간 레스토랑의 이름은 ‘검은 까마귀’였다. 그가 커피를 주문하고는 연기 활동에서 찾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럴 듯하게 들렸지만 이내 정말 밝히고 싶은 걸 숨기는 상용적 연설에 불편하다고 느끼려는 찰나, 보다 개인적이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보면서 자란 건 아니에요. 전반적으로 동네 극장에서 상영하는 대중영화를 봤지만, 그때도 느꼈던 건,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이 제가 자라오면서 보고 접했던 삶들과는 다르다는 거였어요.” 자신이 자라면서 보고 느꼈던 현실적인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을 땐 정말이지 거리낌 없는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왜냐하면 저는 항상 제 삼촌이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거든요. 가족도 마찬가지로, 기쁨과 슬픔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그들의 삶이, 비록 학교에서나, 가족끼리도 한 번도 언급했던 적은 없지만,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제 마음에 깊이 스며든 건 확실했어요. 그런 감출 수 없는 삶의 단면들을 영화란 미디어를 통해 반영하고 기념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땐 정말 짜릿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덧붙인다: “배우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라는 인식이 있는 것도 알아요. 어떤 면에선 사실일 수도 있죠. 아님 정말 타고난 연기자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정말 자신을 벗어나고 싶은 본능이야말로 가장 큰 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 자신이 아닌.”
자기 자신답게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얼마나 더 큰지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둘 다 모두 진실일 수 있고 함께 공존할 수도 있어요. 저에게 그건, 제가 얼마나 제 자신이 되고 싶지 않은지의 문제가 아닌, 주어진 제 자신만으로 살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그럴 의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4 그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율동을 곁들인 공연가가 되기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 “지금도 선명히 기억나는 변화의 지점이 있죠.” 엘비스 프레슬리 모창 가수인 삼촌이 고슬링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삼촌이 오시기 전까지의 기억은 사실 미미해요.” 그가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집 안 한가운데서 엘비스 복장을 한 사람이 목소리까지 똑같이 흉내 내며 공연을 시작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코러스로, 아버지는 옆에서 그를 지키는 안전요원으로 변장한 채 말이죠. 어느 날 보니, 가족이 모두 모여 하나같이 무대 복장을 만들고 있는 거예요. 저희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해준 거예요. 저 역시 담당한 게 있었죠. 구경꾼들에게 테디 베어 인형과 스카프 등을 나눠줬어요.”
삼촌이 무대에서 쓰는 이름은 엘피스 페리였고, 무대의 주된 장소가 된 곳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같은 곳이었다. 그런 쇼 비즈니스가 갑자기 어린 라이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건 아니지만, 하나의 관점만큼은 명확하게 했다. “삼촌이 무대에서 ‘Suspicious Minds’ 부를 때 감정이 격해지곤 했어요. 앉아서 삼촌을 보고 있으면 삼촌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정말 거기에 심취한 게 전달될 만큼 노래는 계속 이어졌죠. 물론 저는 당시 상당히 어렸어요. 하지만 기억나는 게, 그 노래의 가사가 애인을 떠나는 여자와 남자의 대화라는 것과, 문 앞에 서서 떠나려는 여자를 붙잡으려는 남자의 애절한 모습이 그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우 강렬한 노래죠. 삼촌은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사의 주인공에게 자신을 완벽히 대입시켰죠. 매일 저녁 공연을 했고, 공연이 끝나면 저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어요. 하지만 삼촌이 공연을 할 때만큼은, 정말 그 순간만큼은 엘비스였고 모두 감동을 받았어요.” 그가 약간의 미소를 보인다. “알아요, 지금 이 얘기가 얼마나 우습게 들릴 수 있는지. 왜냐하면 그 당시엔 정말 진중했거든요.”
성인으로서 지금 돌이켜봐도, 삼촌의 감정이 진짜였던 것 같나요, 아님 연출된 것이었을까요? 진심이었던 것 같아요. 삼촌을 제외한 가족 중 남자들은 대부분 제지 공장에 다녔어요. 정말 힘든 일인데, 삼촌이 그 일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갖고 있던 예술적 기질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워낙에 어렸을 때라 제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삼촌이 역할에 접근하던 진심만큼은 지금도 공명합니다.
그 후, 고슬링이 말하길, 삼촌은 암 선고를 받고 화학요법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서, 내향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잠시 열렸던 커튼은 닫히고 말았다.
“모든 게 멈췄어요. 다른 가족들도 더 이상 방문하지 않았고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했어요. 삼촌이 있을 때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우리 가족 모두 예전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다시 한 번.”
고슬링이 말하는 <라라랜드>의 가장 큰 매력은, 작품의 프리 프로덕션 기간에 3개월 동안 재즈 피아니스트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델로니어스 몽크 작품을 이해해서 열심히 구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 시간을 투자해서 배워보고 싶었던 특정한 스타일의 춤을 배울 수 있어서였다. 어렸을 땐 마치 쇼걸처럼 흔들어댔는데….” 그가 묘사하길, 여자들 중심 댄스 그룹의 청일점이었던 그가 조금은 조숙하고 즐겁게 엉덩이를 흔드는 것이 우승 트로피를 갖고 올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었고, 그 상들은 그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그리고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함께 미키 마우스 클럽의 동기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대 때는 홀로 춤 개인 교습을 받기도 했다. “그리웠어요.” 그는 어렸을 때 탭과 발레를 중점적으로 배우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스튜디오에 있는 게 좋았어요.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요. 그리고 전 댄서들을 좋아해요. 그들의 에너지도 좋고, 그들이 춤에 접근하는 방식도 좋고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마저요. 댄서들은 특별한 종족이에요. 운동선수 같지만, 경쟁하진 않죠. 그들을 보는 게 좋아요. 그들이 음악을 포용하며 자신의 육체를 통해 교감하는 것도 그렇고요. 정말 너무나 아름다워요. 저한테도 그런 재능이 있었으면 했어요.”
당신이 춤을 출 때의 그 느낌도 마음에 드나요? 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자의식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라라랜드>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데이미언 셔젤이 처음 프로젝트를 갖고 왔을 때, 고슬링은 감독이 청중들에게 새로운 몰입감과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려는 노력에 매료됐다고 한다. “제가 그동안 만든 영화 중 그렇게까지 관객의 입장을 생각한 촬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뿐더러 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도 몰랐으니까요.” 또 그는 드라마와 뮤지컬이 서로 휘몰아치는 영화가 잘되기보다는 잘못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성공활 확률이 굉장히 낮았죠.”
어떤 부분이 걱정됐어요? 엉터리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갑자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춤을 추면서 별 하늘 아래 날아다니는데, 관객들이 그걸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게 의문이었어요. 그보다 더 중요했던 건, 비웃음을 사지 않는 것이었죠. 이 영화에 냉소적인 요소는 없거든요. 그렇다고 저희가 장난처럼, ‘농담이었어요!’ 하고 얼버무릴 수도 없는 것이고…. 이 영화는 역설적일 수는 없었어요. 이 영화에 그 정도의 여유는 용납되지 않았으니까. 정말 진심에 가까운 영화니까요.
우습게 보일까 봐 겁났던 거예요? 그럴 가능성이 더 컸죠, 사실.
그랬다면, 정말 이상했을까요? 그게 제가 지향한 목표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자신한테 도전을 청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겠죠. 하지만 그와 동시에 뭔가 가치를 느끼기도 했어요.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게 통했다고 보세요? 현재 시기가 시기인 만큼,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정말 그런 것과는 무관하니까.
#5 경력이 차츰 쌓여갈쯤, 그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된다. 어머니와 더 가까이 지낸 고슬링은(어머니는 지금 이곳 헝가리에 산다.) 어머니가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얘기한다. 하지만 그가 처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 그는 아버지가 아들의 성공에 너무 열중하는 것에 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한 적이 있다.(예를 들어 “결국 제가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을 때, 외쳤죠. 더 이상 아버지가 자랑삼을 만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요”라고 말한 인터뷰.) 그로 인해 당시 라이언 고슬링과 아버지 사이에는 왕래가 없었을 거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랬을지언정, 지금은 아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상황이 복잡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세요? 굉장히 재미나요. 늦은 저녁에 조니 카슨(토크쇼)이 무대에 오르기에 앞서 하는 인사말이나 독백을 보라고 종종 깨웠을 정도로요. 코미디 듀오 아봇과 코스텔로 쇼도 보게 하셨죠. 그것들이 특별하다는 걸 알고 계셨어요. 제가 그런 걸 이해하길 바라셨나 봐요. 아직도 그때 방송들을 좋아해요. 어머니는 학구적인 편이에요. 5년 전 학교로 돌아가더니, 선생님이 됐어요. 여기 헝가리에 있는 동안에만 500단어를 알 정도로. 저는 그런 면에선 어머니와 동등하지 않지만, 어머니가 갖고 계신 호기심은 저에게도 존재해요.”
어머님이 예전 냉장고에 아놀드 슈워제네거 사진을 붙여놨던 게 정말 사실이에요? 네, 맞아요.
그건 정말 혼란스럽네요. 어떤 사진이었어요? 상체를 벗은 채 말 위에 앉아 시가를 태우는.
그게 뭐죠? 부모님이 보디빌딩에 잠시 심취하신 적이 있어요. 아버지는 루 페리그노 팬이었어요.(예전 TV에서 헐크 역할을 맡았던.) 어머니는 아놀드를 좋아했고요.
두 분이 모르몬교 보디빌더였다는 거예요, 그럼? 아버지가 더 열정적이긴 했어요. 80년대에는 대중적으로 그런 게 유행하긴 했어요. 적어도 그런 이미지는요. 아닌가?
제가 기억하는 80년대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런가 보네요. 저도 친구들 집에서 < Muscle & Fitness > 잡지를 보진 못했으니까.
고슬링은 배우 에바 멘데스와의 사이에 두 딸이 있다. 첫째는 두 살이고 둘째는 작년 4월에 태어나, 지금 이곳 헝가리에 함께 와 있다.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기를 갖는다는 게 어떤 건지 들어왔잖아요. 신랄할 정도로, 모두 사실이에요. 저도 어느 정도 예상한 건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게 뭔지 절대 알 수 없을 거예요.”
어떤 거죠? 제 경험에 한정된 것이겠지만, 에바는 꿈 같은 엄마고, 아이들 역시 꿈 같다는 점요. 지금도 꿈꾸고 있는 듯한…. 계속 그래요. 운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럴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는 사실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아이를 원하는지 확신하지도 못했었으니까, 그런 판타지는 없었어요. 정말 놀랍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행된 거죠. 의도적인 부분은 하나도 없었어요. 그저 갑자기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다른 것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일종의 혼란이 있어요. 어떤 면에서는 자발적으로 그런 상황에 처하게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게 집에 있는 이상, 굳이 그걸 외부에서 찾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달콤한 종류의 혼돈이네요. 아마도 그런 종류는 아닌 것 같고, 초현실적인 동시에 잔잔한 아름다움이지 않을까요.
결손 가정에서 자라 부모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올바르게 헤쳐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그런 걸 느끼세요? 그럼요. 물론 지금 당장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는 많이 없지만, 아이들을 보면 그들이 좋은 부모를 필요로 한다는 걸 깨닫게 돼요. 그러고 나면 이제 무조건적으로 포기할 부분이 생기고, 계속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
새롭게 부모가 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 중의 하나는, 자신들의 자식이 나왔을 때 두 부모의 어떤 종류의 융합이길 바란다는 거예요. 그러다 갑자기 그런 것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이 완전히 독립적인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안심이 될 것 같아요. 자신이 갖고 있는 아픔이나 살면서 불편하게 느꼈던 것들을 갖고 태어나면 어쩌나, 당연히 걱정이 되겠죠. 하지만 그들은 당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놓일 때가 있어요. 그러고 나면 또다시, 제가 비록 부모가 된 시간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갈수록, 포기해야 할 부분이 또 생기는 거죠.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촬영 현장에 가족이 모두 와 있다는 사실이 영화를 만드는 경험에 어떤 변화를 주나요? 현장에 놀러 오기도 해요. 뭔가 보여주고 나눌 게 있다는 건 좋은 것 같아요. 특별히 첫째 딸과는 더 그래요. 딸이 왔을 때 세트는 이미 다 만들어져 있었는데, 정말 놀라운 장인 정신이 깃든 세트장이었어요. 재봉사가 만든 의상들 하며, 정말 모든 미세한 부분의 세부 사항까지 일일이 관심을 기울인 이곳을 첫째 딸이 꼭 봤으면 했거든요.
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긴 해요? 잘 모르겠어요. 해리슨 포드와 싸우는 장면을 찍은 날인데, 촬영 중간에 소리치더라고요. “아빠가 이기네!”. 그전엔 “오, 잘 싸우는데”라고 말하는 딸을 향해 해리슨 포드가 갑자기 묻더군요, “나는 어때?”
#6 그는 어릴 적부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도 항상 그것과는 전혀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나도 바라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바라봐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내가 보일 때도 있고, 이 모든 걸 코피를 흘리면서 지켜보는 나도 보여요.”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해주길 바라요? 경멸하지 않고 깊은 후회가 없는?
당신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 게 걱정되는 거죠? 글쎄요, 인터넷 시대에, 전 최악의 시나리오를 알고 있어요. 더 이상의 수수께끼가 없다는 것.
그가 웃는다. “비밀이 없어요. 의견을 제시할 구역은 있는데, 거기에 들어갈 수가 없는 거예요. 새로운 욕실의 벽처럼.”
라이언 고슬링의 다른 삶은, 인터넷상의 사람들이 그를 위해 창조해낸 그림자 페르소나다. “Hey Girl” 이라는 밈(Memes, 국내에서 흔히 쓰는 ‘짤’과 비슷한 의미로 통용된다.)을 통해서 가장 잘 표현되고 있는 이 페르소나는 라이언 고슬링을 남성적인 면을 간직 하면서도 섬세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친구로 나타낸다. 그리고 이 현상은 철저히 확대된다. 출판된 책 중엔(비공식) <라이언 고슬링을 사랑해야 하는 100가지 이유>와 라이언 고슬링 테마의 그림책을 비롯 <페미니스트의 지표물 라이언 고슬링: 페미니스트 이론(상상하셨듯)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섬세한 영화 배우로부터>가 있다. 정말 특이한 점은 하필 이런 것들이 왜 라이언 고슬링을 테마로 탄생했냐는 물음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어떻게 직관적으로 막대한 청중에게 환대를 받을 수 있었냐는 거다. 화면 밖의 고슬링은 과묵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피하는 경향인 반면, 스크린 속의 그는 일반적으로 아픔과 복잡한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는 캐릭터(두드러진 예외가 하나 있지만)를 소화한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개념을 거의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저 두드러진 하나의 예외는 물론 <노트북>의 캐릭터지만, 10년도 전에 맡은 그 역할 하나만을 가지고 이 거대한 현상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나?
“미국이 마침내 캐나다로 불리는 장소가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 과정이지 않을까요. 근방이라는 것,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결국 같다는 것. 무료로 교육과 의료보험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요.”
그러니까 지금, 사람들이 당신을 완벽한 남자친구로 간주하는 실제 이유가? 캐나다인, 캐나다적인.
그게 답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그 명목이 사랑스럽긴 하지만. 흠(웃음). 근데 그 명목이 이치에 맞는 유일한 사실 아닐까요. 솔직히, 트뤼도 총리를 보세요. 그가 얼마나 혁신적인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하지만 캐나다적인 관점에서 볼 땐 캐나다인으로서 그저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그 일들이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으로 다가가는지 보세요.
지금 유튜브에 가면 트뤼도 총리가 라이언 고슬링의 ‘Hey Girl’ 밈을 언급하는 클립이 있을 정도예요. 그거야, 그분한테 설명해준 사람이 있었잖아요. 제 생각엔 저보단 그분의 사진을 이용하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존하는 평범한 사람은 이룰 수 없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그 밈들을 보면,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섬세하고 기다릴 줄도 알며 생각이 깊고 심지어 단호한 남자예요. 세상에 현존한 어떤 남자보다. 말도 안 되는 거죠.”
그럼 왜 당신이 그렇지 않은지 선언을 하실래요? 아님 저희가 해드릴까요? 제가 캐나다인이라는 이유 말고는 정말 뭐.
이게 당신을 괴롭히나요? 아님 웃긴가요? 그저 끊임없는 대화의 시작점이 되는 건데,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어디에나 있잖아요. 길가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니까요. 심지어 예전엔 사람들이 저보고 화를 내더라니까요. ‘Vine’에 있는 영상들 중에 누군가 제가 했던 영화 한 장면을 시리얼 한 스푼을 거절하는 듯한 모습으로 편집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제게 뭐라 한마디씩 했죠.
저도 그 시리얼 영상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아이디어가 재밌긴 했어요. <드라이브>를 보면서 시리얼을 먹다가 화면 속 제 모습을 향해 시리얼을 건넸고, 영화 속 제가 마치 그걸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게 편집한 거예요. 그리고 ‘Vine’ 에서 그게 계속 반복됐는데, 계속 더 우스워지는 거죠. 결국엔 사람들이 제게 다가와 그 클립에 대해 물어보게까지 되는 거예요. 인터넷이란 공간은 정말이지 너무나 추상적인 곳이에요. 물론 저도 어떤 한 부분이 되기도 했지만, 그냥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해요. 너무나 이상한 기분이죠. 자기가 포함된 현상인데 어떤 일이나 행동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익숙해지기엔 정말 이상한 거죠, 왜냐하면 저는 제가 하는 얘기와 그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관해 신경을 쓰는 편이거든요. 아무리 긍정적인 문자라 해도, 인용된다는 거 자체가, 그리고 제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요. 이건 마치 추락을 대비해 미리 짜고 하는 일 같은 거예요. 하지만 웃긴 건 사실이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뭐예요? 제가 고양이랑 디즈니에 있는 밈이 있는데, 꽤 웃겼어요. 누군가 그중 몇 개를 제게 보냈어요.
아무리 유명인이라지만 이런 게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도대체 왜? 저도 몰라요. 사람들에게는 파비오 란조니(모델)가 롤러코스터를 타다 비둘기에게 얼굴을 맞은 거와 비슷한 거라고 설명을 하긴 하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어쩔 때는 제가 파비오인 건지 아님 그 비둘기인 건지 헷갈려요. 그날 기분에 따라.
이제 그가 가야 할 시간. 고슬링은 약속에 이미 늦었다. 우리 둘 다 커피를 두 잔씩 들이켰다. 고슬링이 돈을 내려고 하지만, 웨이터가 물물교환을 제안한다. “드릴 게 없는데, 그냥 제 사진 찍으세요.” 그것이 고슬링이 선택한 계약이든 아니든 간에, 그것을 거절하는 것 보다는 받아들이는 게 쉬울 것이다. 이 세상에 아무리 많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도,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건 극소수일 뿐. 그래서 그는 받아들이고 걸어 나간다. 추정하건대, 자신의 수많은 역할이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암흑 속으로.
- 에디터
- 글 / 크리스 히스(Chris Heath)
- 포토그래퍼
- CRAIG MCD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