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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슈프림을 살 수 없는가

2017.06.21GQ

슈프림의 제품을 사기 위해선 1,000분의 1초를 생각해야 한다. 봇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 게임을 지배한다.

크리스가 돌아왔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되었고 대학 첫 학기가 끝난 여름이다. 두 사람은 하품을 해가며 트윗을 올리고 이메일을 확인하지만, 사실 9시를 기다리고 있다. 매주 목요일 아침 9시, 그들의 웹사이트가 열린다. 맷과 크리스의 웹 봇을 구입할 수 있는 유일한 1시간이 시작된다.

마침내 때가 되었다. 1분 만에 10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9시 4분에는 20건으로 늘었다. 영국, 한국, 홍콩 등지에서 사람들이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 사진을 보고 있다. 관심을 끄는 제품이 있으면 주소와 결제 정보를 입력한다. 모자는 10달러다. 티셔츠는 15달러, 후디는 20달러. 분명히 말하는데, 이건 셔츠, 모자, 후디 가격이 아니다. 어패럴 브랜드 슈프림이 11시에 웹사이트와 매장을 오픈할 때 이 물건들을 구입할 기회를 위해 내는 돈이다.

미국 동해안을 따라 2천 킬로미터가량 위에 있는 맨해튼에서는 사람들이 – 주로 남성들이 – 슈프림의 뉴욕 매장 앞에 줄선 채 맷과 크리스의 웹사이트를 클릭하고 있다. 똑같은 이유다. 제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슈프림 서브레딧에서는 이미 런던과 파리에서 운 좋게 ‘득템’한 사람들이 사진을 올리고 있다. 어떤 제품을 볼 수 있을지 알려주는 귀중한 예고편이다.

9시 55분에는 맷과 크리스의 사이트 방문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한다. 문제는 이번 목요일에는 고객들이 돈을 별로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슈프림은 매주 시즈널 컬렉션을 조금씩 내놓는다. 맷과 크리스는 예전부터 나올 예정이던 에버라스트 복싱 백이 이번 주에 나오길 기대했다. 적어도 스케이트보딩의 전설 마크 곤잘레스가 디자인한, 나비로 뒤덮인 2백달러짜리 농구공 정도는 나오길 바랐다.

그러나 이번 제품들 중 메인은 80년대 자메이카 음악가와 협업해서 만든 티셔츠 시리즈였다. 하이퍼비스트, 즉 스트리트 웨어와 스니커 브랜드에 집착하는 10~20대의 소비자들은 바링턴 레비의 댄스홀 스타일링을 알기에 너무 어리다. 슈프림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기 전, 맷과 크리스가 사이트를 닫고 세부 항목을 확인한다. 주문은 총 38건이다.

“자, 이제 10시 59분이야.” 크리스가 컴퓨터 두대 사이를 오가며 말한다. 맷은 전화를 들고 그 뒤에 서서 크리스의 어깨너머로 지켜본다. 불안한 듯 양발을 번갈아가며 제자리에서 뛰는 중이다.

11시가 되자마자 그들의 봇은 슈프림 서버에 접속한다. 고객 38명의 쇼핑 리스트와 신용카드 번호를 지니고 서버에 들어가 효율적으로 결제를 완료한다. 슈프림의 복잡한 웹사이트에 들어가 클릭을 해가며 결제 정보를 일일이 입력하는 온라인상의 인간들을 쉽게 따돌린다. 인간이 온라인 결제를 채 마치기 전에 모든 제품이 다 팔려버린다.

성 밝히는걸 거부한 크리스는 지메일의 보낸 편지함을 확인한다. 방금 보낸 메일이 38통이다. 주문에 성공한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발송되는 메일들이다. 완료까지 총 19초 걸렸다.

맷과 크리스가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5년이다. 슈프림에 푹 빠져 있던 두 사람은 이런 집착이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불과 몇 달 만에 큰 성공을 거뒀다. 슈프림이 나이키의 에어 조던 5 스니커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컬러는 세 가지였는데, 스니커 팬들은 이를 ‘컬러웨이’라고 부른다. 화이트, 블랙, 데저트 카모였다. 그날 맷과 크리스는 구입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한 켤레당 1백 달러를 받았다. 한 컬러에 2백 건 정도의 주문이 들어왔고, 두 사람은 5초 동안 약 20만 달러를 벌었다. 크리스와 맷은 ‘슈프림 세인트’ 봇으로 얼마나 버는지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들은 유한회사를 만들었다.

2백 달러짜리 스니커를 구입하는 기회를 얻으려고 1백 달러를 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차피 슈프림은 당신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다. 1994년 론칭한 이래, 슈프림은 전통적 소비 지상주의를 뒤엎으며 컬트적 팬덤을 이루었다. 지금도 플래그십 스토어인 슈프림의 첫 매장은 스트리트 웨어라는 콘셉트가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을 때 맨해튼 소호에 문을 열었다.

맷의 부모님 집 밖에 앉은 맷과 크리스.

맷의 부모님 집 밖에 앉은 맷과 크리스.

“평범한 슈프림 티셔츠는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SHIT HAPPENS’ 라고 새겨진 강철 지렛대도 마찬가지다.”

슈프림을 만든 제임스 제비아는 매장 디자인을 통해, 슈프림은 스케이터들만을 위한 스케이트 숍임을 분명히 전달했다. 하루 종일 스케이터들이 숍에 어정거렸다. 다락을 개조한 것 같은 공간의 가운데 테이블이나 매대가 없어 보드를 타고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직원들은 불친절하기로 악명 높았고,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옷을 만져 보지도 못하게 했다. 헤비메탈이나 공격적인 뉴욕 힙합이 요란하게 울렸다. 일부러 가고 싶지 않게 만든 것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태도는 살아남았다. 슈프림은 일부러 모든 제품을 소량만 만들어 완판시키고, 사람들은 물건을 손에 넣기 위해 애써야 한다. 한번 다 팔리고 나면 매장에 재입고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평범한 슈프림 티셔츠는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티셔츠뿐만 아니라 키체인, 모피 배터리 팩, 뉴욕 메트로카드, 라멘 그릇, 침낭, 심지어 손잡이에 ‘SHIT HAPPENS(안 좋은 일도 생기는 법이지)’라고 새겨진 18인치 강철 지렛대도 마찬가지다. 뭐든 나왔다 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중고 시장에 나타나기 전에 슈프림 제품을 손에 넣는 방법은 세가지뿐이다. 슈프림 매장 10곳 중 하나에 가기, 2006년에 생긴 웹 숍에서 사기, 런던, 뉴욕, 베이징, 싱가포르, 도쿄에 매장을 둔 하이엔드 부티크 도버 스트릿 마켓에서 사기. 그러니 이베이의 재판매자들과 위탁 판매점에 엄청난 웃돈을 주고 싶지 않다면(이런 곳에서는 슈프림 조던 5 스니커가 4백50달러를 넘는 일이 흔하다) 최선의 선택은 봇이다. 봇을 통해도 소매가보다는 비싸지만, 나중에 이베이에서 사는 것보다는 저렴하며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민트 컨디션’의 제품을 받을 수 있다.

당신도 아마 슈프림 옷을 봤겠지만 별 생각 없었을 것이다. 슈프림은 실용적 미학을 유지한다. 슈프림 로고는 빨간 사각형 안에 푸투라 폰트로 ‘Supreme’이란 흰색 글씨가 들어 있는 것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숨은 기호학이 있다. 스트리트 웨어의 핏줄에는 힙합의 샘플링 정신이 흐른다. 디자이너들은 예전부터 새로운 작업을 만들 때 다른 로고와 심벌을 차용해왔다. 슈프림의 빨간 로고는 콘셉추얼 아티스트 바버라 크루거에게서 빌려온 것이다. 크루거는 종이 쇼핑백에 빨간 사각형을 넣고, 그 안에 흰색 푸투라 폰트로 ‘I SHOP THEREFORE I AM(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몇 년 뒤에 슈프림 로고를 알게 된 크루거는 “전혀 쿨하지도 않은 멍청이들이 어처구니없는 황당한 짓을 저질렀군”이라고 반응했다.) 2004년, 슈프림은 10주년 기념으로 케이트 모스가 출연했던 90년대 초반 캘빈클라인 광고 사진 위에 슈프림 로고를 얹은 티셔츠를 냈다. 2012년, 슈프림은 자기 꼬리를 먹는 신화 속의 뱀 우로보로스 같은 행동을 했다. 케이트 모스가 슈프림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넣은 티셔츠를 냈다. 이것 때문에 인스타그램 계정이 생겼고, 수많은 레딧 포스트가 올라왔고, 심지어 책까지 한 권 나왔다.

신상품 발매 전에 맷의 침실에 있는 두 사람.

신상품 발매 전에 맷의 침실에 있는 두 사람.

이런 ‘아는 사람만 안다’는 사고방식, ‘스트리트 웨어 쿨’의 배타적 성격 때문에 슈프림이 매주 내놓는 제품들을 둘러싼 광란이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수요일 오후가 되면 목요일 오전에 나오는 제품들을 사기 위해 뉴욕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 모여든 사람들이 두 블록에 걸쳐 줄 서는 게 보통이다. (이를 모르는 관광객이 수요일 밤 그 옆을 지나가며 “저거 애플 매장이야”라고 말하는 걸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호 지역 주민들을 배려해 슈프림에서 티케팅 절차를 만들었다. 정해진 공원에 가면 경비원들이 입장권을 나눠준다. 티켓 수는 한정되어 있다. 이 공원들에도 인파가 몰려든다.

하지만 매장 방문의 어려움은 온라인 쇼핑에 비하면 시시할 정도다. 슈프림 웹사이트의 구매 페이지에는 컬러와 패턴만 보여주는 작은 사각형 사진만 죽 나와 있다. 클릭해보면 사진 속의 아이템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밀리아노 자파타의 사진을 클릭하면 1백88달러짜리 퀼트 워크 재킷이 나온다. 브라우저에서 돌아가기를 누르고 다른 사각형을 누르면 2백78달러짜리 라벤더 아노락이 나온다. 이 제품들은 예외없이 완판된다. 몇분 동안 이런 지루한 검색을 하다 아래를 보면 페이지 하단에 밝은 회색으로 ‘전부 보기’라는 링크가 있다. 2006년 론칭 이래 변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의도적이었다. 처음 온라인 스토어를 고려할 때, 제비아는 알쏭달쏭하고 브랜드 성격에 맞는 온라인 스토어를 원했다. 그래서 신상품은 목요일 오전 11시에만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여러 건 있었으나 제비아는 무시했다.) 그는 그렇게 문화를 만들었다. 소비자들은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이 있다는걸 알고 계속해서 돌아왔다. 희귀함과 꾸준함이 시장을 주도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웹사이트가 생겼을 때만 해도 슈프림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스케이터들이었다. 그러나 다른 하위 문화들과 함께 스트리트 웨어가 인기를 얻자 슈프림의 명성은 커졌다. 랩 그룹 오드 퓨처는 2010년 무렵 로스앤젤레스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밀레니얼 세대 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강간에 대해 랩하고 16마디 안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욕을 다 집어넣는 얼 스웨티셔트, 레프트 브레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은 슈프림만 입는 것 같았다. 한편 슈프림은 점점 더 폭넓은 브랜드들과 파트너를 이뤘고, 이 예상치 못한 협업에 끌리는 새로운 소비자들도 나왔다. 에버라스트의 한정판 복싱 글로브, 엄브로 축구 져지, 노스페이스 윈터 재킷에 슈프림 로고가 등장했다.

2010년대 초반 슈프림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가 되었다. 2014년 봄에는 나이키의 농구 스니커 폼포짓 협업을 발표했다. 슈프림은 여러 해 동안 스니커 기업들과 협업해왔지만, 폼포짓은 스니커 팬들이 특히 아끼는 아이템이었다. 갑자기 슈프림의 고객층이 확 넓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한정판에 익숙하고, 한정판을 얻으려 진을 치는게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제품 발매일은 4월 3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전날 오후 7시에 3천 명이 넘는 사람이 슈프림 매장으로 몰려들어 세 블록 반에 걸쳐 줄을 서고 도로까지 차지했다. 경찰은 매장이 문을 열기도 전에 닫으라고 명령해야했다. 그때 슈프림은 결단을 내렸다. 이 정도의 인기 제품을 낼 때는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겠다고 말이다.

뉴욕 라파예트 가에서 슈프림 신제품을 기다리며 줄 선 사람들. 2017년 2월.

뉴욕 라파예트 가에서 슈프림 신제품을 기다리며 줄 선 사람들. 2017년 2월.

그 다음이 슈프림 에어 조던 5였다. 슈프림은 수십만 명의 스니커 광들과 슈프림 팬들이 몰려들어도 다운되지 않도록 몇 달에 걸쳐 온라인 스토어를 가다듬었다. 단 한 번도 다운되지 않았다.

쇼핑 봇들이 득세하게 만든 것도 스니커계였다. 2012년에 나이키는 에어 조던 도언베커 9을 출시했다. 굴곡이 많은 화이트 하이탑으로, 밀 줄기 같은 트림이 있었다. (사실은 손으로 칠한 닭털이었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의 도언베커 어린이 병원 환자인 11세의 오스왈도 히메네즈가 디자인한 것이었다. 이 병원은 기금 모집을 위해 나이키 조던 시리즈와 협업을 시작했다.

이 신발을 발표하며 나이키는 그간 실험해오던 마케팅 테크닉을 이용했다. 발표 시기를 트위터에 올렸다. 구입하려면 트위터의 다이렉트 메시지로 이름과 사이즈를 예약해야 했다. RSVP나 마찬가지였다. 테크놀로지에 훤한 일부 스니커 광들은 트위터 API 스트림을 검색해 ‘도언베커’, ‘지금 RSVP’ 같은 키워드들을 검색해 트윗이 올라오자마자 자동으로 답을 보내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트윗이 나오자마자 그 영향이 명백히 느껴졌다. “클릭해서 이 신발들을 사는 건 불가능했어요.” 대학생 나이인 일리노이 주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말한다. 그는 후에 Heated Sneaks’라는 봇을 만들었다. 도언베커가 그냥 빨리 매진되는 게 아니라,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빨리 매진된다는 걸 깨달은 팬들도 있었다.

휴스턴에 사는 32세 전기 엔지니어 아키미 오모레지는 스니커를 250켤레 정도 가지고 있다. 도언베커를 사지 못한 그는 다음 번엔 꼭 살 수 있도록 자동 답변 트위터 봇을 만들었다. “0.1초 동안 DM을 수백 개 보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봇을 만든 사람은 오모레지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는 이 아이디어를 확장시켰다. 봇을 브랜드화하고 데스크톱 버전을 다른 사람들도 공짜로 쓸 수 있게 했다.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도 스니커를 갖고 싶어 하긴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는 자신의 봇에 RSVP 스나이퍼라는 이름을 붙였고, 2013년 2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봇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면서 스니커를 좋아하는 컴퓨터 전문가들이 점점 더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4년에 한 스니커 팬은 어나더 나이키 봇을 만들었다. 곧이어 뉴저지에서는 베터 나이키 봇이 등장했다. 코네티컷의 십대가 만든 이지캅 봇이 등장했다. 스니커 회사들이 사이트 디자인이나 결제 절차를 바꾸면 봇 제작자들은 서로 협력했다. 봇 제작자들 최초의 목표는 나이키였지만, 슈프림이 종잡을 수 없이 굴자 곧 그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어느 팬의 슈프림 뉴욕 메트로카드 컬렉션.

어느 팬의 슈프림 뉴욕 메트로카드 컬렉션.

슈프림을 노리는 봇들은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슈프림 세인트 같은 간단한 장바구니 서비스다. 맷과 크리스는 자신들의 서버에서 봇을 운영한다. 이런 봇은 웹 유틸리티나 마찬가지다. 구매자가 상품을 고르고 결제 및 운송 정보를 제공하고, 봇은 사전에 정해진 시간에 구매한다. 슈프림 세인트 봇은 단순함과 속도를 위해 한 번에 각 상품을 하나씩만 살 수 있다. 게토 보이스의 1991년 앨범 < We Can’t Be Stopped > 표지가 프린트된 슈프림 쿠션을 사려는 소비자라면 이걸로 충분하다.

그러나 이지캅 봇처럼 다운로드 가능한 앱 기반의 봇이라면 소비자들은 결제 절차에서 잠깐 시간차를 두어 보안 관리를 속이는 등의복잡한 세팅을 할 수도 있다. 이지캅은 웹을 건너뛰고 서버와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 무제한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슈프림이나 나이키가 반칙임을 의심하고 주문을 거부할 경우, 수없이 많은 계정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이지캅은 대량으로 구매하는 재판매 업자들에게 더 유용한 서비스다.

둘 중 어떤 쪽이든 돈은 잔뜩 벌 수 있다. RSVP 스나이퍼를 만든 오모레지가 전기 엔지니어로 버는 돈은 봇으로 버는 돈에 비하면 시시하다. 슈프림이 조던 5를 내놓았을 때 그는 25만 달러를 벌었다. 이지캅을 만든 십대는 자기 앱의 슈프림 버전을 5백95달러에 판다. 2016년 중반, 그 앱을 산 사람은 500명이 넘었다. 30만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고, 이 십 대가 파는 앱은 이것 말고도 4개가 더 있다.

슈프림 세인트는 봇이 아닌 트위터 계정과 블로그로 시작했다. 맷은 폼포짓 때문에 대혼란이 일어났던 2014년 슈프림 세인트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와 크리스는 플로리다에서 아침 6시(영국에서는 슈프림 온라인 드롭이 시작되는 오전 11시다)에 일어나 프록시 서버를 이용해 슈프림의 유럽 웹사이트에 들어간다. 슈프림은 모든 웹사이트에 같은 URL 포맷을 쓰기에, 맷은 영국 링크를 그냥 복사해서 워드프레스 블로그에 올렸다. 그러므로 미국 시간 11시, 사람들은 미국 사이트에서 자기가 원하는 아이템을 클릭하기만 하면 무료로 비효율적인 슈프림 홈페이지를 거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었다. 슈프림 세인트의 팔로워는 곧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슈프림 세인트를 누가 운영하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슈프림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들의 링크 시스템 전체를 파괴한 셈이거든요.” 맷이 말한다. 영국 사이트의 초기 링크들을 올리기 시작한 지 1년 정도 후 슈프림은 URL 포맷을 바꾸었다.

미국에서는 런던 URL을 쓸 수 없었다. 맷과 크리스의 사업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몇달 뒤 나이키 봇을 만든 해외 코더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들은 슈프림 장바구니 툴에 컬래버레이션하고 싶어 했다. 맷과 크리스는 이들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 있겠다 싶어 손을 잡았다.

“이들은 그저 슈프림을 사랑한다. 맷은 부모님 집 부엌에 슈프림 소화기를 놔두었고, 포장도 뜯지 않은 슈프림 상품들이 옷장에 가득하다.”

이들은 몇달 동안 웹 인터페이스, 장바구니 봇을 디자인하고 만들었고, 맷과 크리스는 마케팅 작업을 했다. 사람들이 봇을 쓰기 시작할 때도 이 둘은 거의 익명을 유지했다. 사실 이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다들 슈프림 세인트가 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인트가 플로리다 치폴레에서 여름 동안 일한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한 사람, 보스턴의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이 루머들은 모두 옳았다. 맷의 키는 176센티미터 정도지만 미식축구 선수 같은 몸집 때문에 더 커보인다. (그는 고등학교 팀에서 디펜시브 태클을 맡았다.) 옆머리는 짧지만 정수리 부분은 신경 써서 잘 다듬었다. 수염이 나지 않는 턱 한가운데 작은 세모 모양 부분을 빼면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다. 크리스는 맷보다 키가 더 작고 말랐다. 얼굴은 넓고 아디다스 홈페이지의 실체를 이야기할 때처럼 흥분할 때면 눈썹이 춤을 춘다. 그는 보스턴의 대학에서 사진과 영화 제작을 공부하고 있다. 유튜브 튜토리얼과 코드카데미를 통해 슈프림세인트 웹사이트의 초기 버전을 만드는 방법을 독학했다.

봇의 법적 지위는 애매하다. 뉴욕과 캘리포니아는 행사 티켓 구매봇을 불법화했고, 2016년 연방 봇 법에 따르면 봇의 티켓 구입은 불법이다. 봇의 표적이 된 기업이 봇 제작자를 고소한다면 승소할 확률이 높다. 다만 기업이 고소를 하는 경우다. 스니커나 의류를 생산하는 기업이 봇 제작자를 고소한 사례는 없다. 얼버무리는 식의 대응만 해왔다. 아디다스는 스니커를 예약만 할 수 있는 ‘Confirmed’라는 앱을 만들었다. 앱으로 예약한 다음 특정 도시의 소매점에서 살 수 있다.

“상품의 수요가 있을 경우, 우회로를 찾아내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에요. 컨펌드에서는 절대 이런 건 할 수 없죠.”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였던 브랜든 비티가 말했다. 마찬가지로 나이키는 자체 쇼핑 앱을 업데이트해 스니커를 살 수 있게 했다. (봇이 개입할 수 없는 앱이라고 나이키는 주장한다.)

봇 제작자를 고소하면 슈프림의 ‘쿨 가이’ 이미지에 흠집이 날 것이다. 하지만 슈프림은 몇 년 전부터 몰래 전쟁을 준비해왔다. 제품 구입 성공률이 지나칠 정도로 높은 IP 주소들을 접속 금지하고, 흔히 쓰이는 쇼피파이 e커머스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지 않는, 개입이 더 어려운 웹 인프라스트럭처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크리스는 봇의 성공률을 낮출 수도 있는 변화를 찾으려 슈프림 사이트의 소스 코드를 몇 시간 동안이나 살폈다. 신용카드 승인 코드를 어디에 입력해야 할지 봇이 찾기 힘들도록 코드 뒤에 마침표를 하나 더 넣는 식의 변화를 주곤 한다고 크리스는 말한다. 슈프림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쉴 새 없이 살펴야 한다.

슈프림도 알고 있다. 디지털 거래 기업 스플레이의 창업자이자 슈프림 온라인 비즈니스를 만든 새뮤얼 스피처에 따르면 슈프림은 모든 걸 알고 있다. 누가 봇을 쓰는지, 어디서 봇을 구하는지, 봇으로 뭘 사는지 다 안다고 한다. 슈프림은 재판매자들이 아닌 진짜 고객들, 즉 “옷을 사서 실제로 입고 싶어 하는 주요 소비자들”에게 충실하다고 스피처는 말한다. 박스 로고 스웨트셔츠가 발매된 12월 8일에는 웹사이트 페이지 뷰가 9억 8천6백33만5천1백33건에 달했고, 해당 서버의 구매 시도는 19억 3천5백19만5천3백5건이었다. 출시일 하루에 30억에 육박하는 상호작용이 있었던 셈이다. (스플레이는 나중에 이 트윗을 지웠다.) 봇들이 우글거렸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지만, 스피처는 이 봇들이 슈프림의 핵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맷과 크리스는 자신들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린 편법을 쓰는 게 아니에요. 강제로 난입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크리스가 항변했다. “우리는 슈프림이 물건을 더 빨리 팔고 더 많이 버는 걸 돕는 거예요.” 맷이 합리화한다. 옆에서 크리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구멍은 앞으로도 언제나 있을 거예요.”

슈프림도 구멍을 막으려 애쓸 것이다. SS 시즌 첫 드롭에 맞춰 슈프림은 1분 정도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다가 갑자기 닫고, 들어왔던 IP주소 대부분을 블록했다. 3월 말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했다. 사이트에 ‘캡차’를 추가한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봇들은 홈페이지를 바이 패스하고 아이템 페이지로 곧바로 들어가 결제하곤 했다.

이제 구매자들은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해야 했다. 하지만 봇은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몇시간 만에 이지캅 봇과 히티드 스닉스는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캡차를 피할 수 있는 새 도구들을 사용하는 영상도 첨부되어 있었다. 한 영상에서 이지캅을 만든 코네티컷의 십 대는 릴우지 버트의 연주곡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이지캅의 인터페이스를 클릭하며 캡차를 통과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 사용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나 크리스와 맷에겐 큰 영향이 없었다. RSVP 스나이퍼든, 이지캅이든, 히티드 스닉스든, 보안 문제 해결은 다른 봇을 만드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라지. 슈프림 세인트는 고객들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맷과 크리스는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나온 모든 슈프림 제품의 이미지를 담은, 팬들을 위한 온라인 카탈로그다. 이런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슈프림의 제품들은 나왔다 하면 사라진다. 맷과 크리스의 가상 박물관에는 이베이 등의 거래 사이트 링크가 들어갈 예정이다. 선물 가게를 통해 나가는 슈프림 박물관인 셈이다.

이 아이디어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그저 슈프림을 사랑한다. 맷은 부모님 집 부엌에 슈프림 소화기를 놔두었고, 포장도 뜯지 않은 슈프림 상품들이 옷장에 가득하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드롭을 놓친 적이 없다. 크리스는 슈프림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2012년에 받은 구매 확인 이메일을 자랑하며 지금도 미소 짓는다. 그들은 슈프림이 마이애미에 매장을 여는 날을 꿈꾸며 어느 지역이 될까 상상한다. 그럴 일이 없으리란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맷과 크리스는 자신들을 흉내 내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트위터 계정을 만든 이후 슈프림 세인트의 명성은 커져갔다. 얼마 전에 맷은 아버지와 시카고로 여행을 다녀왔다. 맷이 세인트 계정으로 여행에 대한 트윗을 올렸고, 그걸 본 나이키 조던 매장 매니저는 맷 부자를 초청해 매장 위 비밀 코트에서 농구를 하게 해줬다. 매니저는 맷이 누군지 몰랐지만, 그건 중요치 않았다. 슈프림 덕택에 세인트는 영향력을 얻었다.

 

슈프림다운 랜덤 2016년 8월, 슈프림은 로고가 찍힌 벽돌(정말로 그냥 평범한 붉은 벽돌이었다)을 발표했죠. 몇 초 만에 매진됐고, 이후 이베이 매매가는 1천 달러까지 올라갔어요. 소비자들을 놀리는 것일지도 모를 괴상한 액세서리를 낸 것은 그게 처음이 아니었어요. 슈프림 제품이든 랜덤하게 고른 듯한 다른 기업과의 협업이든, 슈프림 로고가 찍힌 거라면 팬들은 뭐든지 살 거라는 사실이 여러 차례 증명됐죠. – 렉시 팬델

액세서리 쇠 지렛대: 32달러 모래시계: 24달러 에어 혼: 20달러
협업 슈프림 × MTA 메트로카드 (탑승이 2번 가능하도록 충전되어 있음): 5.50달러
슈프림 × 비브람 파이프 핑거스: 1백25달러
슈프림 × 어린이 소화기: 60달러

하이프 인플레이션 슈프림이 처음 ‘드롭’을 시작했을 때, 슈프림의 인기 상품들은 당시 나오던 비디오 게임보다도 딱히 비싸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들의 열혈 팬들이 몰려들었고, 2차 시장에서 ‘하이프비스트’ 제품들을 사들이는 데 큰돈을 쓰기 시작했죠. – 렉시 팬델

2016 박스 로고 후디드 스웨트 셔츠 블랙.

2016 박스 로고 후디드 스웨트 셔츠 블랙.

소매가: 1백48달러  재판매가: 8백 달러

 

2014 20주년 박스 로고 티셔츠

2014 20주년 박스 로고 티셔츠.

소매가: 32달러 → 매가: 7백 달러

 

2004 케이트 모스 10주년 로고 티셔츠.

2004 케이트 모스 10주년 로고 티셔츠.

소매가: 32달러 → 재판매가: 6백 달러

 

2002 슈프림 × 나이키 덩크 로우 프로 SB.

2002 슈프림 × 나이키 덩크 로우 프로 SB.

소매가: 65달러  재판매가: 1천5백 달러

 

2000 슈프림 LV 모노그램 스케이트 덱(리콜 됨).

2000 슈프림 LV 모노그램 스케이트 덱(리콜 됨).

소매가: 없음  재판매가: 3천5백 달러

    에디터
    글 / 로렌 스와츠버그(Lauren Schwartzberg)
    포토그래퍼
    ISA PÉR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