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예쁘고, 매력 있고, 멋진 다섯 여자애들을 만났다. <GQ>의 에디터 다섯 명이 그들을 따로따로 인터뷰했다.
#1 유빈
목 상태가 안 좋다고요. 말하는 건 괜찮은 거죠? ‘발성장애’ 라고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건데 활동하면서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쌓여서 성대에 무리가 왔어요. 요즘 잠을 잘 못 자고 있어요.
숙소에 돌아가면 멤버들끼리 무슨 얘기해요? 곧장 침대로 들어가나요? 거의 얘기를 못 해요. 아무래도 활동할 때는 내일 스케줄 어떻게 해야되나, 연습할 건 뭐가 있나, 체크만 하다 잠들어요. 활동 안 할 때는 같이 밥 먹으러 가서 수다도 떨지만요.
혹시 같이 목욕하며 수다 떠는 건 상상해 봤어요? 선예랑 예은이랑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선미, 소희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제가 하자고 해도 안 할 것 같고요. 안 친한 게 아니라, 친구랑 언니랑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서로 하는 얘기 주제도 달라요.
서로 하고 싶은 것도 다르겠죠. 진로 고민이랄까? 원더걸스의 미래 같은 것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나요? 각자 하고 싶은 음악 색깔도 다르고, 나중에 하고 싶은 것도 달라요. 다섯 명이 다 똑같을 순 없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안양예고 연영과를 나와서 연기도 해보고 싶고, 대학교는 뮤지컬 학과로 입학해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예은이랑 선예는 CCM 뮤지컬에 관심이 많고, 소희는 연기에 관심이 많고요.
“원더걸스는 언제까지 함께 할 거에요”라는 대답이 아니네요. 원더걸스 한다고 해서 개개인 하고 싶은 거 못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을 위해서 원더걸스 포기하는 것도 아닌데, 원더걸스 안에서할 수 있는 건 다 할 것 같아요. 아직은 원더걸스가 우선이고 나중에 커서는 각자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하면서 병행을 한다는 얘기예요.
커서? 1년 뒤일 수도 있고 10년 뒤일 수도 있죠. 어쨌든 전 아직 어리니까요.
커서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나에게 투자하는 건 뭐예요? 음악을 많이 듣고 있어요. 아직 제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는 상태라 롤모델은 없어요. 제가 변두리 음악을 좋아해요. 레게 음악도좋아하고, 하드코어 록도 좋아하고요.
가수니까 음악 공부는 당연히 해야죠. 다른 건요? 뮤지컬이나 영화 제작에도 관심이 있어요. 영화도 많이 보려고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고 원더걸스이다 보니까 몸매 관리도 좀 하게 되고요. 여자로서 해야 되는 피부관리, 몸매관리는 항상 하게되는 거 같아요.
멤버들이 “유빈 언니 다리가 제일 예뻐요”라고 하는 걸 들었어요. 사실 저희가 다리가 다 예쁜 편이에요. 선미, 소희는 가늘고 긴 인형다리, 저랑 선예는 운동을 좋아해서 약간 근육이 붙어있는 다리고, 예은이는 다리가 길고 종아리가 예뻐요.
기존 멤버였던 현아 대신 새로 투입되었을 때 상황 기억나요? 그날 연습실에 소희는 다리가 아파서 없었고, 선미, 선예, 예은이만 있었어요. 저는 원래 다른 회사에서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원래 원더걸스를 좋아했었어요.
마지막에 합류했는데 나이도 제일 많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동생들이지만 먼저 데뷔한 선배이기도 하잖아요. 많이 챙겨주더라고요.사실은 제가 합류한 지 2주 만에 데뷔했어요. 정신이 없어서 고민할시간도 없었어요.
유일하게 랩을 맡고 있는데, 마음에 들어요? 래퍼로서는 아직 햇 병아리도 아니죠. 알까기, 아니 알도 못 깠죠. 아직 많이 노력해야 해요.
인기로만 따지면 알을 까고도 남았죠. 인기랑 실력이랑은 비례하는 경우도 있지만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저는 미흡한데 원더걸스여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것도 있고요.
못한다고 생각하면 팬들이 실망해요. 자기 자신한테 만족하는 사람 있을까요?
래퍼로서 ‘텔 미’와‘ 소 핫’ 중 에서는 어떤 곡이 하고 싶은 음악과 더 맞아요? 제가 음악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다같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인가 아닌가예요. 그런데 텔미랑 소핫은 둘 다 다같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에요.
자신이 어느 쪽에 더 잘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건 생각을 안 해봐서, 글쎄요.
‘소 핫’을 하면서 유빈 씨가 좀 부각되는 느낌이 있어요. 호피무늬 입고 나오고 섹시한 느낌이 많으니까 그런 것 같아요.
조곤조곤 느리게 말하는 걸 보니 ‘섹시’가 넘치진 않아요. 실제로 “난 너무 예뻐”라고 외칠 성격도 아닌 것 같고요. 보기보다 정말 그래요. 분위기를 띄울 때 농담처럼 “나 예쁘지?” 하지만 한 번도 진심으로 해본 적은 없어요.
요즘 가장 핫 한 여자는 누구인 거 같아요? 음. 딱 안 정해져 있어요. 제가 성격이 좀 우유부단해서 잘 모르겠어요.
요즘 누구나 핫하다고 인정하는 이효리랑 엄정화 중에서는요? 글쎄요. 두분 다 ‘핫’ 하시죠.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엄정화 선배님은 귀엽지만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효리 선배님은 섹시하지만 털털하고 친근한 언니 같은 느낌?
본인은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워요? 저는 이효리 선배님 쪽이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친가와 외가 모두 합쳐서 첫 손녀로 크고, 다 오빠나 삼촌들 사이에서 자라서 성격도 되게 남자 같아요. 아, 저 차 좋아하는데, 저기 촬영장에 자동차가 있더라고요. 스포츠카랑 지프차 좋아해요. 촬영하다가 잠깐 차 키 들고 사라질지도 몰라요.
물건 욕심 많아요? 물건에는 돈을 안 써요. 제가 뭘 사는 건 거의 CD랑 책밖에 없고요. 옷은 어머니가 다 사다주셔서 거기서 골라 입는 편이라서요.
나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주체가 안 되는데, 어떻게 그래요? 오히려 퍼주는 성격이라서요. 친구들, 멤버들 불러서 맛있는 거 사주고 그래요. 최근엔 부모님이랑 동생이랑 미국에서 들어온 적이 있어요. 같이 근사한 한정식집 가서 식사했어요. 처음으로 쐈어요.
예쁘다는 말 안 질려요? 좋죠. 칭찬이 어떻게 질리겠어요. 또 좋고 기분이 좋고 또 듣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유빈은 ‘은근히 예쁜 멤버’라고 표현 하더군요. 그 말 은근히 기분 나쁘지 않아요? 저는 그런 거 좋아해요. 의외다, 예외다, 생각이랑 다르네, 은근히 매력 있네, 이런 말을 좋아해요. 알 듯 모를 듯 그런 게 좋아요.
요즘 유빈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남자 있어요? 제가 좀 눈이 높아요. 아직 없어요.
있다면 남자 만날 수 있어요? 된다면 확 잡아야죠. 그런데 지금 상태로는 거의 못 만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스케줄이 바쁘고 아침 일찍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니까요. 뭐, 그런데 남자가 없으니까 문제죠. 아, 진짜.
#2 선미
인터뷰하다 응급실 갔었죠? 지금은 괜찮아요.
원래 꿈은 뭐였어요? 그렇게 몸이 남아나지 않도록 사람들이 찾는 아이돌 스타였나요? 처음부터는 아니었죠. 어릴 땐 선생님이었어요.
선생님은 벌써 접어 뒀나요? 그건 형식적인 장래희망이었어요. 과학자나 대통령처럼.
당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도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반쯤 꿈을 이룬 고등학생이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원하는 꿈이 있고 자신 있는 게 있으니까 남들보다 빨리 시작한 거잖아요. 물론 학생으로서 누리지 못하는 것도 많아요. 잃은 것도 많고, 추억도 없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 너무 좋아요.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해서 어렵긴 하지만, 적응해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해요.
사회생활에서 어떤 부분이 어렵던가요? 나이가 어린데 행동은 어른스러워야 하니까요. 생각도 깊게 해야 되고 프로다운 모습도 보여줘야 되고.
원더걸스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를 기억하나요? 소희나 선예 언니는 원래 연습을 같이 하던 연습생이었지만, 그래도 같이 팀을 이뤄 나간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연습하다 보니 점점원하는 것도 같고, 바라보는 이상도 높더라고요. 이 팀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어요.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어요.
‘텔 미’로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요? 물론 지금도 신인이지만, 처음 나왔는데 갑자기 너무 큰사랑을 받아서 너무 얼떨떨했어요. 물론 선예 언니는 7년이란 연습기간이 있었지만 저는 2년도 안 했잖아요. 그 기간에 비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 과분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후로 당신은 어떻게 변했나요? 열일곱 살의 선미에 만족하나요? ‘텔 미’로 무대에서 좀더 놀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심각한 기분으로 올라가서, 심각한 마음으로 잘해야지 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게 제일 큰 발전이고, 변화예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우리도 즐거우니까, 좋아요.
‘소 핫’에서는 예쁘다는 부분을 도맡아 부르잖아요. 아무리 예뻐도 ‘난 너무 예뻐요’는 좀 민망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뭐라 그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원더걸스 멤버들이 전형적인 미인들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덜 얄미운 것 같아요.
그래도 예쁘다는 말 많이 듣죠? 근데 그건 다 뭐… 메이크업 해주는 언니들과 의상 팀들이….
지겹진 않죠? 안 지겨워요. 예쁘다는 말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않나요?
여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가사에서 ‘나는 예쁘고 핫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런 당신에게 마음에 드는 남자가 다가오면 어떻게 반응할 것 같아요?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다 연애 하던데. 어려서 그런지 아직 사랑보다는 일에 욕심이 많아요. 내 일에 방해가 되면 모든 걸 잘라버리는 성격이에요. 물론 더 커 보고 겪어 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그래요.
그래도 일상이 있잖아요. 자신을 위한 투자나 노력은 따로 안 하나요? 저한테 투자하는 건…아, 요즘엔 책을 많이 읽어요.
어떤 책? 스케일이 큰 SF소설. 아니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재. 사랑 이야기는 별로예요. 최근에는 <빠삐용>하고 <나는 전설이다> 되게 재미있게 읽었어요.
역시 지구과학 좋아한다더니…. 너무 좋아해요.
수업 들을 시간은 있어요? 1교시 정도밖에 못 들어가요. 중간고사 이후로 학교를 제대로 나가본 적이 없어요.
학생이란 말이 계속 씌워지는 게 싫지 않나요? 이제 학교보다 일이 더 중요하잖아요. 당연히 학생으로 보는 게 맞는 거죠. 학생의 역할은 할 수 없지만, 학생이란 것도 포기하고 싶지않아요. 뭐든지 배워야 돼요.
걸 그룹에서 사람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누가 누구랑 친하다 사이가 안 좋다 그런 이야기들인데요. 어쩔 수 없나 봐요. 다 그런 생각 하더라고요. 우리는 밴 안에 있으면 입이 하나가 돼서 떠들어요. 물론 특별히 친한 사람이 있다면 소희죠. 동갑이고 같은 고등학생이니까 잘 맞아요. 다른 멤버들하고도 잘 지내요. 잘 못 지내면 팀이 유지가 될까요?
합숙하면서 잠들기 전에는 서로 무슨 이야기 해요? 전 매니저 언니와 자요. 잠들기 전에는 그날 있었던 일들 이야기하거나… 소희 이야기 해요. 항상 잠잘 때 소희 이야기 많이 해요.
아이돌과 동시에 가수라는 역할이 있잖아요. 가수로서의 바람은 뭔가요? 우리가 성장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과, 더 큰 무대에서, 좀 더 확장된 모든 것들과 노래로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요. 아이돌이라고 그런 걸 못하는 건 아니에요. 텔미 같은 경우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따라해 주잖아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그럼 ‘텔 미’와 ‘소 핫’ 중 개인적으로는 뭐가 더 잘 좋아요? 저는 ‘텔 미’요. 아마 다른 멤버들은 ‘소 핫’이라고 할 것 같아요. ‘텔 미’를 처음 들었을 때는 “어 이게 뭐지?” 했는데 ‘소 핫’은 다들 처음부터 박수 치면서 좋아했어요. 그래도 저는 ‘텔 미’가 더 맞는 것 같아요.
왜요? ‘텔미’가 더 많은 사람들과 호흡할 수 있어서요.
주인공이 되기보다 같은 어울리는 게 더 즐거운가요? 네. 같이 하는 게 좋아요.
앨범에서 좀 들어줬으면 하는 노래는 뭔가요? 지난 앨범에 ‘I Wanna’란 곡이 있어요. 지금 추세가 약간 옛날 팝이잖아요. ‘ I Wanna’가 딱 그런 노래예요. 90년대, 저는 모르지만,사장님이 이런 건 90년대 나이트, 고고장에서 나왔을 법한 노래라고 하던데 정말 그 노래 들으면 너무 신나고 옛날 모습이 어땠는지 느낄 수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This Time’ 너무 좋아요. 지난 앨범에 있는 발라드들 보다 성숙한 가사도 좋고.
최근에 남몰래 한 일이 있나요? 아무도 모르게. 없어요. 밖에 나가는 거 싫어해요.
원래 그랬어요? 아니면 얼굴이 알려지면서? 원래요. 아, 새벽에 심야영화 보러 갔어요. 멤버들끼리. 그건 비밀이라고 하긴 그런데….
뭐 봤어요?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재미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핫한 여자는 누군가요? 엄정화. 얼마전에 컴백 무대 보고 놀랐어요. 사십 대를 바라보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인형 같을 수 있을까요. 앨범도 너무 핫하고,변화한 모습도 핫해요. 너무 예뻤어요. 감동했어요. 연기할 때는 너무 멋있고요.
멋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마냥 예쁜 여자는 되고 싶지 않아요. 지적인 면도 있어야 돼요. 무엇보다도 살아가면서 많이 겪어 봐야죠. 거기서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으니까.
원더걸스에게 박진영은 어떤 사람인가요? 아빠 같기도 하고 선배나 오빠 같기도 하고. 복합적이에요. 녹음할 때는 엄하고, 평소에는 정말 자상해요. 자상함을 넘어 순진할 정도. 이상한 개그를 할 때도 많고…
억지로 웃어줘야 하나요? 아니에요. 재미없으면 “좀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해요.
그에게 바라는 게 있나요? 그냥 우리가 좋은 길로 가게 잘 인도해 줬으면 좋겠어요. 중간에 해이해지거나 빠지거나 할 때마다 바로 잡아주고… 좋은 곡도 많이 주고.
군대도 아닌데 좀 ‘빠지면’ 어때요. 아니에요. 군대만큼 중요해요.
핑클이나 SES가 그랬듯이 영원히 원더걸스로 남을 수는 없다는 걸 알죠? 아무래도 그렇죠. 각자 관심 있는 게 있겠죠. 소희는 연기라거나… 개인활동을 하는걸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원더걸스는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최대한 오래. 전 자신 있어요. 우리는 원더걸스의 구성원이라는 걸 너무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혼자 잘해서 빛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제 꿈은 원더걸스로 세계 무대에 나가는 거예요.
TV에서는 엉뚱한 이미지인데 굉장히 차분하네요. 제가 지구 좋아하고 우주 좋아하는 걸 왜 그렇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관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구가 이런데 ‘에헤라디야’할 수 없잖아요. 걱정을 해야죠. 그런데 그걸 엉뚱하다, 4차원이다 그러니까…여기서 풀고 싶은데, 전 전혀 엉뚱하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물어볼 테니 풀어봅시다. 지구과학 질문부터. 명왕성에가보고 싶다고 했는데 명왕성의 태양계 퇴출에 대한 소견은? 저는 태양계에 계속 포함시켜야된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동안 태양계를 지키고 있던 행성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그렇게 배워왔던 건데 너무 아쉬워요. 기준이란 게 참…
꿈이 세계정복이라고 하던데…. 진심이에요.
어떤 식의 정복을 말하는 건가요? 모든 걸 장악하고 최고가 되는 거?
권력이 갖고 싶어요? 아뇨, 그게 아니고요.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수단은 뭐가 될 수 있을까요? 춤이나 노래. 내가 열정을 갖고 하는 거니까 그걸로. (소희 지나가자) 아이구~ 제 애인이에요. 너어~무 예쁜 것 같아요. 너무 사랑스러워.
예쁜 역할은 당신이잖아요. 저는 소희처럼 고양이 같지는 않으니까요. 소희가 고양이처럼 옆에서 부비적부비적 하면 너무 좋아요. 야옹이 같아요.
잘 때도 소희 이야기 한다더니…. 소희가 부러워요? 아뇨, 그런 게 아니라 막 지켜주고 싶고 그래요. 저도 힘든데 소희는 얼마나 힘들겠어요. 서로 토닥거려주고 그러죠.
음,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 이러면 좋겠어요. 제가 원더걸스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공연을 해요. 그러면 수많은 나라에서 굶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죠.
그걸 세계정복이라고 표현하면 이상한 것 같은데…. 아니에요, 정복이에요.
그렇게 말하면 오해를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뭐, 4차원이라는 게 좋은 의미일 수도있지만 저는 그런 건 아닌데…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이해하시잖아요. 이해 못 하시는 건아니잖아요.
이해해요. 그러니까요. ‘4차원인 척한다’는 식의 댓글 보면 상처 받… 을 뻔하기도 해요.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지구는 어떻게 될까요? 요즘에 지구가 망할 거라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어차피 늦었다고 하는데, 반대로 지금이라도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후손들한테 좋지않을까요?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만 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노력하고 있어요.
#3 소희
‘난 너무 매력 있고, 난 너무 예쁘다’고 노래하는 당신을 설레게 한 남자는 누군가요? 아직 없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근데 생각을 해보세요. 저 아직 열 일곱 살이에요. 가수가 되기 전까진 연습생이었고요. 정말 그런 감정을 가질 겨를이 없었어요. 오히려 언니들은 있을수 있겠지만.
언니들은 있었대요? 들은 건 없어요.
들었는데 말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아니에요. 음… 저쪽 인터뷰 중에 말하지 않았을까요?
멤버가 다섯 명쯤 되면, 누가 누구랑 친하고 누구랑 사이가 안 좋을까 궁금해지죠. 대답이 뻔할 거란 건 알지만요. 네, 그렇지만 다섯 명이 정말로 모두 친해요.
그러면 이건 어때요? 나머지 네 명 중에서 꼭 한 명하고만 목욕을 가야 한다면 누구랑 갈 거예요? 선미. 아무래도 동갑이니까. 사실 선미랑 저는 서로가 부끄러워할 나이잖아요. 근데 오히려 그래야 같이 들어갈 것 같아요.
여자들은 자기보다 몸매 좋은 친구랑 수영장에 가거나 목욕 가는 걸 싫어한다고 하던데 정말 그래요? 그런가요? 전 제 몸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아닌가요?
아, 정말 나쁘진 않아요. 감사합니다.
‘텔 미’와 ‘소핫’중 어떤 곡이 소희가 하고 싶은 음악에 더 가까워요? 둘은 많이 다르잖아요. ‘텔미’할 땐 ‘텔미’가 좋았고 지금은 ‘소핫’이 좋아요.
이 두 곡말고, 두 장의 앨범에서 소희 씨 취향에 어울리는 노래는 어떤 거예요? ‘You’re Out’이라는 노래요. 처음 가사 받았을 땐 막 웃었어요. 너무 맞는 말이어서요. 근데 맞는 말을 그대로 옮겨 놓으니까 귀엽더라고요. 그런 노래를 저희가 하니까 더 귀여운 것 같아요.
가수 박진영은 원더걸스의 대부이자 JYP의 대표로도 유명한데요, 당신에겐 어떤 사람이에요? ‘ ~같은 ~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쓴다고 가정해볼까요? ‘존경하는 사장님께’처럼 하나마나 한 표현 말고요. 맑은 우리 PD님께.
PD님이라고 불러요? 네 PD님. 프로듀서요. 저도 연습생 시절이 있었지만 그때는 PD님을 접할 일이 거의 없어서 굉장히 차갑고 무섭게 느껴졌었어요. 근데 가수가 돼서 음반 작업도 같이 하고 가까이서 보니 PD님이 굉장히 맑으세요. 아, 제가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죠. 지금 대세는 소희 씨, 그러니까 원더걸스잖아요. PD님이 한국에 잘 안 계시니까,한국에서 유행하는 걸 늦게 아실 때가 많아요. 너네 이거 몰랐니? 가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는데, 우린 이미 알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요? 개그 프로그램 같은 것도요, 이미 좀 된 건데, 이제서야 보시곤 그거 웃기다고. 아이스크림도 저흰 벌써 다 먹어 본 건데, 혼자 늦게 드시고선, 너네 이거 먹어봤니, 진짜 맛있는 거야, 이러세요.
‘핫’하지 않은 걸로 즐거워하시네요. 그 맑은 PD님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저희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 그룹이라서 그런지 정말 잘해주세요. 잘못을 해도 욕 하거나 때리거나 화를 못내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세요.
무슨 커다란 잘못이라도 했었어요? 큰 잘못을 한 건 아니고요, 노래를 못한다 뭐 이런 거죠. 소희야, 다시 한 번만 해보자,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러시거든요. 근데 이런 얘기를 남자 연습생이나, 지오디의 (김)태우 오빠한테 하면 깜짝 놀라요. 녹음하는데 노래를 잘 못 하면태우 오빠 같은 경우는 데리고 나가서 욕을 하거나 벌을 세우거나 그래요.
특별 대우 아니에요? 차별이네, 이거. PD님이 우리같이 나이 어린 가수들하곤 일해보신 적이없잖아요. 저희가 딸 같대요. 그래도, 더 혼내셔도 괜찮은데.
얼마나 많은 오빠들이 소희 씨를 좋아하는지 알죠? 소희 씨는 어떤 오빠가 좋아요? 저는요, 엄청 잘 생기진 않아도 돼요, 매력 있는 사람이 좋아요.
어떤 사람이 매력 있는 거예요? 생각하지도 못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 이라고 해야 하나? 잘모르겠어요. 음…, 남자 배우들로 치면 박해일 씨나 류덕환 씨 좋아해요.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네요. 네, 그런것…음, 같아요.
원더걸스의 소희 말고, 그냥 소희 자신으로서 뭔가 노력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있어요? 전 연기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영화도 찍게 된 거고.
최근에 본 영화는 뭐예요? <수면의 과학>이요. <이터널 션샤인> 찍은 감독이 만든 영화예요. 그 감독은 아이디어가 참 독특해요. <수면의 과학>은 주인공이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며…어,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잘 안 되실 텐데, 아무튼 보시면 알아요.
지금 이곳엔 당신 인터뷰를 위해 몇 십 명의 스태프들이 모여 있어요. 이런 현실이 꿈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처음엔 좀 어색했지만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런 대접이 당연하게 느껴지진 않고요? 아직까진 그런 적 없어요.
최근에 개인적으로 구입한 물건 중 가장 비싼 건 뭐예요? 직접 뭘 살 필요가 없겠지만. 전 진짜 쇼핑 안해요.
여자들은 쇼핑 좋아하잖아요. 시간이 너무 없어요.
그래도 아무것도 산 게 없다니요! 화장품.
인터넷에서 샀어요? 아니요. 헤어 메이크업 언니들 따라 숍에 가서 샀어요.
자기 돈으로요? 그렇죠.
얼만데요? 십만원? 세트를 산 거라서.
그럼 더 비싸겠네요. 세트니까 이것저것 다 들어 있는 거죠? 저는 많이 안 발라요. 요즘 피부가 안 좋아져서.
그 돈은 어서났어요? 용돈이죠, 당연히.
엄마가 준 거예요? 용돈은 현찰로 받아요, 카드로 받아요? 때에 따라서.
한 달 용돈이 일반 고등학생보단 백 배쯤 많나요? 그런가?
한 달에 백만원 써요? 잘 모르겠어요.
소속사에서 이런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대답하라고 가르쳐주진 않아요? 아니요, 돈에 대해서는 전혀.
어딘가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뭘 살 때도 제법 있나 봐요? 네, 굉장히 많아요, 선미랑 둘이만 나가서 밥 먹을 때도 있고. 편의점에도 직접 가고.
편의점 직원이 깜짝 놀라겠네요? 회사 앞 편의점만 가요.
‘17세 안소희’가 마음에 들어요? 만족하진 않아요. 이게 끝이 아니니까.
더 뭐가 있는데요? 지금은 모르죠, 하기에 따라 다르니까.
당신이 하고 싶은 것과 회사가 원하는 게 다를 수 있잖아요. 어리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돌은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한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시키는 게 정말 하고 싶은 것일 때도 있고아닐 때도 있어요. 회사에서 저희한테 먼저 의견을 물어봐요. 영화도 그렇게 선택한 거고. 음반 컨셉트도 마찬가지고.
곡이 쓰여지는 과정엔 참여하지 못하잖아요. 그런 게 우울하진 않아요? 어, 아직은요. 저희가 생각보다 신인이어서.
예쁘단 말 많이 들을 텐데, 질리진 않죠? 질리진 않는데요, 누가 예쁘다고하면 저는 아니요 라고 하게 돼요. 솔직히 정말 예쁜 얼굴은 아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예쁜 얼굴은 눈이 크고 인형 같아야 하거든요.
인형 같아요. 아니에요.
최근에 한 일 중에서 당신만 알고 있는 일이 있어요? 이효리는 가끔 모자쓰고 등산도 간다던데. 어, 동네 돌아다녔어요.
동네에 왜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요. 어차피 친구네 갈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걸어 갔어요.
모자 쓰고? 아니 그냥. 알아보는 사람도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귀찮진 않아요? 정말 처음에는 그런 게 어색했는데, 나중엔 사생활이 없으니까 짜증이 났어요. 이제는 그냥 편하게 생각해요.
핑클, SES, 베이비복스… 지금은 하나도 안 남았어요. 여자 그룹은 ‘싱싱함’을 잃으면 끝나는 거예요. 보톡스를 아무리 맞아도 원더걸스역시 영원히 소녀로 머물 순 없어요. 물론 이런 질문을 한 이천만 번쯤 받았겠지만. 언제까지 원더걸스를 하게 될진 저희도 몰라요. 그런 걸생각하기보단 현실에 충실하고 싶어요. 그래야 이 시간이 더 오래갈 것같아요.
다섯 명의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고 했으니까 오래가겠죠, 뭐. 그렇긴하죠. 그렇지만 설마 전혀 안 싸우겠어요? 치고 박고는 아니지만, 의견 차이가 심할 때는 있어요.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걸 아니라고 하면좀 화가 나죠. 근데 좀 다퉈도 밥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려요.
하긴 어른도 싸우는데 소녀들이 안 싸울 리가 있나. 저랑 선예 언니랑 선미는 연습생 시절에 같이 있어서 그런지 뭘 싫어하고 뭘 좋아하는지 알아요. 그래서 다툴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러면 남은 두 명의 언니랑 다투는 거예요? 근데 유빈 언니랑 예은언니는 말 그대로 언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대하기가 더 편해요. 제가 동생이라 언니들이 많이 이해해주거든요.
에이, 아닌 것 같은데요? 뭐예요, 맞다니까요!
#4 선예
걱정이 있어요. 선예, 기획사에서 6년간 교육받은 팀의 리더, 고로 대답은 거의 보도 자료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나쁜가요? 나쁘진 않죠.
선예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요. 정말 내 거다라는 확신이 서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힘이 생겨요.
거봐요. 보도자료 스타일이잖아요. 하하.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기가 그런 게, 복잡한 사람이거든요. 다다다중 인격이에요. 그리고 항상 계획하는 성격이에요. 이동할 때 30분 짬이 날텐데뭘 할까? 지금 이걸 하는 게 좋을까? 남들 눈엔 피곤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조각조각 맞추면서 정리하는 게 재미있어요.
테트리스처럼요? 정네, 게임도 테트리스만 잘해요.
여자들끼리 지내잖아요. 남자 얘기도 하겠죠? 정말 애들이 솔직한데, 정말 안타깝게도 남자 얘기는 잘 안 해요. 아직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그런 거 같아요.
언니로서 듣고 있자니 참 어리긴 어리구나, 이런 건가요? 아뇨, 저도 막 맞장구치고 하하.
선예를 쿵쾅거리게 하는 남자가 있어요? 음, 글쎄요.
박태환은 어떤 친구인가요? 태환이는 착해요. 남자지만 제 나이 또래에 이른바 ‘사회’에 나온 친구가 드물 잖아요. 그 친구에게 고민을 많이 상담하는 거 중에 하나가 사회에서 겪는 일이에요. 분야는 다르지만 제가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친구가 이해를 해요. 그게 너무 신기해요. 여자 애들한텐 아무 거나 얘기할 수는 있어도 공감할 수 있는 한계가 있잖아요. 근데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태환이는 그런 걸이해해 주니까 좋죠.
소위, 속 깊은 이성 친구? 네.
박진영 PD님은요? 술 친구? 하하. ‘원성삼’이라고 ‘원더걸스 성인 삼총사’ 있어요. PD님은 저희가 성인이 된 게 너무 기쁘신가 봐요. 처음 클럽을간 것도 PD님이 가자고 해서 간 거였어요. 시간이 지나긴했구나, 옛날엔 그냥 무섭기만한 사장님이셨는데 지금은 옆에서 술 한잔하면서 인생 얘기도 하고. 술도 피디님께 처음 배웠어요.
잘 마셔요? 맥주 반 병만 먹어도 머리가 어지럽고 ….
노래는 어때요? 자기가 듣는 자기 목소리는 괜찮아요? 연습생때부터 콤플렉스가 몸 자체에 에너지가 없다는 거였어요. 한의학적 얘기이기도 한데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몸에 힘이 없대요. 그래서 환절기엔 장기들이 많이 힘들어 한대요.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다면 기승전까진 몰라도 결로 넘어갈 때 뭔가 부족하다는 게…. 아, 근데 질문이 뭐죠?
몰라요. 하하. 제가 이래요.
선예가 듣는 선예 노래가 어떤가에 관한 얘기였어요. 아아, 뭐랄까 목소리에 깊이가 없고 들을수록 질리는 거 같아서…. 극복하려고 애를많이 쓰지만, 순간 순간 잊어버리기도 해요. 처음 솔로곡을 녹음할 때,몸이 많이 아팠어요. 자세히 들어보면 비음이 많이 들려요. 어쨌든 한번 녹음하면 끝이니까 엄청나게 집중했어요. 다행히 주위 반응이좋아서, 하면 할 수 있구나 그런 걸 느끼기도 했어요.
점점 어울리는 노래를 알게 될 거고, 그런 노래를 부르게 될 거예요.콤플렉스 같은 건 필요없어요. 심리 상담하는 것 같아요. 좋은데요?
그런가 하면 원더걸스의 라이브 실력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요. 제가 봤을 때도 부족한 면이 많이 보여요. 춤을 추면서 노래에 집중하다 보니까…. 아니에요. 그런 얘기가 안 나오도록 잘 해야죠.
무조건 라이브를 강요하는 분위기나, 립싱크를 무슨 범죄인 양 취급하는 건 유연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봐요. 근데 사실 립싱크하는 게 더 힘들어요. 소위 ‘삑사리’가 나거나 호흡이 짧았더라도 뭐랄까, 그 가사 하나하나에 대해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데, 립싱크를 하면 표정도 잘 안 나와요. 목이 다쉬더라도 무대에서만큼은 라이브가 더 편해요.
쳬력이 문제라면 제주도 해녀 체험과 지라산 산악 달리기 코스가 있어요.지리산 산악 달리기가 좋겠어요.
물 무서워해요? 바닷가에서 십 년을 살았는데도 물은 무서워요.
팀의 리더잖아요. 어떤 리더예요? 부족한 리더죠. 항상 그렇게 느껴요.
멤버들도 그렇게 느낄까요? 아마 그럴걸요? 피디님은, 6년 동안 연습하면서 자신을 잘 챙긴 것처럼 남도 잘 챙길 거라고 생각하신 것 같은데, 제 생각은 좀 달랐어요. 왜냐면 저는 제 자신을 훈련하고 자신을 다독이는 걸 배워왔지, 다른사람에게 그렇게 하는 건 배우지 않았거든요. 집에서도 외동으로 자랐기때문에 저도 모르게 이기적인 면이 있어요. 멤버들보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어른도 아니고…. 고민이 많았죠. 아직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많아요.
외모도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네.
정말? 예쁘다는 말이 질리진 않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예쁘다는 말요? 안 질리냐고요? 저 질릴 만큼 듣지 않았어요! 하하하.
성형하고 싶은 곳도 있어요? 그럼요.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니 정말 공주병이었나봐요. 유전적인 건데, 제가 광대가 좀비대칭이라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런 걸 두고 매력이라고 하는 건데? 아우, 아니에요. 안면윤곽술이라고…. 사실 알아보기도 했어요. 근데 두 달 걸린대요.두 달이면 싱글 앨범 한 번 활동하고 끝날 시간이라서요. 제발 그 두 달이 생기지 않기를. 하하, 아, 네.
돈은 만족할 만큼 벌어요? 어릴 때부터 사회의 도움을 받고 자라서그런지 나중에 꼭 돈을 많이 벌어서 환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있어요. 몇 억을 버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로 누군가에게도 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것 같아요. 단순히 돈만 많이 번다고 행복하진 않을 거 같아요.
만원 받으면 만원 더 받고 싶던데. 하하, 많으면 좋긴 좋죠. ‘텔미’부터 수익이 생겼는데…. 그런 건 있어요. 뭔가 내가 벌어서 내가 가진다는 자신감? 당당해진다고 할까요?
시간날 땐 뭘해요? 잠자기 바쁜가요? 잠은 못 자더라도 차 타고 나갈 때가 있어요. 그냥 나갔다 와요.
좀 밟아요? 밟진 않아요. 근데 과격한 건 있어요. 속도는못 내요. A형이잖아요.
카트라이더 하듯이 막 자유로를 이리저리 휘젓는 건가요? 네, 하하. 저속력으로.
원더걸스는 지금 전속력이죠. 하지만 평생 할 수는 없다는 걸 알죠. 그런데 민선예라는 이름으로는 가능할지도 모르죠. 어떤 모형이 없으면 외로울 것 같아요. 외로움을 안 타요. 그리고 모형이 없어요. 제가 자서전을 즐겨 읽는 건 이렇게 되어야지하는 것보다 그분들의 얘기 속에서 저를 찾을 수 있어서예요. 비욘세를 존경하더라도 그녀처럼 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리고 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어디까지 갔든 깨끗하게포기할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 민선예의 라이벌은 누구인가요? 저 자신이죠.
그럴 줄 알았어요. 보도자료 스타일. 스무 살 민선예가 맘에들어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끝이기 때문에.
아니, 끝이기 때문에, 이런 거 말고, 그냥 사랑해, 이렇게. 네, 저 자신을 사랑해요.
이렇게 푹푹 찌는데, 올 여름엔 뭘 입고 지낼 건가요? 음, 무대복?
저런, 바지가 너무 더워 보이던데.
#5 예은
다섯 명이 처음 모였던 날 기억해요? 제가 맨 나중에 들어갔어요. 나이 많은 날 어려워하기도 하고, 저한테 존대말을 쓰고, 애들이 너무 예뻤어요. 선예는 리더고 연습 생활을 오래해서 처음부터 편하게 “우리 한 번잘해보자”하며 잘 챙겨 줬고, 선미는 어려워하면서 ‘저 언닌 누구지?’이런 눈으로 봤던 게 기억나고, 소희는 약간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수줍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며 편하게 마음을 탁 터놓는 편은 아니었어요. 유빈 언니는 처음 봤을 때 참 말랐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순진해 보이기도 하고. 유빈 언니와는 다른 회사에서 연습생 했던 것에 대해서 많이 들었어요.
원더걸스 예은과 이전의 예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요? 전부터 노래밖에 몰랐어요. 공부는 학생으로서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목숨 걸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목숨 걸고 안 했는데도 1등을 했어요? ‘안티’ 생기겠어요. 그러게요. 크흐. 어려서부터 꿈이 바뀐 적이 없어요. 가수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오디션도 여러 번 봤고, 떨어졌고,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덜컥 붙었어요. 고3 때,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이거 안 되면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고 본 게 붙었어요. 이후 내가 여러 부분에서 모자란다는 걸 느꼈어요. 춤도 별로고, 외모도 별로고, 더구나 이런 쪽의 일을 전혀 몰랐어요. 연습생을 한 달도 겪지 않고 방송을 시작해서 모든 게 힘들었어요. 이젠 1년 5개월이나 지나서 많이 적응되긴 했어요.
고1 예은의 오디션 영상을 인터넷에서 봤어요. 가창력이 참 좋던데. 휘트니 휴스턴, 로린 힐, 아레사 프랭클린, 이런 가수를 좋아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룹이니까요, 저만의 색깔을 주장하기보다는 원더걸스 예은으로서 열심히 노력하는 거예요. 지금 활동도 너무 즐겁지만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원더걸스의 끝은 어디라고 보나요? <가요무대>까지 갈 수 있나요? 음, 요즈음 ‘해체’라는 단어는 별 의미가 없는 거 같아요. 어차피 그룹 활동하면서 (연기, 노래, 예능 출연 등의) 개별 활동을 함께 하니까요. 기회가 된다면 내 색깔이 담긴 앨범을 내고 싶어요. 연기나 다른 것들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앞으로 원더걸스가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저희도 사실 예측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처음부터 정말 이렇게 빨리 사랑을 받고 많은 기회가 펼쳐질 것도 몰랐잖아요. 그리고 1년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기대가 많이 돼요.
노래에 애착이 많은 거 같아요. 가수 외에 성악은 생각한 적 없어요? 네, 대중음악만 생각했어요.
가수가 되고 싶어할 때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정말 싫어하셨어요. 엄마랑 아빠 모두 목사님이세요. 굉장히 싫어하셨죠. 엄마는 저를 풀어서 키우셨는데,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반대하지 않았는데, 가수하는 것만큼은 많이 심하게 반대하셨어요.
지금도 그 남자친구가 있어요? 아니요. 오디션 붙고 나서 바로 정리했죠.
예쁜 예은에게 대시하는 남자는 없었어요? 없었어요. 정말 한 번도.
대시를 받는다면? 정말 괜찮은 남자가 그런다면? 근데 아직은 남자친구 사귈 시간은 아닌 거 같아요. 갈 길도 멀고, 그때 좋은 사람 만나도 늦지 않을 거 같아요.
여자 멤버 다섯 명이에요. 그래서 노래 부르는 모습보다 그 이후 시간이 궁금해져요. 숙소에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요. 선미는 집이 경주라서 정말 쉴 때만 내려가고, 다른 멤버들은 집이랑 왔다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다섯 명간의 관계가 균일하진 못할 거 같아요. 그래서 물어 보는 건데, 목욕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사람 있어요? 저는 모두랑 목욕할 수 있어요. 항상 다 벗은 모습 보면서 지내는 사이기 때문에.
잠들기 전엔 무슨 이야기해요? 그날 무대에서 있었던 얘기. 행사 많이 나가잖아요. 거기 시설이 열악했다거나, 음향이 안 좋았다거나, 바닥이 미끄러웠다거나.
말하자면 ‘업무’이야기군요.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저희가 일 아니면, 재미있는 영화 나왔더라, 인터넷에서 이런 사진 봤는데 웃기더라, 등등.
영화 보러 가요? 가끔. 심야영화로. 다섯 명 다 갈 때도 있고. 한두 명 빠질 때도 있고.
그때 복장은? 그냥 편하게 가요. 사람도 별로 없어요. 모자 쓰는 정도? 길에서 알아보시긴 하지만 막 달려드는 사람은 없었어요.
최근에 본 영화는? <쿵푸팬더>. 이건 다운로드해서 본 건데. 아, 이건 취소할게요.
불법 다운로드해서? 박진영 사장님이 싫어하겠어요. 지난 달 인터뷰에서 불법 다운로드 근절에 앞장섰다가 이상한 일까지 당했다고 들었어요. 아, 이건 싣지 말아 주세요. 영화관 가서 본 건 <스피드 레이서>, 선배님이 나오신 거라서, 매니저분들도 비 오빠랑 다 친분이 있으시잖아요. 재미있게 봤어요.
원더걸스에는 ‘텔 미’와 ‘소 핫’밖에 없어요. 다른 노래는 없나요? 전략적인 건가요? 전략적이었다기보다는, ‘텔 미’를 하고 후속곡도 계획이 있었는데, ‘텔 미’의 인기가 너무 크고 길어져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이 바보’라는 후속곡을 잠깐 하긴 했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와서 바로 휴식으로 들어가게 된 거고. 이번에는 싱글 앨범이라서 ‘소 핫’만 계획이 있는 거예요.
두 노래 중에 뭐가 더 잘맞아요? ‘텔 미’나‘소 핫’이나 모두 좋아하는 노래지만 저한테는 잘 맞는 노래가 아닌 거 같아요. ‘텔 미’는 소희나 선미 같은 귀엽고 소녀 같은 아이들한테, ‘소 핫’은 유빈 언니나 선예처럼 섹시한 멤버들에게.
그럼 예은에게 가장 맞는 노래는? 이번 앨범 중에 ‘This Time’이라는 발라드 노래가 있어요.
박진영을 뭐라 부르나요? PD님.
그 앞에 수식어를 붙인다면?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음. 그냥 베스트 오브 베스트. 신적인 존재까지는 아니지만 일적으로는 정말 최고니까. 사석에서는 삼촌, 오빠 같기도 해요.
그에게 요구하고 싶은 거 있어요? 돈 얘기라도. 하하. 별로 없어요.
잘 해주나봐요. 음.
원더걸스의 예은으로서가 아니라 인간 예은으로서 고민하는 거 있어요? 물론 있죠. 집안 문제, 친구 문제 등.
집안 문제는 뭐예요? 내가 없으면 집에서 꼭 싸움이 일어나요. 언니랑 엄마랑 자꾸 싸워서 전화가 자꾸 와요. 그런데 뭐 이건 큰 싸움은 아니니까. 개인적인 고민으로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싶어서 요즈음 작곡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도 하고 있고, 혼자서도 곡을 써 나가고 있는데. PD님께 들려드렸더니 첫 곡치고는 잘했다며, 긍정적으로 열심히 하라며, 그래서 다음 앨범에 실어 주실지 안 실어 주실지 모르겠지만.
악기는 다룰 줄 알아요? 피아노. 노래하면서 반주가 필요해서 시작한 거라 잘 치진 못해요. 그외에. 바이올린, 그것도 잘 하진 못해요. 플루트도 조금.
최근에 구입한 물건 중에 가장 비싼 거는 뭐예요? 노트북. 작곡할 때 필요해서 맥북을 샀어요. 에어맥은 얇고 비싸고 성능이 떨어져서 그냥 맥북을 샀어요.
무슨 돈으로? 제 돈으로.
돈 많이 받아요? 잘 몰라요. 엄마가 알아서 하니까. 근데 엄마한테 돈 받을 일이 별로 없어요. 뭐 사러 나갈 시간도 없고 놀 것도 아니고. 그래서 돈 안 받은 지 꽤 됐어요. 제 돈으로 밥 사먹을 일도 없어요.
밥 먹을 땐 어떻게 해요? 매니저 오빠가 사다주기도 하고, 그냥 음식점에 가서 먹기도 하고, 시켜 먹기도 하고.
길에 서서도 먹나요? 길에서 먹은 적은 없어요. 떡볶이 먹고 싶으면 매니저 오빠가 사와서 차 안에서 먹었어요.
지금 자신이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안 드는 것도 있어요.
지금 입고 있는 원더걸스 예은이라는 옷은 몸에 딱 맞는 거 같아요? 저에게 꽤 잘 맞는 옷이에요. 수선할 부분이 여럿 있긴 하지만.
큰 가방에 뭐가 들었어요? 되게 지저분해요. 머리띠, 노래 연습하는 MR CD, 핸드폰과 아이팟, 팬들에게 받은 편지.
요즈음 공부할 시간은 있어요? 학교 공부는? 얼마전에 시험 봤는데. 아주 힘들었어요.
학교에서 안 봐주나요? 출석은 활동 계획서를 제출하면 좀 봐주는데 시험은 다 봐야 해요. 시험을 저번에 (두 번 중에) 한 번 빠졌는데, 성적이 정말 ‘파격적’이었어요. C플러스를 받은 것도 있어요.
공부 때문에 스케줄 맞추는 것도 힘들겠어요. 저 빼고 프로그램을 나가는 경우도 있어요.
생일날은 어떻게 지냈어요? 2집 음원 공개되자마자, 가장 바쁘던 5월 말에 지나갔어요. 멤버들과 함께 파티하고, 가족이 숙소로 와서 깜짝파티 해줬어요.
올 여름에 어떤 옷 입을 건가요? 더운 걸 되게 싫어해서요, 그냥 반팔에 반바지.
예은 씨는 행운아예요. 연습 생활 없이 바로 멤버가 됐으니까요. 그렇죠. 들어오고 나서 일주일 뒤에 바로 재킷 촬영했으니까.
부모님께서 열심히 기도해서 그런거 같아요. 아니에요. 엄마, 아빠는 가수 되지 말게 해 달라고 기도했을 거예요.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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