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지구 냉면화

2009.06.26손기은

냉면은 다른 나라에도 있다. 지역마다 오색찬란하다.

봉피양의 평양냉면

봉피양의 평양냉면

 

한국 평양냉면

겨우내 땅에 파묻었던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을 담가 먹었던 것이 시작이다. 그 이후 고기 육수를 첨가하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면의 황금 비율도 찾았다. 냉면만큼 만드는 이의 계보를 따지는 음식이 있을까? 목덜미가 후끈후끈할 때 사발째 들고 냉면 국물을 마시는 것만큼 적절한 일이 있을까? 지구상에 이만큼 시원하고 명쾌한 면요리는 한국에밖에 없다. 다행이다.

베키아 에 누보의 바질페스토 파스타샐러드

베키아 에 누보의 바질페스토 파스타샐러드

 

이탈리아 파스타 샐러드

파스타는 냉면처럼 시리도록 차갑게 먹지 않는다. 정통 요리법으로 따지자면 항상 따뜻하게 먹는 게 정석이지만, 정통식과 미국 문화가 결합되면서 파스타 샐러드가 됐다. 지금은 이탈리아에서도 이 선선한 파스타를 고향 요리처럼 먹는다. 삶은 면을 식힌 뒤 토마토와 야채를 버무리면 된다. 면의 차가운 촉감은 바질페스토나 발사믹 소스를 만났을 때 선명해진다.

스시조의 소바

스시조의 소바

 

일본의 소바

일본은 우리 만큼이나 차가운 면을 즐기는 나라다. 우리는 면과 국물을 교차로 훌훌 들이켜는 반면, 일본은 조금씩 적셔 먹는다는 차이는 있다. 소바의 쯔유(국물)가 조금 짠 듯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엔 소바 마니아 ‘소밧쿠’가 많은데, 지금이 활동 최적기다. 또 중국풍의 냉라멘‘히야시츄카’개시 소식을 가게 밖에 내거는 일은, 일본이 여름을 알리는 가장 맛있는 방식이다.

레스토랑 땅의 분짜

레스토랑 땅의 분짜

 

베트남 분짜

베트남은 뜨거운 쌀국수(포)의 나라지만, 분짜의 나라이기도 하다. 분짜는 흔히‘냉쌀국수’라 불리는데, 엄밀히 말하면 면도 국물도 먹는 법도 다르다. 분짜는 가는 면에 야채와 볶은 고기를 올리고, 새콤하고 시원한 피시소스 국물에 담가 먹는다. 쌀로 면을 만드는 일이 힘들어도, 혀에서 목구멍으로 쑥쑥 빨려 들어가는 매끄러움 때문에 베트남인들은 옛날부터 쌀국수를 만들었다. 그 면은 찬 국물에도 맛이 펄떡인다.

타이오키드의 뀌피여우 쏨땀

타이오키드의 뀌피여우 쏨땀

 

태국의 비빔국수

일요일이면 늘 생각나는 비빔국수가 태국에도 있다. 우리나라보다 새콤함과 매콤함이 한층 강렬한 이 면 요리는 태국 현지 사람들도 출출할 때 찾는다. 쌀국수면으로도, 밀가루면으로도 만들고 샐러드처럼 야채를 많이 곁들인다. 그린 파파야와 숙주나물을 면으로 둘둘 감싼 뒤 한입에 넣으면 입 안이 화끈하고 시원하다. 7월의‘제철 냉면’이다.

아리아의 열무냉국수

아리아의 열무냉국수

 

한국 냉국수

찾고 찾아도 한국만큼 차가운 면이 넘치는 나라가 없다. 냉면 외에도 동치미국수, 물회국수, 쫄면, 밀면, 막국수 등 수십 가지의 냉국수가 천지에 있다. 그중 열무냉국수는 미리 삶아서 조금 불려놓은 국수 사리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한 사발 퍼서‘마시면’된다. 얼음보다 열무를 씹는 것이 훨씬 시원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더위는 저만치 가고 없다.

홍연의 비빔 중국 냉면

홍연의 비빔 중국 냉면

 

중국의 건반면

중국 대륙의 면 요리로만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10부작은 족히 나온다. 반면 차가운 면 문화는 그리 발달하지 않았다. 중국인은 면을 볶아 먹거나, 삶아서 양념장만 얹어 먹는다. ‘량미엔(냉면)’혹은 ‘깜발면(건반면)’이라고도 하는 요리가 유일한 ‘냉’면이다. 한국에서 먹는 ‘중국 냉면’과 비슷한데, 현지에선 국물을 자박하게 붓고 야채를 조금만 올린다.

페르시안 궁전이 알려준 팔루다

페르시안 궁전이 알려준 팔루다

 

이란의 팔루다

면 요리가 중앙 아시아를 넘어가면 디저트가 되기도 한다. ‘면 쥬스’인 팔루다는 쉬라즈 지역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장미꽃물을 살짝 넣어 색깔과단맛을 내고, 면을 넣어 씹는 맛을 더한 게 정석이다. 이란엔 슈퍼마켓만큼이나 팔루다 전문점이 많다. 국내에선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어보았는데, 역시 음식은 섣불리 흉내 내면 안 된다. 이란에서 팔루다를 먹어본 이란 레스토랑‘페르시안 궁전’대표의 말에 따르면“진짜 맛있다”고 한다.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장인범
    아트 디자이너
    아트 에디터 / 김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