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우리 내기할까? Part. 1

2010.02.24GQ

만나서 차 마시는 사이, 전화로 얘기하는 사이, 웃으며 안녕 하는 사이. 유노윤호와 조재진은 술 한잔 마시지 않고도 속 깊은 얘기를 나눈다. 계절이 바뀌면 언제 한번 북한산에 함께 가자는 얘기를 하면서도 싱겁게 웃으며. 하지만 내기나 승부에 관한 거라면 다르다.

베이지색 셔츠는 앤 드뮐미스터, 가죽 팔찌는 블랭크 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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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피무늬 니트 톱은 버버리 프로섬, 가죽 블루종은 시스템 옴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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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진이 유노윤호에게 묻다

우리 만나면, 차 마시고 밥 먹고 얘기하고 그게 전부인데, 남자들끼리 술 한잔 안 하느냐고 사람들이 묻잖아. 너도 그런 질문 듣지? 난 다 똑같아. 만나면 일 이야기하고 미래 이야기하고. 나름 되게 진지한데 그걸 재미있게 봐주는 분도 있고, 귀엽게 봐주는 분도 있고, 멋있게 봐주는 분도 있고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패밀리’를 되게 중요시해요. 일단 내 사람이구나 하는 판단이 들면 그때부턴 일 얘기도 하고 미래 얘기도 하고 그렇게.

그런데 넌 왜 그렇게 바빠? 하는 일이 다르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을 수는 있지만, 너는 밤에도 바쁘고 심지어 새벽에도 바빠? 아, 미안, 형. 근데 형도 아다시피 내가 좀 꼼꼼한 스타일이잖아. 다음 스케줄에 대한 대비를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밤에 연습을 한다고 하는 게, 달리 연습만이 아니라 예를 들면 무작정 걷는 걸 좋아해. 변장하고 서울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자신을 좀 혹사시키는 스타일인 데다 워낙 시간 개념이 없어서. 그런데 형은 꼭 내가 연습하느라 집중할 때만 전화하더라.

얼마 전에도 전화했더니 걷고 있다고 그랬지. 어딜 그렇게 걸어 다녀? 여기저기 가요. 그땐 노량진 걸어갈 때였나? 한 번 갔던 곳은 안 가고 모르는 길을 걸어가는 게 좋아요.

그렇게 하면서 긴장을 푸는 걸까? 남들이 아무리 잘했다고 칭찬해도 내가 내 자신을 봤을 때 별로일 때가 있어요. 그럼 그건 실은 남들도 별로라고 생각하는 경우라고 생각해. 노래든 연기든 내 자신이 100 퍼센트 최선을 다했을 때 전달될 수 있을 거라는 걸 느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데 무대에 올라야 할 때, 살짝 ‘대충 출까?’ 생각하면 그 생각만으로 30퍼센트의 감동은 날아간다는 걸 알아.

그런 ‘완벽주의’ 때문에 주변에서 힘들어하지 않아? 형도 알겠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제가 어리버리하잖아요. 일할 때 잘못이 생기면 스스로 확실히 따지고 물어보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뭐 그냥, ‘혀엉~’ 그렇게 돼요. 형은 처음 봤을 때부터 운동선수답게 듬직해 보였어. 그러면서도 뭐랄까 순수하달까?

그렇다 치고. 혼자 있으면 뭐 해? 일 말고. 글쎄, 10년 뒤 계획표 쓰기?

음…. 아니면 무조건 친구들 만나요. 아까 말한 것처럼 혼자 걷기도 하고. 작년에 〈GQ〉인터뷰할 때도 말했지만, 나는 ‘정윤호’를 잃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다, 난 누구한테도 질 수 없는 최고다’ 라고 생각해야만 뭔가 할 수 있지만, 무대 내려와서는 그냥 평범하고 싶어. 이쪽 분야에만 갇혀 살면 약간 세계관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아직 일반인 친구가 많아요. 오히려 연예인 친구는 별로 없어. 그래서 뭐, 친구들이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어머님들이 수산시장에서 어떻게 생선 고르고 가격 깎는지 구경하고 그래요. 그럴 때는 일부러 돈도 딱 3천원만 갖고 나가. 약해질까 봐.

언제 산에 한번 안 갈래? 청계산도 좋고 북한산도 좋고. 좋지. 산에 가잔 얘긴 옛날에도 했는데, 얘기만 했네.

네가 가장 싫어하는 건 뭐야? 음, 거짓말하는 사람. 거짓말.

스스로에게 싫어하는 건? 고치고 싶다거나 뭐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글쎄, 옷 입는 버릇? 너무 편하게 그냥 손에 걸리는 대로 입는 버릇을 고치고 싶어요. 가끔 매니저 형들이 옷 좀 잘 입으라고 하는데, 그런 말 자체가 좀 싫기도 해요. 얼굴 관리도 해야 하고, 아, 손톱 관리하는 거 제일 싫어해요. 사실 오늘도 피부 받고 왔거든? 계속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게 힘들어. 그리고 물건 부순다고 자주 누명을 써요.

무슨 말이야? 멀쩡한 물건도 내가 만지면 부러지거나 깨지거나 뭐가 떨어지거나 막 그래. 내 의지가 아닌데 이게 그냥 부셔져. 그걸 해명하지 않고 그냥 누명을 쓰는 스타일이라 많이 혼나요.

    에디터
    장우철, 문성원
    포토그래퍼
    윤석무
    스탭
    캐스팅 디렉터 / 최진우 , 스타일리스트 / 민희철, 헤어 & 메이크업/ 정위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