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딸기를 맛보며 웃지만 고수는 지금이 슬럼프라고 말한다. 그저 잔잔한 것 같다고, 너무 욕심없이 지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좀 ‘유도리있게’ 살아야 하는 건지 생각한다고, 띄엄띄엄 말한다.
전략적으로 노리는 부분은 없나? 이 역할을 함으로써 고수라는 배우가 어떻게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연기를 했을 때 사람들이 그걸 ‘이렇게’ 봤으면 그게 맞다고 받아들인다. 비록 의도나 진심과는 다르더라도 사람들이 그렇게 봤다면 인정하고 싶다. 물론 뒤돌아서 그게 아닌데 하며 가슴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이려고 애쓴 적은 없다.
배우에게 진심이란 뭘까? 믿는 거다. 어떤 캐릭터도 자신과 똑같을 수는 없다. 그냥 캐릭터를 믿는 거다. 그 열정만큼은 자신할 수 있는데, 언제나 표현은 좀 잔잔한 편이다. 감정의 굴곡은 있는데 표현은 늘 그렇다. 뭔가 평야의 매운맛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 고장에 매운맛은 없지 않나? 강경에 새우젓이 짭짤하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꿈은 뭔가? 이제는 연기를 해야 될 때인 것 같다.
이제까진 뭐였을까? 그러게 말이다. 매일 이런 생각을 한다. 이제는 연기를 좀 하자.
연기를 잘하는 배우만 좋은 배우일까? 노래를 잘하는 가수만 좋은 가수일까? 10년 동안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했지만, 고수라는 배우의 어떤 세계를 표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고민이 많다.
너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쪽으로 파고들진 말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화면에 잡혔을 때의 장악력을 생각하건대 더더욱 그렇다. 갖고 있는 걸 잘 쓰지 못한다는 얘길 많이 듣는다.
그런 성격인 채 연예인이라는 건 어떤가? 원래 남한테 피해주기 싫어하는 쪽이고, 주어진 한길을잘가는스타일이다. 딴생각딴짓안하고안전하게 가서 좋은 부분이 있는 반면, 너무 그것만 파다 보니까 너무 빠지고 마는 그런 식이랄까? 연예인으로서는 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단 낫지 않나? 그땐 죽는 줄 알았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10년이나 됐는데, 나 좀 내버려둬 하고 싶다. 이 사람도 날 보고 있고, 저 사람도 날 보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시기는 지났지만 그래도, 죽겠다.
누가 연예인 하라고 강제로 시켰나? 그만큼 돈 벌지 않느냐고 말하는 건 얼마나 쉽나? 안다. 그런데, 진짜 좀 죽겠다.
엄살이라고 생각하면 어떨는지. 의젓한 청년 고수 아닌가? 아니다. 교통법규도 어기고, 사람들에게 상처도 준다. 욕 먹을 때도 많다. 생긴 거는 내가 봐도 안 그렇게 생겼긴 한데.
당신에게 어떤 얘기를 듣기에 날짜를 잘못 잡은 걸까? 당신은 자꾸 슬럼프라고 말한다. 아니다. 슬럼프는 슬럼프인데,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때다. 오늘 그냥 말하고 싶었다.
연애는 할 만큼 했나? 할 만큼 한 것 같다.
그녀들은 당신을 어떤 남자라고 했나? 일단은 너무나 미안하다. 여자들이 원하는 건 다 비슷했다. 항상 옆에서 바라보고 행복하게 해주고, 언제든 만나고…. 아프고 미안한데 그 순간만큼은 정말 열정과 정열을 가지고 사랑했다. 근데 열정은 뭐고 정열은 뭔가?
미안하다. 사전이 없다. 그녀들이 당신을 원망할까? 그럴지도. 아무래도 나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역할로는 그토록 번듯하지 않았나? 남자들 사이에선 어떤가? 대부분 막내가 된다. 형들 사이에서 궂은 일 다 하고, 추진력도 있다. 반대로 동생들 챙기는 건 좀 힘들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질문이 우울증 테스트 같다.
저런, 그냥 웃어볼까 했는데. 어차피 나와야 된다면 그냥 흙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바위 아니면 흙인데 바위는 깨질 수 있으니까 흙이 좋겠다. 흙으로 태어나고 싶다.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장윤정
- 스탭
- 헤어/한지선, 스타일리스트 / 남주희, 메이크업/이지영, 어시스턴트/ 이승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