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이종배아

2011.08.31GQ

클래식의 괴짜 마크 맥네어리가 케즈와 함께 이런 신발을 만들었다. 벅스도, 운동화도 아니다.

이종배아

지금 남자 옷의 경향을 말한다면 여전히 클래식이다. 하지만 클래식을 옛날식 수트의 동의어쯤으로 여기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클래식의 2막이다. 디자이너들은 앞다퉈 새로운 클래식을 만들어낸다. 최근 울리치 울른 밀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마크 맥네어리 역시 그중 하나다. 제이 프레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을 때는 1950년대 아이비 리그의 정수를 현대적 색채로 재구성했고, 지금은‘ 마크 맥네어리 뉴 암스테르담’이라는 독특한 브랜드를 운영한다. 마치 클래식 실험실 같은 그 브랜드에선 마크 맥네어리라는 괴짜 박사가 만든 기괴한 클래식들이 튀어나온다. 산뜻한 색깔로 생기를 얻은 옛날식 구두들, 프레피, 밀리터리, 올드 스포츠가 뒤죽박죽 섞인 기발한 옷가지들은 익숙한데도 은근히 새롭고, 어딘지 묘하게 마음을 끈다. 그는 또 새로운 신발을 만들었는데, 실험 대상으로 정해진 신발은 케즈의 클래식, ‘부스터’다. 스니커즈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1950년대엔 구두처럼 생긴 이 스니커즈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플레인 토, U팁, 로퍼 같은 형태여서, 그 시절 신사가 신을 수 있는 가장 편한 신발이었다. 괴짜 박사가 부스터의 밑창을 자신의 상징인 레드 브릭 솔sole로 바꾸는 등 온갖 실험을 복작복작 거치고 나니, 이렇게 꽤 출중한 클래식 벅스가 됐다. 딱딱한 벅스에 뒤꿈치가 까졌거나, 벅스 하나 값으로 살 수 있는 운동화 개수를 셌던 남자라면 이 신발 앞에서 평상심을 찾기 어려울 거다. 가격은 12만9천원, 므스크 샵과 곧 문을 열 맨 온 더 분에서 살 수 있다.

    에디터
    박태일
    포토그래퍼
    김종현, 남현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