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렬이 달라졌다. 말쑥해졌고 점잖아 보이며 심지어 잘생겨진 것 같다. 궂은 날 흙탕물 같던 지상렬은 어디로갔나? 소인국이든 대인국이든 대한민국이든 어디서나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던 지상렬은 어디에 있나?
“ 팍팍 묶어주세요. 저 지상렬이에요. 어려운 사람 아니에요.” 모래바닥에서 눈을 감은 채 그가 말한다. “ 그냥 시체 염한다고 생각하세요. 입에 쌀 물려도 괜찮아요.” 이상하게도 그 말이 참 ‘젠틀하게’ 들렸다.
말하자면 이건 불만 인터뷰예요. “아니, 지상렬이 언제부터 점잖아진 거지?”
제가요?
꼼짝 못하게 몰아붙이거나, 오장육부가 돌출하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비유라거나, 머리 모양과 전체적인 이미지까지, 죄다 없어졌잖아요.
속된 말로 껍데기가 좀 바뀌니까 왠지 점잖아 보이는 거지, 멘트 쏘는 건 예전이랑 똑같아요. 젠틀해졌다고 느끼신다면 지상렬에 대한 항체가 생긴 거죠. 좋게 봐주시는 거죠.
그 항체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 어딘가 분명 잘생겨졌거든요?
하하, 손대고 이런 거 없거든요. 흐르는 대로 살자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머리를 잘라서 사람들에게 깔끔한 이미지를 줘야겠다, 이런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잘랐는데, 이렇게 됐어요. 예전 머리도 흐르는 대로 했던 거예요. <이산>이라는 사극을 들어가면서 머리도 기르고, 수염도 그냥 내 수염으로 하자 해서 그렇게 된 거예요.
실망입니다. 지상렬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사람이 겸손하고 바르구나’ 하는 식으로 느끼게 되다니.
하하, 되게 무식하고 과격할 것 같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안 그렇다, 억울하지 않냐? 그런 얘길 들어요. 근데 그건 누가 알아주고 안 알아주고를 떠나서 그냥 시간이 지나면 아는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늘 지상렬이고.
아니, 멋있어 보이기까지.
올해 바쁘게 지냈고, 생각했던 대로 나침반이 흐르니까 고맙죠.
‘흐른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사실 그러기에 가장 어려운 곳이 연예계잖아요. 일희일비 부침이 심하고 휩쓸리기도 쉽고.
그렇죠. 저도 인생을 살면서 사방이 막혔던 적이 있어요. 근데 그건 누가 나한테 안 좋은 에너지를 줬기 때문에 생긴 벽이 아니라, 자기 탓이거든요. 자기가 바닥을 쳤을 때,스스로 뭔가를 유지한다면 그 다음부턴 올라가는 것만 남죠.
제법 올라왔나요?
예전에 비해서는 되게 행복한 삶이죠. 어렸을 때 제 목표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와인이랑 샴페인까지는 못 먹어도, 맥주 정도는 내가 살 수 있는 정도의 삶이면 좋겠다, 그 이상은 없다였는데, 지금 그것까지는 해결이 됐어요. 그러니 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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