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주호민은 2013년부터 연재가 완료된 자신의 웹툰 < 신과 함께 >의 다시 보기를 유료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바로 항의가 빗발쳤다. 유료화의 취지를 설명한 작가의 블로그에는 1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유료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포털사이트와 작가를 동시에 공격했다. 누군가는 ‘돈독이 올랐다’고 비난했다. 다음 아고라의 청원 코너엔 웹툰 유료화 반대 서명 운동까지 등장했다. “이해는 해요. 독자들 입장에선 서운한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공짜로 보던 것에 갑자기 돈을 내라 하니까. 하지만 저 자신만을 위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란 걸 말해두고 싶어요.” 주호 민은 말했다. 그는 유료화가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라고 했다. 무엇보다 웹툰 작가들의 수입을 따져보면 이 선택이 이해될 거라고 말했다.
웹툰 서비스의 수익 구조는 간단하다. 웹툰으로 발생하는 트래픽, 즉 순 방문자 수(Unique Visit)와 페이지당 클릭 수(Page View)가 모여 포털사이트의 광고 수익을 결정하고, 그 광고 수익이 다시 포털 사이트의 각 서비스에 분배돼 만화가들에게 고료 형식으로 지급되는 순환구조다. 다시 말해, 트래픽에 따른 보상이 시스템의 원칙이다. 그런데 이 시스템엔 결함이 있다. 연재가 종료된 웹툰의 이야기다. “완결된 웹툰은 포털사이트에 계속 남아 트래픽을 발생시키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작가에게 분배할 만한 장치가 없어요.” 만화연구가 L의 지적이다. 웹툰 작가는 포털사이트로부터 연재에 따른 고료를 월급 으로 받는다. 판권 전체를 위임하는 매절이나 각 작품에 따른 인세를 받는 형식이 아니다. 연재 기간은 성과, 즉 조회수에 따라 결정되고, 보상은 연재 기간에만 지급된다.
2013년 1월 현재 포털사이트에 등재된 연재 완료 웹툰은 네이버 2백61편, 다음 3백62편이다. 이 중 유료로 전환된 건 네이버 3편, 다음 29편에 불과하다.“완결작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발생하는 트래픽이 매우 낮기 때문에 사실상의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요. 1백원 단위 미만으로 집계되는 경우도 많아서요.” 다음 디지털콘텐츠 기획팀 박정서 웹툰 PD는 이렇게 말했다. 연재가 종료된 웹툰이 발생하는, 적게는 몇십에서 크게는 몇만까지의 조회수를 일일이 산 정해 작가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차라리 그로 인해 발생한 수익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만든 것이 완결 웹툰의 유료화 정책이에요.” 사실 완결 웹툰 유료화 정책은 작가들만의 주장은 아니었다. 시스템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포털사이트와 여러 작가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심한 결과다.
완결 웹툰의 유료 시스템은 TV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와 유사한 방식이다. 3백~5백원에 3일 동안 1권에 가까운 분량을 자유롭게 구독 할 수 있다. 전체 보기는 1천5백~3천원 선이며 구독 기간은 일주일이다. 네이버에선 작품의 영구 소장도 가능하다. 가격은 작가와 포털사이트가 협의를 거쳐 책정하는데, 보통 작가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수익역시 일정 비율로 나눈다. 네이버의 경우, 작가는7, 포털은 3이다. 명목은 결제 대행 수수료와 서버 유지다. 웹툰 서비스를 유치하는 모든 포털사이트의 시스템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모든 작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바로 완결 웹툰 유료화에 동참하고자 하는건 아니며, 웹툰 전체가 한달음에 모두 유료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작가들이 직접 유료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어요. 누군가는 무료로 이름을 알리는 일이 더 시급할 수도 있거든요.” 박정서 PD는 유료화의 결정은 온전히 작가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완결 웹툰에 일정 금액을 부과하기로 한 게 < 신과 함께 >가 처음은 아니다. 작년 7월, 만화가 강풀은 < 26년 >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완결 작품을 유료로 전환했다. 그전에는 허영만의 <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가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황미나의 < 보톡스 > 그리고 박진환의 < 브레이커 >가 있었다. 완결 웹툰 유료화를 실시한 이들의 공통점은 단행본 출판인세, 만화의 2차 판권 저작료 등으로 이미 수익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작가들이란 것이다. 사실 유명작가들의 경우 유료화에 따른 간접적인 손해가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 작품으로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광고나 영화 같은 2차 소비매체로의 진출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가들이 당장의 몇 푼 때문에 유료화를 실시했다는 비난은 설득력을 잃는다. 이들이 앞장서서 유료화를 단행한 건 수익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어서다.“웹툰 작가들 대부분은 포털사이트에서 받는 고료가 수입의 전부라고 보면 돼요. 신인 작가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죠. 당장 연재가 끝나면 수입이 끊겨 직업인으로서 만화를 하기가 힘들 정도예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준비도 없이 바로 새 만화를 시작해야 해요. 그러면 당장 생활이야 가능하겠지만 만화의 질은 떨어질 겁니다.” 만화가 강풀은 완결 웹툰의 유료 화가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포털사이트가 신인 작가에게 월 단위로 제공하는 고료는 1백만원을 조금 웃돈다.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와 그림만 그리는 작가가 함께 작품을 연재하는 경우에는 사정이 더 좋지않다. 수익을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한 웹툰작가는 웹툰 한편만 연재해서는 생계까지 위협받을 정도기 때문에 만화 이외의 다른 일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포털사이트가 지급하는 고료는 단지 연재 중인 만화의 작업비일 뿐이라고 웹툰 작가들은 입을 모은다. 만화 한 편을 준비하기 위해선 사실 몇 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 미생 >을 위한 윤태호의 취재 과정은 위장 취업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준비 기간만 3년이 넘게 걸렸다. 제대로 된 캐릭터와 배경을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허영만은 <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의 철저한 고증을 위해 세번이나 몽골에 다녀왔다. 몽골 문화 전문가를 섭외해 몽골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함께 연구 하기도 했다. 충분한 연구와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진 사례로, 모두 고료 이외의 탄탄한 지원과 수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연재되고 있는 웹툰을 모두 합치면 대략 3백편에 가깝다. 작년 11월 각 포털사이트 웹툰코너의 순 방문자수는 네이버 3백만 명, 다음 1백52만 명, 페이지당 클릭 수는 네이버 3억 5천6백77만 건, 다음 1억8천2백43만 건에 달했다. 모바일 이용자 까지 합산하면 적어도 1천만 명 이상이 웹툰을 본다는 이야기다. 웹툰은 만화의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하필 이 시점에서의 유료화는 만화시장 전체의 걸림돌이 될수 있다는것이 완결 웹툰 유료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웹툰의 호황이 만화 시장 전반의 호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웹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만화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해졌고, 작가가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통로는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단행본이라는 수익 모델이 있지만 유명작가 일부의 일이에요. 웹툰 유료화 정책은 웹툰에서 사라진 인세의 대안이라고 보시면 돼요. 물론 더 많은 작가가 동참하고, 시스템이 정착됐을 때의 이야기겠죠.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무엇보다 웹툰 콘텐츠 자체로 운영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이익은 결국 독자들에게 돌아갈 겁니다.” 주호민은 이번 유료화가 결국 독자들에 게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초석이라고 말한다. 현재 강도하, 윤태호를 비롯한 많은 유명작가가 완결 웹툰 유료화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1천편에 가까운 웹툰 중고작 서른편 남짓만 유료로 바뀌었을 뿐이다. 반대의 목소리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주호민이 유료화 공지를 한 다음 날 ‘주호민의 신과함께’라는 이름의 온라인 커뮤니티가 탄생했다. 커뮤니티 소개엔 “신과 함께를 무료로 보려면 이 카페를 찾으세요”라고 적혀있었다.‘돈독이 올랐다’는 말을 거꾸로 돌려보아야 한다.
- 에디터
- 장승호
- 일러스트레이션
- 이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