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야망의 여자, 비욘세 <1>

2013.03.14GQ

비욘세는 뭐든 정면으로 돌파한다. 그렇게 당대의 유일한 디바가 되었다.

톱은 아제딘 알라이아, 팬티는 돌체 & 가바나, 귀고리는 로렌 슈와르츠, 체인과 반지는 마농, 팔찌는 톰 포드, 구두는 베르사체.

톱은 아제딘 알라이아, 팬티는 돌체 & 가바나, 귀고리는 로렌 슈와르츠, 체인과 반지는 마농, 팔찌는 톰 포드, 구두는 베르사체.

비욘세는 얼마 전 기억에 남을 두 번의 무대에 올랐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과 제47회 슈퍼볼 하프타임 쇼였다. 오바마의 취임식에서 그녀는 립싱크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AR을 틀고 노래를 불렀다.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의 포화가 쏟아졌다.

공연 일주일 뒤, 슈퍼볼 기자회견장에 비욘세가 들어섰다. 그녀는 인사를 건네자마자 기자들에게 잠시 일어서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무반주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무대에 선 듯 크게, 대통령이 옆에 있는 듯 품위 있게. 놀라운 순간을 목격한 기자들은 신분을 잊은 듯 환호를 보냈다. 마이크를 놓은 비욘세가 여유 있게 말했다. “더 질문 있나요?”

비욘세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당당하고 명료했다. 그리고 이어진 질문에 답했다. “저는 완벽주의자예요. 발에서 피가 나도록 연습하죠. 취임식 날은 날씨가 아주 안 좋았고, 늦게 도착해서 사운드 체크를 제대로 못했어요. 오케스트라와 리허설할 시간도 없었고요. 그래서 녹음해둔 트랙 위에 노래하기로 했어요. 전 제 공연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기 전에 열린 슈퍼볼 하프타임 쇼. 비욘세는 공연 직전, 미리 알려진 선곡을 바꿨다. 명백한 모험이었다. 데스티니스 차일드의 재결합으로 유독 관심이 집중된 무대였다. 그룹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Bills, Bills, Bills’ 대신 ‘Bootylicious’를 멤버들과 함께 불렀다. 오랜만에 세 멤버가 합을 맞추는 무대일 텐데도, 소리가 엉키거나 안무를 놓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비욘세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택한 방법은 결코 그녀가 게으르거나 노래를 못해서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날의 주인공은 그녀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고, “그런 순간에 모험을 걸 순 없어서”였던 것이다. 슈퍼볼이 열리던 밤, 비욘세는 드러눕고, 헤드뱅잉하고, 허벅지와 목청이 찢어져라 춤추고 노래하면서 15분간 무대를 완전히 지배했다. 공연이 끝난 뒤, 놀랍게도 경기장이 정전됐다.

티셔츠는 톱숍, 브라와 팬티는 아장 프로보카퇴르, 체인과 반지는 마농. 침대 시트와 베개 덮개는 프레트.

티셔츠는 톱숍, 브라와 팬티는 아장 프로보카퇴르, 체인과 반지는 마농. 침대 시트와 베개 덮개는 프레트.

비욘세의 행보는 극복의 역사에 가깝다. 지금에야 비욘세가 좋은 보컬이란 사실에 큰 이견이 없지만, 걸그룹 멤버 출신, 댄스가수란 편견은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앞뒤 안 가리고 노래를 줄곧 크게 부른다거나, 음의 고저가 뚜렷한 노래에선 다소 밋밋하다는 편견이었다. 가장 닮고 싶어 하던 다이애나 로스와 흡사한 역할을 연기한 <드림걸스>에서 비욘세는 자신에 대한 편견을 단 한 곡의 노래로 잠재웠다. ‘Listen’은 처음과 끝이 롤러코스터처럼 다른 노래였고, 그녀는 작고 섬세하게 노래를 몰고 가다 후반부에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것은 영화의 구성과도 비슷한데, 언뜻 목소리 빵빵 터지는 제니퍼 허드슨이 돋보이다가도, ‘Listen’을 부르는 순간, 비욘세가 기어이 영화의 중심에 서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그녀는 다이애나 로스로 분해, 동시대 최고의 여성 보컬의 지위를 획득했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Terry Richard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