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신화라는 이름으로. 또한 다시 새롭고자 그들은 함께 있다.
에릭
<SNL>과 <라디오스타> 방영 이후에 모니터는 좀 해봤나요?
혜성이의 재발견이에요. 지금까지 혜성이만 연기를 안 했잖아요.
꽤나 수위를 넘나들었는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출연작을 잘 못 봤다고 들었어요. 이젠 “뭐 타는 냄새 안 나요?”를 콩트 소재로 쓸 만큼 편해졌나요?
예전부터 멤버들이 그걸로 놀리거나 방송 소재로 쓰는 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이미 많이 나온 거라 식상할까 봐 걱정이었죠. 웃기려고 놀리는 건데, 놀리기를 위한 놀리기가 되면 안되니까.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나아져서 모니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많이 하면서 단련이 된 거죠.
<신화방송>을 보면서 당신에게 변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라디오스타>를 보니 딱히 변화가 있었다기보다, 익숙한 환경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 같아요.
<신화방송>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소극적이었어요. 멤버들이야 워낙 편하고, 이젠 스태프들도 편해져서 괜찮은 거죠. 근데 다른 방송이나 예능 나가면 또 똑같아요.
모니터 해봤냐고 물었을 때, 신화로서의 감상을 얘기했죠. 확실히 에릭이 아니라 ‘신화의 에릭’을 의식한달까요?
음악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사실 처음 가수가 되려고 생각한 건 그냥 멋있어 보여서였어요. 그런데 오랫동안 활동해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애초에 가수가 되고 싶어서 시작했고, 신화로 시작했는데, 다른 데서 더 반응이 좋다고 초심을 버리면 안 멋있지 않나. 연기자나 가수가 상 말고 지속성이나 의리로도 인정받는다는 걸 알았고요. 한국의 최장수 아이돌 가수는 저희가 의도하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상이었죠. 이제는 팬분들이나 가요계에서 되게 모범적으로 보니까, 좀 더 조심스럽게, 누가 안 되게 하려고요.
신화는 제멋대로 해서 지지받아온 팀 아닌가요?
하하. 신문에 오르내린 적이 많았는데, 운이 따랐어요. 은퇴를 결심할 만큼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그 직전까지는 많이 갔거든요. 잘돼서 나태해졌을 때나, 사랑을 받아도 큰 감흥이 없을 때마다, 아주 정신이 번쩍번쩍 들게 해줬죠.
‘신화의 에릭’과 ‘문정혁’은 어떻게 달라요?
저는 낙천적이고 게을러요. 만약 신화의 멤버로서, 신화로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었다면 굉장히 나태했을 거예요. 움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신화는 제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큰 명분 같아요.
온전히 자기 이야기가 담긴 앨범을 내고 싶진 않나요? 영어 랩으로 막….
1집부터 거의 전곡의 랩을 작사해서 이제 소재의 폭이 넓진 않아요. 한 곡 전체를 작사할 땐 경험했던 일만 쓰는데, 글로 나가면 기록이 남잖아요. 나중에 그걸 번복하는 게 굉장히 멋이 없고요. 하하. 그래서 작사 제의를 받아도, ‘억’하거나 ‘이상하게 건드리는 것’이 없으면, 그냥 안 할래, 이래요. 혹시라도 말을 많이 하면, 내 생각과 다른 얘기가 나올까 봐. 그래서 말하는 걸 싫어해요.
트위터는 어때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의식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인생을 좀 더 산 선배로서 충고한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그냥 나를 위해 썼더라고요. 내 무료함, 혹은 컴백에 대한 두려움이나 팬들의 피드백이 궁금해서. 다른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자각을 하고, 그러면 하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그렇다고 일기를 쓰진 않죠?
그렇죠. 가만히 있을 때는 게을러지죠. 하하. 뒹굴뒹굴. 그러고 보니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서 한 것 같기도 하네요.
느슨한 자신을 잘 알아서, 더욱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걸까요?
민우가 예술적인 마인드라면, 저는 현실적이죠. 전략적인 건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서 그래요. 실수하기 싫고, 남한테 피해 입히기 싫고, 그것 때문에 욕먹는 것도 싫고. ‘칭찬은 못 받아도 욕은 먹지말자’가 저라면, 민우는 ‘최고가 돼서 칭찬받아야지!’ 예요.
전진
15년이 흘렀으니 혹시 전진의 청춘도 가버렸을까요?
남자는 서른 살쯤이 제일 매력있다잖아요. 지금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아요. 뭘 좀 알고 한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스무 살 뭐 파릇파릇한 나이, 아뇨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아마 멤버들도 그럴 거예요.
서른 살쯤 남자인 전진의 매력을 이번 앨범에서 찾는다면요?
굳이, 정말 굳이 하나만 뽑는다면 ‘Scarface’라는 노래요. 랩에 영어가 많은데, 영어가 발음만 잘 굴리는 게 아니라 멋있게 들려야 하잖아요. 에릭 형한테 거의 영어 수업 받으면서 했어요. 목소리도 더 맑게 내려 했고. 지금까지 랩을 하면서 가장 힘들지 않았나. 물론 결과는 맘에 들어요.
무대에서 보여주고 싶겠네요.
그게 아쉬운 거예요. 한 곡 한 곡 다 좋거든요. 타이틀 곡인 ‘This Love 안무는 절제되고 원숙한 섹시미가 있어요. 주위 남성 분들이 좋아하더라고요. 막 긴장되기보단 기대가 크고 빨리 보여주고 싶고, 이런 느낌 되게 오랜만이에요.
솔로로 ‘Wa’ 부를 때랑 비교하면요?
‘Wa’는 뭔가 대중적인 노래와 안무를 하려고 했던 거였어요. 노래도 춤도 따라 할 수 있게. 그에 비하면 신화는 막 대중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춤을 춘 적은 없잖아요. 이번 안무는 많이 따라들 하실 것 같아요. 대박 안무예요.
전진은 순진한가요? 그냥 이런 질문이 나오네요.
순진하진 않은데 순수한 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릴 때 어머니의 사랑을 못 받고 할머니한테서 자랐고, 뭔가 항상 상대에게 더한 사랑을 바라는 것 같아요.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고. 그런 게 순수함을 갖게 해주지 않나. 사람들은 전진 하면, 운동 잘하고 터프하고 남자답고 막 그렇게들 보잖아요. 근데 저는 한번 눈물이 터지면 핏줄이 터질 정도로 한 맺혀서 우는데, 집에서 다큐멘터리 보다가 그냥 펑펑 울어요. 울고 나서, 내가 왜 이렇게 울었지? 내가 막 망가지진 않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울고 나면 좋아요?
그런 건 없어요. 제가 저를 우울한 쪽으로 가게 안 놔둬요. 버릇이 된 것 같아요. 자고 일어나서 슬픈 발라드를 들으면 하루 종일 우울한 사람이에요, 저는.
오늘 아침엔 뭘 들었어요?
오늘은 ‘This Love’ 들었어요. 일부러 예전엔 뉴 키즈 온 더 블록 노래 ‘스텝 바이 스텝’을 들었어요. 밝게 시작하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거죠.
그런 노래를 일부러 듣는다는 거잖아요.
네, 제 이런 면을 팬 분들은 잘 알아요. 지나치는 표정 하나, 말투 하나 ,떨림 하나까지 너무 잘 아니까 아, 더 솔직해야겠다,그렇게 되어버린 거죠.
감추려는 게 아니라.
네, 더 드러내야겠다고 느꼈어요.
스스로에게 가장 좋아하는 점은 뭐예요?
이런 생각 참 오랜만이네요. 음, 배려심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좀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항상 배려하려고 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그게 기분 나쁜 스트레스가 아니고,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느끼게끔 하려다 보니 그런 부분이 있죠. 그럼 난 누구에게 배려를 받지? 그걸 여자친구에게 바랐던 것 같아요. 못 받으면 자책하고 삐치고 그런 연속인 것 같은데, 사는 것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바깥에서 남들에겐 열심히 배려하다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한텐 내가 더 받길 원하니까. 그러면서 뭔가 늘고 성숙해가겠지만, 힘든 것 같아요. 사는 게.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점이 내가 왜 이러나 싶은 점도 되는 거네요.
네, 근데 모든 사람이 다 이중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요? 저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만,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애쓰지는 않아요. 특히 여자 앞에서 나에게 넘어오게 하려고 말한다거나 그런 게 없어요.
앤디
15년 차, 11집. 최장수 아이돌. 아직도 트렌드에 강박을 느끼나요?
그럼요. 신인 후배들이 그런 것처럼, 똑같아요. 트렌드는 항상 바뀌잖아요. 옷도, 음악도, 춤도…. 이번에 보깅 댄스를 시도하는데요, 처음 이걸 가져왔을 때 우리 중 몇 명은 ‘우와’그랬고, 다른 멤버들은 ‘어? 이거 소화할 수 있을까?’ 그랬어요. 그러더니 의외로 되게 혼자서들 열심히 연습하더라고요. 집에서도 연습하고, 연습실에 일찍와서 혼자서도 연습하고요. 물론 가요계엔 저희보다 오래 활동한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이번에 우리는 15년간 쌓인 시간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멋을 보여주고 싶어요. 손짓이나 몸짓 하나도 멋스러운 거요.
그런데 원래 말을 이렇게 아나운서처럼 해요? 속도도, 톤도, 표정도 일정해요, 지금.
하하. 아유, 아니에요. 잘 못해요. 오래돼서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요샌 좀 신중하게 말하려고 해요.
데뷔 초엔 팬들 사이에서 ‘앤디 0개 국어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돌았어요. 그런데 군대를 다녀온 뒤 말투부터 목소리까지 다 변했다고 그래요.
복식호흡 좀 했어요. 하하하.
가지 않아도 될 군대를 검정고시까지 치르고 입대했어요. 대중들이 이건 평생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대는 다 가는 건데, 절 잘 봐주신 거죠. 부모님께서도 계속 군대 갈려면 빨리 가라고 그랬고요. 입대하는 날도 어머니가 어찌나 일찍 깨우시던지…. “군대 빨리 가야지! 첫날부터 늦으면 안 된다!” 이러면서요.
군대가 앤디를 많이 바꿨나요?
그런 게 있어요. 멤버들을 새로 만나는 것 같은 기분? 또 다른 신화 멤버를 만나는 느낌? 내무반에 있는 사람들과 만남을 새로 시작해야 되고, 훈련을 통해 알아가야 되고, 서로 배려해야 되고…. 이준기 씨도 있었고, 김지석 씨, 이진욱 씨, 이동혁 씨, 붐, 다이나믹 듀오, 이런 분들인데, 지금도 연락해요. 카톡 방을 만들었어요. 요즘 뭐 하고 지내는지, 시간 날 때 밥이든 술이든 같이 하자고요.
신화 멤버들을 군대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누가 제일 괴롭히고, 누가 제일….
지금이랑 진짜 똑같았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한테는 연습생 시절이 군대 시절이었어요. 같은 시간에 무조건 일어나야 되고, 일어나면 한 명씩 호출기에 음성을 남겼어야 됐고, 약수터에 올라가서 발성 연습도 하고, 물 떠온 거 마시면서 안무 연습하고, 그러면 지치니까 잠은 또 되게 빨리 오고요.
여럿 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으로 추려진 것도 아니고, 기획사에서 엮어준 멤버들인데, 어쩜 이렇게 15년간 ‘합’이 잘 맞을까요?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고 우울할 때가 많지만, 서로 정말 내색을 안 해요. 그럴 땐 다들 어우, 정말 프로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숙소 생활까지 포함하면 만난 지가 거의 17년이에요. 눈빛만 봐도 이제는 다 알죠. ‘아, 무슨 일이 있구나.’ 그런 배려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잘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요.
힘들어할 때, 먼저 눈치를 채고 연락을 하는 멤버는 누구예요?
음… 한 명씩 따로따로 다 와요. 카톡 단체방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밥이라도 같이 먹을까?” 아니면 뭐 “커피라도 한잔 할까?” 이런 식으로요. 하나둘 모여서 밥을 먹다 보면 어느새 여섯 명이 와 있고요. 촬영이 많고 스케줄이 바쁜데도 다 모이면 아, 우리 사이가 좀 묘한 매력이 있구나….
무슨 느와르 영화 아니죠? 진짜 이런다는 거죠?
진짜 맞아요. 이젠 정말 가족 같아요. 지난 어버이날은 전진 씨가 멤버들 부모님한테 꽃다발 선물을 다 드렸어요. 진짜 묘한 느낌이 들었고, 저희 부모님도 “아이고. 우리 선호가 챙겨주지도 못한 걸 멤버가 챙겨주고. 아유, 내 자식 같다”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 에디터
- 정우영, 장우철, 손기은
- 포토그래퍼
- 안하진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박지석, 헤어 / 원태(요닝 플레이),체체(컬처&네이처), 메이크업 / 송수진,김연진(컬처&네이처), 어시스턴트 / 문동명, 정혜원, 이상민, 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