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쁘게 봐 주세요, 씨엘 <2>

2013.07.09GQ

2NE1이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라고 할 때 우습지 않았다. 2NE1의 리더 씨엘이 “난 나쁜 기집애”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탄산음료가 몸에 좀 나쁘긴 하지만.

톱은 아메리칸 어패럴.

톱은 아메리칸 어패럴.

그렇죠. 일본에선 더 확실하지 않아요?
일본에선 아이돌로 안 보긴 하더라고요.

일본 아이돌은 또 다른 세계니까.
네, 그런 느낌이 아니죠. 음악을 좋아하고 문화에도 관심 많은 여자구나, 이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꼭 어떤 직업으로 단정 짓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그냥 음악 하는 친구들요.

친구처럼 느끼기엔 2NE1이 좀 세지 않을까요?
워, 아니에요. 저를 보면서 쟤가 하는데 내가 왜 못해, 이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모든 면에서 그렇게 살고 있거든요. 팬들도 씨엘이 하면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희망을 가졌으면 해요. 제 팬들 가운데는 정말 제 팬일 것 같지 않은, 청순하고 참한 분이 많아요. 그걸 보고 느낀 게, 모든 사람 안에는 씨엘 같은 부분이 있다는 거예요.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자기표현에 겸손한 문화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감춰진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예술에선 겸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를 표현하는 게 예술인데,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그림만 그리면 예술이 아니죠.

한번 극단적으로 해보는 건 어때요.
저 나름 극단적으로 하고 있어요. 제 솔로 싱글도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과 가사와 무대로 나타났으면 쉬웠을 거예요. 안 그래요? 지금까지 해온 걸 하는 것. 저희 스태프들에겐 너무 쉬운 일이거든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2NE1 안에서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이고, 발전이 없을 거 같아서요. ‘Fire’ 나왔을 때도 저희 욕 많이 먹었어요. 그때 저희가 바꿨다면 저희는 없었을 거예요.

지드래곤이 솔로 활동을 민첩하게 팍팍 해낼 수 있는 동력은 본인이 곡을 쓰는 것이지 않나 싶어요. 그 방향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지용 오빠만의 색깔이 있고 좋아하지만, 제가 추구하는 것과는 달라요. 또 곡을 쓴다는 것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자기 곡을 쓰는 건 깊이도 있고 오리지널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다양하게 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건 표현하는 거예요. 전 모든 걸 억지로 하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테디 오빠가 만들어주는 음악이 좋고, 그게 더 자연스러워요. 언젠가는 제가 곡을 쓰는 게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래요. 아, 그거랑 똑같아요. 2NE1이 처음 나올 때 여자 빅뱅이라고 했잖아요. 지금도 빅뱅이랑 2NE1이 같다고 생각하세요?

아뇨.
그쵸? 저를 몇 년만 더 보면 그게 아니구나, 아실 거예요.

지금도 아니에요.
근데 제가 너무 안타까운 게, 깰 수가 없어요. 그걸 안 달고 나올 수가 없어요. 뭔지 아시죠? 같은 회사에서 옷도 알록달록 입고 그러니까…. 제가 여자 래퍼고, 솔로고, 또 그룹에서 리더니까 그렇게 보고 싶은 거 같아요. 제가 솔로를 좀 더 하면 그런 시선이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예요.

공교롭게도 이효리와 같은 시기에 같은 제목으로 나왔어요. 두 곡을 비교하면 보이는 게 있어요. 이효리는 ‘여자’라고 해요. 이런 여자, 저런 여자. 근데 씨엘은 언니라고 하죠. 마치 어렸을 때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나이에 관계없이 ‘형’이라고 불렀던 게 생각났어요.
네. 그런 느낌의 ‘언니야’예요. 딱 정답이에요.

어떤 차이가 있냐면, ‘여자’는 여성으로서의 독립된 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언니는 연대감을 갖게 하는 호칭이랄까요.
제가 그러잖아요. ‘Where my bad gals at?’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건 노래의 버스에 조금 포함돼 있지만, 우리 언니들 다 어디 있어?, 이런 느낌이 강해요.

언니들끼리야 그렇다 쳐도 남자들은 더….
이미 알고 계시듯이 여자 팬이 많아요. 그렇게 욕심내지 않아요. 제가 여성을 대표하고 싶어한 거니까…. 갑자기 제가 오빠라고 하면 얼마나 보기 싫겠어요.

톱과 팬츠는 알렉산더 왕, 장갑과 서스펜더는 샤넬, 구두는 생 로랑.

톱과 팬츠는 알렉산더 왕, 장갑과 서스펜더는 샤넬, 구두는 생 로랑.

연애 금지는 이제 끝났죠?
네, 끝났어요. 제가 얼마 전에 오빠들한테 저랑 어울리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물어봤거든요. 오빠들의 하나같은 대답이 한국엔 없다는 거였어요. 굉장히 속상했어요. 오빠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남자 만나기가 더 어려워진 거 같아요. 저의 이런 세다면 센 이미지를 좋아하는 남자 분이 계시다면 연락해주시면 좋겠어요….

새로운 사람들 많이 만나요?
그러고 싶죠. 아, 근데 쉽지 않아요.

일에서는 경력이 쌓일수록 본인이 원하는 걸 하는 것 같아요?
2NE1에서는 항상 중간 지점을 찾으니까…. 근데 씨엘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시면 편해 보인다고 느낄 거예요.

이번 무대를 보면 옛날보다 확실히 편해 보이는 게 있어요.
투어를 돌고 나서부터 그래요. 항상 짜인 안무를 하다가, 관객이랑 호흡하면서 깨달았어요. 이런 느낌이구나, 사람들이 여기에 중독되는구나. 그리고 이래도 되는구나, 좀 놓아도 되는구나, 이 부분은 안 해도 되는구나. 내 자신인 게, 진실한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 경험에서 온 거죠.

경험을 믿다가, 지금부터 애늙은이 소리 듣는 건 억울하지 않아요?
근데 저는 애기 때부터 애늙은이였어요. 어른들 얘기 듣는 걸 너무 좋아했죠. 아직까지도. 그래서 또래 친구가 별로 없어요. 애늙은이 같지만, 그래서 오히려 애 같은 면이 있죠.

스물세 살이면 사회에선 젊은 나이예요. 젊다고 생각해요?
전 영혼의 나이를 믿어요. 그래서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경험에서 나오는 걸 무시못하지만, 소울메이트라고 하잖아요, 그것처럼 영혼의 연결은 나이랑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젊으냐고 물어보셨죠? 저는 젊고, 늙고, 아까 말했듯 흑백이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다 가지는 거 아니에요?
말씀드렸잖아요. 모든 사람은 두 가지가 있다고!

지금 생각났는데요. 나쁜 면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젊은 것 같아요.
네. 진짜 다행인 게, 제가 음악적으로만 나쁘다는 거예요. 음악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일상에 영향을 끼쳤다면 좀 많이 안 좋았을 것 같아요. 근데 고민이 있어요. 제가 젊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게, 노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요. 클럽도 가보고 친구랑 술도 마셔봤어요. 안 해본 게 아니에요. 근데 흥미를 못 느껴요. 그래서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사실 내 또래의 생활을 하면서 영감을 얻으면 우리 세대의 노래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잖아요. 근데 그러려고 노력해도 도저히 못 느끼겠는 거예요. 왜 재미가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자꾸 돼요.

어려서부터 일을 해서 그런가?
아뇨. 일 많이 해도 잘 노는 사람은 잘 놀던데. 제가 옛날에 놀아본 사람도 아니고요. 일이 재밌나 보다 해요. 다들 재미를 느끼는 코드는 다르니까.

그 일에 따라오는 명성이 피곤하진 않아요?
신경 안 써요. 그런 개념이 없어요. 큰일보다는 작은 일을 생각해요. 오늘은 촬영해야지, 어떻게 재미있게 할까, 이제 뭘 할까. 큰일을 작게 생각하고, 작은 일을 크게. 큰일, 즉 명성을 지키기 위해서 한다면 재미가 없어질 거예요.

2NE1의 리더 CL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큰 그림을 봐야죠. 큰 그림을 그리되 큰 걸 크게 생각하면 안 돼요. 큰 걸 작게 생각해서 하나하나 하다 보면 그게 모여서 커져요. 작은 일을 대충 하지 않고, 중요하게, 크게 생각해서 하고.

그 결과가 생각만큼 커다랗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을까요?
네. 왜냐하면 저는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없어요.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인간이 해낸 거라면,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 일단 안 되는 거 같아요.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최용빈
    스탭
    스타일리스트 / 양승호, 메이크업 / 신성은, 헤어 / 구민희, 어시스턴트 / 문동명, 정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