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7월엔 2014 메르세데스 벤츠 E300 아방가르드다.
메르세데스 벤츠 2014 E300 아방가르드 E클래스의 운전석은 그 자체로 어떤 성취다. 성공의 징표이자 안정의 상징이다. 세상엔 더 빠르고 더 비싼 차도 있지만, 그렇다고 E클래스의 순결한 실체가 다칠 리 없다. 핸들은 어젯밤에 오른팔로 안았던 허리처럼 부드러웠다. 그것만으로 충만하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밤. 차 안에 있는 누구도 불안하게 하지 않고, 한계치까지 몰아세우고 싶은 마음도 잦아들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내가 다 알아요. 그러니 지금은 좀 천천히, 여유 있게.” 자작나무 둥치 안에서 울리는 것 같은 엔진 소리로부터 이런 속삭임을 듣는 새벽을 다른 자동차 운전석에서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엔진은 발끝에서 느껴지는 진동으로,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소리로 존재감을 웅변했다. 여자에겐 미리 말했다. “지금부터 가속할 거예요. 무서우면 미리 얘기해요.” 시속 150킬로미터를 머뭇거림 없이 넘겼을 때, 미리 겁먹고 잔뜩 움츠러들었던 여자가 말했다. “지금 몇 킬로미터예요? 이 차 이상한데요? 하나도 안 무서워.” 속도와 관계없는 안락, 그 와중의 고급함, 기계적 완성도와 성숙한 인테리어가 보장하는 건 결국 소유욕이다. 이 차를 가짐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건 사회적 상징과 개인적 만족, 완숙한 정신에 대한 징표이기도 하다. 멈추고 싶지 않은 밤이었다. 둘이니까, 굳이 내리고 싶지 않은 새벽이기도 했다. 4년 전의 E클래스와 2014 더 뉴 E클래스를 일일이 비교하면서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그래서 부질없다. 호불호는 언제나 나뉘고, 1946년 최초의 E클래스, W120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싶은 마음 또한 항상 존재하니까. 그땐 그때의 미학이 있었다. 2013년에도 유효한 아름다움이라서, 이젠 고전이라 부른다. 최초와 최신의 E클래스가, 각박한 시장 저 위에서 누구보다 도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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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17년 동안 E클래스가 5시리즈보다 많이 팔린 해는 단 1년뿐이었지만…. 벤츠와 BMW가 한국 시장에서 상징하는 바가 명확하고, 두 회사가 보장하는 성능에는 이견을 달기 어렵다. 새로운 E클래스나 5시리즈를 탄다는 건, 당대 가장 진화된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니까. 여기에 아우디 A6를 더해 편의상 ‘독일 3사’라고, 시장은 통칭한다. 나란히 세워두고 번갈아 앉아본다. 하루를 통째로 할애해서 세 대를 모두 시승해본다. 진짜 내 차를 발견하는 일은 그런 과정을 거쳐야 옳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라면, E클래스가 가장 새롭다. 시장에서 새로움보다 강력한 무기가 있나? 5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올 9월에 출시된다. 아우디 A6는 2011년에 출시됐다.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CHUNG WOO YOUNG
- 아트 디자이너
- ILLUSTRATION / LEE EUN 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