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10월엔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다.
메르세데스-벤츠 A200 CDI
바깥은 그렇게 시끄러웠다. 사람은 사람대로, 말은 말대로. 운전석 문을 닫고서야 그걸 알았다. 이런 도시에서, 자동차는 완전히 혼자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으로서 가치 있다. 자동차야말로 개인적이고, 어떤 자동차는 특히 그렇다. A클래스는 그런 맥락에서 탁월하다. 이 차를 ‘고급함’ 혹은 ‘럭셔리’ 같은 시장의 언어로 일축하면 안 된다. A클래스의 지향점이 고급함 이상이라서. 시장이 정의하는 A클래스의 장르는 소형 해치백이다. 디자인과 합리, 주관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다분히 개인적인 장르다. 넷이 타기에도 무리는 없지만 주로 혼자서 혹은 둘이서 탄다. 운전 자체가 재밌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A클래스는 그 셋을 고루 갖췄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8킬로미터에 달한다. 전체적으로 역동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보닛의 길이, 낮고 넓은 차체, 도톰한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A클래스의 당찬 표정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차, 왠지 기분이 좋아요. 눈에 보이는 세부들, 달리는 느낌도.” 창밖을 보던 여자가 조용히 말했다. 어떤 전문적인 분석이 이런 말을 이길 수 있을까? 4기통 디젤 엔진의 장단점, 핸들을 감아쥐는 감각 같은 걸 가늠하기도 전에 갖고 싶어지는 충동을 A클래스가 부추긴다. 이런 가을밤에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창문을 내릴 때, 흐르듯 지나가는 배경을 볼 때, 천천히 볼륨을 높일 때….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함을 다루는 데 정평이 난 회사다. 같은 소재라도 격이 있고, 그건 가속페달을 밟거나 핸들을 돌릴 때도 일관되게 느껴지는 곧은 철학이다. A클래스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차에 탄 사람들의 마음에 단정한 격식을 차릴 줄 알고, 그게 썩 부담스럽지도 않다. 벤츠의 라인업에서나 한국 시장에서도, 존재 자체에 설득력이 있다.
Your Shopping List
아직 출시되지 않은 아우디 A3 세단을 제외하면, 모든 모델의 가격대가 겹친다. 이 차를 살 가격으로 다른 차를 살 수도 있고, 그 차를 사자니 또 다른 차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폭스바겐 골프는 특유의 합리에 우아함까지 더했다. 가장 넓은 시장을 포괄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후회 없이 권할 수 있다. BMW 1시리즈는 이 차를 반드시 타야하는 시기가 있을 것 같은, 꽉 조여진 서스펜션 같은 긴장감과 재미가 있다. 젊음과 패기야말로 1시리즈의 언어일 테니. 미니 쿠퍼의 재미는 다른 모델이 따라갈 수 없는 개성의 영역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에는 이 모든 모델이 미처 지향하지 않는 품격이 있다. 그야말로 A클래스를 정의하는 지점이며, 그 격을 다루는 독창적인 자세야말로 벤츠의 자산이다.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정우영
- 기타
- 일러스트레이터 / 이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