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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을까? <1>

2014.02.18GQ

한국 수입차 시장의 2013년 통계를 뒤져봤다. 한국이 유난히 선호하는 모델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한계도 너무 잘 보였다. 흔치 않은 차를 가진 몇 명의 멋쟁이도, 의외로 선전한 자동차도 있었다.

참 잘 팔린 차

1위) BMW 520d (6천2백90~6천9백60만원) 어쩌면 520d를 기점으로 디젤 엔진에 대한 한국의 편견이 다 깨져 나갔는지도 모른다. 편안한 침묵, 안정적이면서 기민한 움직임, 듬직한 차체와 운전 재미까지 갖췄으니 가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2위)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3천8백30~4천8백30만원) 합리적인 중소형 SUV 열풍의 중심에 티구안이 있었다. 2.0 TDI 엔진은 여러모로 균형이 잡혀 있다. 브랜드 이미지로도, 제원을 꼼꼼하게 비교했을 때도 티구안을 대신할 수 있는 중소형 SUV가 별로 없었다.

3위) 메르세데스-벤츠 E300 (6천7백40~7천10만원) 7월에 출시한 E300의 상품성과 고급함은 여전하지만, 폭스바겐 티구안에는 좀 밀렸다. 메르세데스-벤츠 입장에서는 좀 섭섭한 결과였을까?

4위) 아우디 A6 3.0 TDI 콰트로 (6천7백60만~8천2백60만원) 꾸준히 오래 팔린다. 2011년 출시됐고, 2012년엔 2,671대 팔렸다. 올해는 더 늘었다. 과연 중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배기량, 지금 인기 있는 디젤 엔진의 힘과 효율, 게다가 아우디 콰트로까지 보탰으니.

5위) 토요타 캠리 2.5 가솔린 (3천3백50만원)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전, 담백하고 성실한 토요타 자동차의 힘이 바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토요타 전체 판매량에서 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60퍼센트가 넘는다. 캠리 3.5가 165대, 하이브리드 모델이 1,007대 팔렸다. 기본기에 충실한 캠리의 저력이다.

6위) 폭스바겐 골프 2.0 TDI (3천3백40~3천7백50만원)

7위) BMW 320D (4천8백10만~5천5백70만원)

8위) 렉서스 ES300H (4천9백50만~6천1백90만원)

6~8위에도 수긍할 만한 모델들이 포진해 있다. 골프는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는 지구적인 베스트셀러, 320d는 완성형에 가깝다. 520d와 320d야말로 BMW의 정수가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ES300h는 렉서스 부활의 신호탄, 토요타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신뢰의 증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잘 팔린 브랜드

1위 BMW 33,066대
2위 폭스바겐 25,813대
3위 메르세데스-벤츠 24,780대
4위 아우디 20,044대
5위 토요타 12,863대

BMW가 2014년 전체 판매량 1위에 등극했다. 작년에도 1위였다.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순위를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듯, 한두 대의 베스트 셀링 모델이 브랜드의 전체 순위를 좌우하고 있다. BMW의 일등공신은 단연 520d였다. 역시, 2012에도 그랬다. 출시 이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고, 지금 살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면서 촘촘한 재미까지 갖춘 세단이다. 2위는 폭스바겐이다. 지난해에는 3위였다. 티구안과 파사트, 골프의 선전이 견인해낸 결과.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의 아성을 앞질렀다. 수입차 시장의 소비 패턴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이 확장하는 기세는 명백하고, 소비층이 넓어짐에 따라 호사스러움보다 정확한 실용성을 강조하는 모델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토요타 캠리가 여전히 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7명의 멋쟁이

1위) 메르세데스-벤츠 E63AMG (1억 3천8백50만원) 벤츠 E63AMG를 고른 누군가의 고집, 그가 도로 위에서 만끽하고 있을 권위와 힘을 또한 존중한다. 고급하고 정중하면서 맹렬한 힘까지 겸비한 세단, 자세히 보지 않으면 AMG인줄 모르기 십상이지만 아는 사람은 소리만 들어도 안다. 무릇, AMG를 의심하면 안 된다.

2위) BMW 640 컨버터블 (1억 1천6백40~1억 2천7백20만원) 가장 농익은, 노을 같은 컨버터블 BMW 640을 선택한 7명은 과연 누굴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차를, 진짜 소수가 차지했다. 응원하고 싶은 선택.

3위) 미니쿠퍼 S JCW (4천5백만원) 생각보다 적게 팔렸다. 크기와 배기량에 관계없이, JCW가 줄 수 있는 재미와 즐거움이야말로 독보적인데.

4위) 재규어 F타입 V8 S 5.0 SC (1억 5천8백70만원) 2013년에 출시된 차 중 가장 돋보였다. 이안 칼럼의 디자인은 완벽하게 새로웠고, 과장된 구석이 없는데도 그 완결성 자체로 단연 멋졌다. F타입 V8 S 5.0 SC는 그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이다.

5위) 아우디 R8 GT 스파이더 FSI 콰트로 (3억 4천2백90만원) R8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이다. 매년 333대를 한정 생산하고, 2013년에는 한국에 딱 6대가 들어와 모두 제 주인을 찾아갔다. 2013년에 팔린 2대에는 그 6대를 놓쳤던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다. 아우디는 그 두 사람의 주인을 위해 2대를 다시 주문했다.

의외로 잘 팔린 차

1위) 혼다 어코드 2.4 (3천2백50~3천4백90만원)

2위) 닛산 알티마 2.5 (3천2백70만~3천3백50만원)

3위) 포드 익스플로러 3.5 리미티드 (5천3백45만원)

4위) 토요타 86 (3천8백90만원)

5위) 푸조 RCZ 1.6 가솔린 (5천3백90만원)

혼다 어코드와 닛산 알티마는 각각 브랜드의 판매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효자 모델이다. 조용하고 꾸준하게 팔린다. 어코드 2.4는 2012년에 1.007대였다. 2013년에 쏟아졌던 신차들의 요란한 마케팅도 아랑곳 않고 팔린 셈이다. 알티마도 그렇다. 2012년 635대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미국 SUV의 매력을 제대로 갖춘 차다. 푹신하고 안락하며 거대하다. 4인 가족 이상이 주로 도시에서 활동한다면 리스트에 올려놓아도 후회 없을 차다. 토요타 86과 푸조 RCZ의 선전도 반갑다. 86을 선택한 86명과 RCZ를 가진 21명은 짐작컨대, 그 2대 말고 다른 차는 염두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주관이 뚜렷하고 지향점이 분명한 자동차와 주인들. 그들의 선택을 조용히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