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누가 마이클을 모함했나

2014.02.26GQ

마이클 패스벤더는 스타이자 섹스 심벌인 그를 ‘그 남자’라고 표현한다. 그 남자는 고요하지만 마이클 패스벤더는 수다쟁이이며, 그 남자는 정중하지만 마이클 패스벤더는 스피드 광이다. 마이클 패스벤더가 <노예 12년>에서 연기한 농장주인 에드윈 엡스는 사악하지만 인간적이다.

수트는 톰 스위니, 셔츠와 포켓 스퀘어는 토마스 핑크, 타이는 팔 질레리.

마이클 패스벤더는 그의 고향인 아일랜드 남서부의 킬라니에서 자신의 최초이자 유일한 연극을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올렸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각색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패스벤더의’ <저수지의 개들>이었다. 패스벤더는 감독과 프로듀서를 맡아 연극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미스터 핑크(“대사가 정말 최고였어요!”) 역을 연기했다. 포사 국립 학교에서 만난 그의 가장 친한 친구 오웬 오쉬어가 미스터 오렌지 역이었다.

그의 아버지 요세프는 독일인이었고 어머니 아델은 아일랜드인이었다. 요세프는 주방장이었고, 부부가 함께 웨스트 엔드 하우스를 경영했다. 그들은 마이클이 웨스트 엔드 하우스에 갇히는 신세가 될까 봐 걱정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학을 그만두고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이었던 어느 여름, 그는 극단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패스벤더가 무대 예술의 세계에 들어가려고 한 첫 번째 시도가 이 연극은 아니었다. 적갈색 머리에 백상어 같은 웃음을 지닌 패스벤더를 만난다면 ‘투 마이크스’에 대해 물어보길 권한다. 메탈리카의 어쿠스틱 커버를 전문으로 한 밴드였다. 너무 심하게 웃지는 말기를. 그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온 일을 시도해본 첫 번째 사례였으니 말이다. (이 말은 무척 멜로 드라마틱하게 들리겠지만, 바로 그 점이 중요하다). 그는 자기 극단에 피넛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음, 땅콩은 작지만, 에너지를 아주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엔 규모가 커졌지만, 시작은 땅콩만 했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예언을 돌이켜보면 완전한 코미디인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은 킬라니에서 만난 도니라는 이름의 소년으로부터 비롯됐다. (도니라는 이름을 패스벤더는 남서부 아일랜드/독일식으로 이를 악물고 ‘다우니’라고 발음한다.) 도니는 아일랜드 연극의 중심인 게이어티 연기 학교에 다녔던 똘똘한 아이로, 킬라니에 돌아와 연기 워크숍과 극단을 운영하며 자신이 오손 웰스에 대한 이 작은 마을의 대답이라고 했다. 도니는 패스벤더보다 나이가 많았다. 오직 나이와 경험 때문이었다 해도, 어쩌면 그때는 패스벤더보다 멋있었을지도 모른다. 후에 <셰임>,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5월 개봉 예정)>, <노예 12년>에 출연하게 될 패스벤더가 처음으로 연기의 맛을 본 건 도니의 아마추어 워크숍이었다.

패스벤더는 도니 밑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연극을 올리는 펍에서 판토마임을 했지만, 큰 야망은 없었다. 여섯 달 후에 수업이 없어졌고 패스벤더는 독립했다. 피넛을 만들고, 부모님, 누나(지금은 뇌 외과의다), 오웬 오쉬어, 킬라니 전체(인구 14,219명)를 향해 타란티노의 피투성이 걸작을 무대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패스벤더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신이 된 것 같았어요! 한 시간 정도.” 곧바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자기 회의, 식은땀. “무시무시했어요. 모두가, 마을 사람 전부가, 부모님이, 내가 실패하는 걸 지켜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죠.”

악명 높은 새까만 양복(빌리거나, 대여하거나, 패스벤더가 요령껏 얻어냈다)과 경찰의 잘린 귀(램찹) 말고는 모든 부분에서 심각했다. 심지어 공연장 대여도 힘들었다. 주민 센터를 빌릴 수 없었다. 어떤 80대 노인이 너무 상스러운 작품이라고 했다. 수익금은 전부 자선 단체에 보낼 거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중에 패스벤더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오디션을 볼 때 타란티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패스벤더에 따르면 타란티노는 “내가 만든 걸 가지고 딴 놈이 돈을 벌지만 않으면 난 상관없어!”라고 했다. 농담 같지만 진심이었다. 패스벤더는 오디션에 합격했다)

결국 패스벤더는 돌파구를 찾았다. 무대, 아니 연단을 섭외했다. 레벨스 나이트클럽 주인이 무대에 올려주겠다고 했다. 완벽했다. 고문 장면에서 스트로브를 사용하고 무대를 붉은빛으로 물들이면 위협적인 분위기를 강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전되고 있는데도 패스벤더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그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았다. 다른 배우들도 느끼고 있었다.
개막 2주 전에 나이가 많은 편이었던 배우 하나가 반란을 일으켰다. “어이, 마이클, 몇 장면은 도니를 데려다 좀 봐달라고 하는 게 어떨까….” 패스벤더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젠장, 어쩌면 저 말이 맞을 수도 있어. 프로의 도움이 필요한지도 몰라. 젠장, 도니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날 패스벤더는 화가 치민 상태로 집에 갔다. 걱정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에 그는 창백해져 – 원래도 창백하지만 더욱 – 있었지만 마음을 굳혔다. 리허설 장에 가서 사람들을 모으고 헛기침을 했다. “이렇게 말했어요. ‘위험을 감수합시다. 우리 힘으로 해봐요.’” 그때를 회상하며 덧붙였다. “몇 주나 일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도니가 들어와 크레딧을 가져 가고 구세주 역할을 하게 할 수는 없었어요.” 배우 겸 감독이었던 그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잘되면 잘되는 거고, 망하면 망하는 거예요.”

반란을 일으킨 배우는 패스벤더의 불안한 허세를 믿지 않았다. 그는 패스벤더에게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도니를 데려오지 않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럼 그만둬. 다른 사람 뽑으면 되니까.” 패스벤더가 말했다. 리허설 실의 어두운 구석에서 누군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오쉬어였다. “모두 침착해!(‘펄프 픽션’의 대사)” 웃음 때문에 대결 구도는 흐지부지되었다. 공연은 레벨스에서 이틀에 걸쳐 상연되었다. 램찹을 소품으로 사용했다. 첫날은 120명, 둘째 날은 140명이 관람했다. 매진이었다. 적어도 댄스 플로어는 꽉 찼다. 도니는 보이지 않았다. 패스벤더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난 그 경험에서 모든 걸 배웠어요. 정말, 모든 걸.”

“마이클은 예술가예요. 배우가 있고 예술가가 있죠. 예술가는 더 나은 방식으로 실패하는 사람들이에요.” 스티브 맥퀸의 말이다. 거의 20년 전 나이트클럽 연단에서 시작한 그를 더 강하게 만들고 진화시킨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맥퀸 감독이다. 그는 호평 받은 자신의 영화 세 편 전부에 패스벤더를 캐스팅했다. <헝거>, <셰임>, <노예 12년>.

패스벤더와 함께 소호의 호텔 바에 앉았다. 영화 프로모션이 한창이고, 시상식 시즌이면 피할 수 없는 ‘누가 상을 받을까?’ 하는 이야기가 오갔다. 패스벤더는 오늘따라 수다스럽다. 하긴 그가 수다스럽지 않을 때가 있기는 한가 싶다. 맥퀸은 “마이클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데 재능이 있어요”라고 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데인저러스 메소드> 촬영장에서 패스벤더를 매일 마주쳤던 경험에 대해 이렇게 했한다. “그는 너무 생기가 넘쳐서 다른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요.”
맥퀸의 최신작은 호평 받았던 그의 전작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노예 12년>으로 오스카 상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솔로몬 노덥이 1853년에 펴낸 동명의 비망록을 영화화했다. 19세기 중반에 뉴욕 주 사라토가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정직하고 조용하게 가장의 삶을 살던 노덥이 마약에 취한 채 납치되어 워싱턴으로 끌려온다. 그는 질병이 들끓는 노예선을 통과해 루이지애나의 목화 농장에서 강제 노동을 한다.

맥퀸은 노덥, 그리고 그가 만나는 다른 흑인 노예들의 끔찍한 경험을 그대로 담아낸다. 잔인한 장면들은 그대로 화면에 담겨, 관객들에게 노예제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인간적인지 목도하라고 요구한다. 영국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가 노덥 역을 훌륭히 해냈고, 패스벤더는 불쾌한 복음을 전파하는, 병적인 농장 주인 에드윈 엡스 역을 맡았다. 사람들을 학대하는 술꾼으로, 그의 ‘인간 재산’을 소보다도 못하게 취급한다.

패스벤더는 캐릭터 구성을 원작으로부터 시작했다. 책에서 노덥은 엡스가 “덩치가 크고 뚱뚱하며, 몸이 육중하고 금발머리다. 광대뼈가 높고 아주 큰 매부리코를 가졌다”, “엡스는 술독에 빠져 있을 때 폼을 재며 시끄럽게 굴었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깜둥이들’과 춤추거나, 마당에서 긴 채찍으로 그들을 때리는 것이었다. 그들의 등에 커다란 흉터가 생기는 것, 그들이 비명을 지르는 걸 좋아했다.” “맨 정신일 때는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교활했다. 취했을 때처럼 아무나 막 때리는 대신, 그만의 비열한 꾀를 부려 일이 굼뜬 노예의 은밀한 곳에 자기 물건을 집어넣곤 했다.”

착각할 필요는 없다. 노덥의 유창하고 균형 잡힌,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 때문에 역겹고 수치스러운 현실을 미화할 일도 없다. 에드윈 엡스는 괴물이었다. 패스벤더는 거의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는 정말이지 괴물이죠.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에요. 믿기 힘들겠지만, 난 그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공감을 느껴요. 난 기본적으로 인간은 다른 인간에게 하는 일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채찍으로 때리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예요. 난 엡스의 그런 면을 끄집어내서 관객들이 단 1초나마 자기 자신을 볼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그의 야수성과 거리를 두기가 불편해지겠죠. 그를 더 가까이에 두면 효과가 더 강해질 거예요. 저 두려운 존재 뒤의 인간, 즉 피와 살, 뇌를 관객들에게 들이미는 거예요. 그렇게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이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엡스 같은 사람에게 인종차별은 뭘 남겼을까요?”

“채찍 연습을 했던 게 기억나요. 제대로 딱! 소리 내는 법을 익혀야 했죠. 어깨가 뭉치더라고요. 다른 인간의 등에서 피부를 벗겨내는 육체적인 일을 하느라 어깨가 뭉쳤어요. 육체적 기억은 몸에 남죠. 내 몸에 남고, 엡스의 몸에 남아요. 몸은 당신이 같은 남자, 같은 여자에게 했던 일을 기억해요. 이에 따른 심리적 영향은 어떨까요? 몸에 고통의 기억이 남을까요? 어딘가 남아 있을 텐데 말이죠. 저는 엡스를 통해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엡스의 안에는 깊은 갈등이 있어요.”

수트는 톰 포드, 셔츠는 스마이스 앤 깁슨, 타이는 턴불 앤 아서, 슈즈는 미스터 헤어, 양말은 울시, 타이 핀은 버드 셔츠메이커스.

맥퀸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스타인 패스벤더를 극찬한다. “마이클은 늘 새로운 걸 실험해보고, 새로운 걸 하고 새로운 대사를 해요. 배우들은 대부분 자기가 잘한다는 걸 아는 것에만 기대죠. 마이클은 깊은 우물이에요. 그에겐 정형화된 연기가 없어요. 자기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는 바보 같아 보이는 것도 감수해요. 정말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린 후, 천을 꺼내서 그 멋진 그림을 다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과 같아요. 그는 자만하거나 점잔을 빼지 않아요. 그렇게 본다면 마이클은 복서고 나는 트레이너입니다. 그리고 매 시합이 서로 달라요. 제일 안 좋은 건 뻣뻣한 상태로, 늘 하던 자세로 시합에 임하는 거죠. 실력 없는 배우들이 그래요.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어요.”

맥퀸이 IRA 단식투쟁가 바비 샌즈를 다룬 2008년 작 <헝거>에 그를 처음 캐스팅했을 때, 비록 미국에서 스필버그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조금 인기를 얻긴 했지만 패스벤더는 진짜 스타는 아니었다. 첫 오디션에서조차 패스벤더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패스벤더가 들어왔을 때는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았어요.” 패스벤더의 잠재력은 맥퀸과 함께 일하며 피어난 게 분명하다. 패스벤더가 리들리 스콧이나 테렌스 맬릭 같은 사람들과 일하게 된 지금, 맥퀸은 질투를 느낄까? “네, 그런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를 찾는 사람이 많으니 투덜거리며 받아들일 수밖에요. 그는 그의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예요.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미키 루크나 게리 올드먼 같은 배우죠.”

최근 <해리 포터>의 다니엘 레드클리프는 스스로 ‘마이클 패스벤더 테스트’를 한다고 고백했다. 역할이나 광고 출연 제의를 받으면 스스로에게 ‘마이클 패스벤더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물어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이클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어 해요. 다른 배우들은 마이클이 나온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자기도 나가고 싶어 하죠. 마이클의 영향력이 그 정도예요. 주연 배우인 동시에 캐릭터 배우라는 점에서 보기 드문 존재죠. 브랜도라는 이름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배우의 그 양면을 모두 훌륭하게 연기해낸 배우는 브랜도밖에 없어요.”

바에 앉아 패스벤더와 이야기하다 보면 한참 날아다니는 사람을 잡아챈 기분이 든다. 3년 전 <셰임>으로 인기가 치솟은 뒤, 그는 발에 땅을 디딜 새가 거의 없었다. 최근 12개월간 런던 해크니에 있는 아파트에서 보낸 시간은 20일밖에 안 된다. 그나마 쉬었던 때는 아버지와 오토바이 여행을 다녀온 것, 옛 친구와 남아공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어느 날 밤 함께 레드 와인을 잔뜩 마시고 남아공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말 맛있는 말벡을 마시다가, ‘야, 이거 어디서 온 거지? 아르헨티나? 가자!’ 이랬어요.” 물론 패스벤더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그의 명성을 향한 시선은 더 집요해졌다. 대단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관객을 끄는 것이 더 중요한 업계에서, 스타가 된다는 것의 이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패스벤더를 당신의 여자친구나 아내의 넋을 빼놓는 사람으로 변신시킨 영화는 <셰임>이었다. 그녀가 뭐든 허락할 남자, 그녀의 단 하나뿐인 ‘원 나잇 스탠드’ 말이다. 케이트 업튼도, 케이트 모스도 패스벤더와 사귀었다. 맥퀸마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물론 섹스 심벌이죠! 난 정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예쁜 여자들이 마이클에게 접 근하는 걸 봤어요.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요. 어찌나 노골적이던지! 그는 매력적인 남자고, 배우에겐 여자가 꼬이기 마련이죠. 이것 역시 그가 탁 트여 있는 사람이라 그런 건지도 몰라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 말이죠. 하지만 그는 신사예요. 비열한 놈이 아니라고요! 그와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여자들이 그와 함께 자고 싶어 하는 것만큼이나 남자들은 그와 어울려 놀고 싶어 해요. 게이든, 스트레이트든 그에겐 아무 상관없어요. 정말 멋진 사람이죠!”

패스벤더와 함께 연기한 아름다운 여배우들도 같은 생각인 것 같다. 작년에 테렌스 맬릭의 작품을 같이 찍은 나탈리 포트먼은 이렇게 말했다. “함께 있으면 거리낌이 없어져요. 그는 자연스럽고 창의적이에요. 어떤 테이크도 똑같이 가는 법이 없어요. 똑같은 장면을 끝없이 되풀이해서 찍어야 하는 상황에선 정말 기분 전환이 되죠. 또한 상대 배우를 자유롭게 해줘요. 그의 앞에서 바보 같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요.”

<블랙 스완>에 출연했고 아카데미상도 탄 포트먼은 ‘와일드한 남자’ 로 알려져 있는 패스벤더의 거친 모습을 촬영장 안팎에서 본 적이 있을까? “아뇨. 하지만 쳐다보기만 해도 아, 저 사람은 지금 즐기고 있구나, 라는 건 알 수 있죠!” 로맨틱한 장면은? “키스요? 패스벤더는 상대 배우가 여유를 갖게 해줘요.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이 돼요. 그가 어색한 감정을 다 없애줘서 가까이 있어도 부담이 없어요. 로맨틱한 장면을 찍고 나면 어색해질 수 있거든요. 하지만 마이클과는 괜찮았어요.”
36세의 패스벤더는 가십 난을 용케 잘 피해다니지만, ‘거친 남자’라는 평판은 분명 존재한다. 숨어 있는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이 표면으로 떠오른 것을 한 번 본 적 있다. 런던 메이페어 34번지에서 열린 <데인저러스 메소드> 개봉 축하 파티였는데, 패스벤더는 전채 요리가 나오기도 전에 실려 나갔다. 그러나 그는 만취했던 게 아니라고 우긴다. “바에서 끌려나간 적은 전에도 있었어요. 그날 좀 신나게 놀았던 것뿐이에요.”

<셰임>이 막 나왔을 때, 그해 최고로 꼽힌 그의 연기와 함께 어떤 신문들은 그의 성기 크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조지 클루니마저도 2012년 골든 글로브 무대에 올라 ‘전라 연기 책임감’을 덜어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씩 웃고 있는 패스벤더를 가리키며 클루니는 “이봐 마이클, 진지하게 하는 말인데, 두 손을 등 뒤로 하고 골프를 칠 수 있다면 해보는 게 좋을 거야!”라고 했다. 그런 식의 관심을 받으면 짜증이 나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어쩌겠어요? 벌떡 일어나서 ‘내 고추 얘기 그만해!’ 할 수는 없잖아요. 그냥 견뎌야죠 뭐. 지금도 그래요. 그냥 그런 거죠. 영화의 주제와 힘이 압도당하지 않을까 걱정되었을 뿐….” 어떻게 말해도 결국 곡해될 거라는 걸 아는 그는 말을 멈춘다. 예전에 다른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뭐 아무튼. 전 과거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거시기 농담이 가끔 짜증나느냐고 묻는다면, 물론이죠. 그게 그렇게 궁금하면 그냥 영화를 보면 되잖아요?”

이런 유치한 말들 때문에 앞으로는 전라 연기를 안 할 생각인가? “아뇨! 이야기에 필요하다면 물론 해야죠. <노예 12년>을 찍을 때 스티브는 어떤 장면에서 내가 바지를 벗길 원했어요. 나는 ‘스티브, 왜 이래요. 우리 벌써 <셰임>에서 했잖아요!’라고 했죠. 뭐 대단한 거겠어요. 전 세계 인류의 절반은 다리 사이에 그걸 달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걸 가지고 있잖아요. 한 사람의 생식기를 가지고 이렇게 떠들썩해지다니 좀 웃기지 않나요! 정말 터무니없어요.” 그의 평판이 연애 생활에 영향을 줄까? “묘해요. 난 거의 의식조차 안 하거든요. 방어적인 자세인지도 몰라요. 난 저랑 ‘그 남자’를 분리해요. 조지 클루니가 할리우드의 큰 영화 시상식장에서 거시기 농담을 했던 ‘그 남자’, 무비 스타인 ‘그 남자’, 여자들이 보기만 하면 발치에 쓰러진다는 ‘그 남자’. 내가 핀업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을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요. 정신 건강에 안 좋거든요.”

코트는 브리오니, 수트는 벨루티, 셔츠는 스마이스 앤 깁슨, 타이는 턴불 앤 애서, 타이 핀은 버드 셔츠메이커스, 반지는 H 사뮤엘.

마이클 패스벤더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입방아가 있다. 그의 사고방식이 어떤지, 나중에 그의 삶을 걸레처럼 꼭 쥐어짜도 물이 뚝뚝 떨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 그에게 필요한 게 뭔지를 말해주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은 그가 대책 없는 아드레날린 중독자임을 보여주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무책임할 정도로 빨리 움직이는 건 패스벤더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륙하는 우주 왕복선 같은 소리가 나는 두카티 바이크를 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포뮬러 1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자유로워지고,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더 생긴다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열정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고-카트를 탈래요.” 고-카트는 꼼짝 않고 있거나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이거나 둘 중 하나다. 그가 요즘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아파트에 TV를 들여놓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아침 8시까지 TV 앞에 죽치고 앉아서 종교 채널까지 다 볼 걸요.” 그가 승마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안전한 곳이란 없다. 어정쩡한 것이란 없다.

“스카이다이빙 해본 적 있어요?”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해본 적도, 할 생각도 없다고 대답한다. “꼭 해보셔야 돼요. 지난번엔 하와이에서 새해 전날에 했어요. 기분이 끝내줘요. 내가 인간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그런 점이에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그런 생각을 해낸 거잖아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자유 낙하를 해보자.’”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은 들지 않나? “아뇨. 물론 언젠가는 낙하산을 펴야 하는데, 내가 무서운 건 그 순간이에요. 갑자기 속도가 느려지고, 내가 얼마나 높이 있는지 볼 수 있게 돼요. 지구가 휘어 있는 것도 보여요.”

“갑자기 브레이크를 걸면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이 더 생생하게 느껴져요. 그전까지는 갈색과 녹색이 막 스쳐 지나가고, 소리를 지르며 지구를 향해 날아갈 뿐이죠. 낙하산을 펴면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보여요. 차, 나무, 집. 인생의 모든 것이 갑자기 정밀한 초점으로 맞아요. 갑자기 현실이 너무 가깝게 보여요.”

“죽음을 맞이하려고 누워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너무 끔찍해요. ‘아, 내가 그걸 왜 안 했을까? 실패할까봐 두려워서였을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써서였을까?’ 언젠가 우린 다 죽어요. 다이빙 해봐요. 잃을 것도 없잖아요?”

    포토그래퍼
    Jean-Baptiste Mondino
    기타
    글 / 조나단 히프(Jonathan He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