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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차, 포르쉐 마칸 터보

2014.06.26GQ

이달, 보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자동차들. 그리고 단 한 대를 위한 영예. 7월엔 포르쉐 마칸 터보다.

배기량 3,604cc 변속기 자동 7단 구동방식 항시사륜구동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 공인연비 리터당 11.2킬로미터 가격 1억 7백40만원

배기량 3,604cc 변속기 자동 7단 구동방식 항시사륜구동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 공인연비 리터당 11.2킬로미터 가격 1억 7백40만원

 

2015 포르쉐 마칸 터보

좋은 차는 시간, 기후조차 왜곡한다.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거나 저기 산 너머에서 번개가 치는 걸 목격했을 때도 그저 운전 자체에 몰입하게 된다. 스쳐가는 배경이 아쉽지도 않고, 도로의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면 결국 황홀해진다. 이건 포르쉐가 보장하는 쾌락이고, 마칸은 모든 기대에 성실하게 부응한다. 포르쉐는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911의 상징은 깨지거나 바래지 않을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네 명이 탈 수 있는 파나메라를 만들었을 때 누군가는 의아해했다. 네 명이, 심지어 안락하게 탈 수 있는 포르쉐라니.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 의견을 보수적이라 하기도 모호했다. 911은 정말이지 옹골찬 상징이라서. 카이엔을 발표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포르쉐가 SUV를 만들다니. 하지만 모든 의심은 포르쉐의 운전석이 불식시켰다. 파나메라와 카이엔을 타고 강원도 인제 서킷을 달렸을 때 머리는 표백된 것 같았다. 엔진의 힘, 포르쉐만이 낼 수 있는 소리, 내 손으로 돌리는 핸들이 온갖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기세로 차체를 제어할 때 느끼는 가학적 쾌감까지. 마칸은 콤팩트 SUV라는 장르로 진격하는 포르쉐의 포부이자 또 다른 승리의 증거가 되었다. 마칸은 시장의 필요를 정확히 인식한 결과다. SUV의 흥행, 장르의 파괴, 좀 더 작고 편리한 SUV로 진화하는 흐름 위에서 할 수 있는 포르쉐의 대답이다.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칸은 포르쉐인가?” 대답은 정해져있는 것 같다. “물론.” 아주 잠시 한가했던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에 확신할 수 있었다. 이후는 믿음의 연속이었다. 확신하고, 확인하고, 기대하고, 다시 확신했다. SUV 특유의 공간감에서 오는 여유와 포르쉐 본연의 민첩함에서 오는 전율 사이에서 서울 시내는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북악 스카이웨이와 소월길을 굳이 찾아가 각각 두 번씩 오르내리면서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거의 모든 포르쉐를 떠올렸다. 박스터, 카이맨, 911, 파나메라와 카이엔…. 브랜드는 끊임없는 자기증명으로만 생존할 수 있다. 어떤 순간에는 브랜드 자체가 유일한 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포르쉐는 곧 신뢰의 이름이다. 이젠 마칸이라는 이름을 오래도록 기억할 필요가 있다. 포르쉐를 아는 사람, 혹은 그 이름을 처음으로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도.

포르쉐의 방패 문양이 듬직하게 박혀있는 핸들을 중심으로 센터페시아는 질서정연하다. 다른 포르쉐와 같은 디자인이 적용돼 있고 버튼 하나가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또한 본능적이다. 마칸 최상위 모델, 터보에는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폭 넓은 공간감과 누군가의 숨소리에 놀리기도 하면서, 가끔은 보닛을 열어보기도 한다. 그 안엔 갑옷을 갖춰입은 것 같은, 이렇게 듬직한 엔진이 들어있다.

포르쉐의 방패 문양이 듬직하게 박혀있는 핸들을 중심으로 센터페시아는 질서정연하다. 다른 포르쉐와 같은 디자인이 적용돼 있고 버튼 하나가 하나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즉각적이고 또한 본능적이다. 마칸 최상위 모델, 터보에는 부메스터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폭 넓은 공간감과 누군가의 숨소리에 놀리기도 하면서, 가끔은 보닛을 열어보기도 한다. 그 안엔 갑옷을 갖춰입은 것 같은, 이렇게 듬직한 엔진이 들어있다.

마칸이라는 이름 카이맨cayman과 마칸macan, 포르쉐 라인업에 서식하는 두 종류의 동물이다. 카이맨은 미국 대륙 중남부에 서식하는 악어의 이름이다. 마칸은 인도네시아에서 호랑이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수마트라 호랑이라고도 한다. 다른 호랑이에 비해 몸집이 작고 몸 전체가 근육질이라고 백과사전은 말하고 있다. 걸출한 SUV 카이엔의 동생격, 하지만 결코 약하거나 밀리지 않는 마칸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적격인 동물이다. 정체성이 명확하고 강하며 희귀하기까지 하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포르쉐 마칸의 눈 마칸 터보에는 바이 제논 헤드램프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상황에 따라 빛의 밝기와 방향을 조절한다. 코너에서는 핸들의 조향각에 따라 코너 안쪽을 미리 밝혀준다. 고속 주행할 때는 노면을 더 밝게 볼 수 있도록 알아서 비추는 식이다. 안개가 짙어 운전자의 시야가 방해받는 경우에는 상향 빔의 조도를 낮춘다. 반사광을 줄여서 반대편에서 오는 운전자의 눈이 부시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똘똘하게 알아서 움직이는 눈이라니 해가 진 후, 혼자 운전하는 새벽이라도 외롭지 않다. 평소에는 네 개의 LED 램프가 인상적인 표정을 만든다

파나메라의 기어봉과 카이맨 S의 핸들

파나메라의 기어봉과 카이맨 S의 핸들

포르쉐 더블 클러치, PDK 신묘한 기술이다. 모든 마칸에는 포르쉐 더블 클러치가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역동성과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정도의 힘을 정확하게 낼 수 있다. 두 개의 기어 시프트가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식이다. 하나의 클러치가 3단에 물려있는 경우, 다른 하나의 클러치는 2단과 4단에 대기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빠르고 정확하다. 패들시프트로 운전자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순간에도 욕망껏 움직일 수 있다. 부드럽게 움직일 때의 변속은 웬만해선 느끼기 힘들 정도다. PDK의 변속은 사람의 판단과 손보다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YOUR SHOPPING LIST 포르쉐 마칸에 아우디 S5의 플랫폼을 활용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차, 매우 다른 디자인 언어다. 아우디 SQ5는 최초의 고성능 디젤 SUV다. 달리기 성능만은 여느 스포츠카에 뒤지지 않고, 도로에서 느낄 수 있는 쾌락의 정도도 상당하다. 아우디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힘도 그대로다. 이보크는 레인지로버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작은 SUV이면서 그 고급함과 품격을 그대로 이어받은 차다. BMW 뉴 X4는 X3와 X5 사이에서, SUV에 쿠페의 형식을 이식한 모델이다. SUV의 효율에 스포츠카의 달리기 성능, 쿠페의 멋을 고루 갖춘 석 대의 차가 시장에 있다. 즐거운 고민의 시작, 각기 다른 개성의 증명이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