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을 다섯 젓가락에 다 먹는 ‘냉면 성애자’면서 몰래 카메라에 속아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존 박은 시작부터 완숙에 가까운 가수였다. 정규 1집엔 빈틈이 별로 없었다. 그는 지금 좀 편해졌다고, 많이 내려놨다고 했다.
새 싱글 두 곡이 9월 중 공개를 앞두고 있다.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나? 9월에 뭔가 나온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준바스라는 팀과 작업했다. 엑소의 ‘으르렁’, 저스틴 비버의 ‘One Less Lonely Girl’을 만들었던 팀이다. 대표 프로듀서 신혁 씨와 지금 데뷔를 준비하는, 굉장히 잘하는 가수 한 명과 작업했다. 딱 일주일 동안 “백지 상태에서 서너 곡 만들어보자” 하고 매일 아침 스튜디오에 들어가 밤에 나왔다. 즉석에서 작곡하고 옆방에선 가사 쓰고. 미친 듯이 일주일 만에 네 트랙을 만들었다. 그중 두 곡을 발표한다.
두 곡의 마스터링 전 음원을 몰래 들어봤다. 최전선의 팝 같은데, 재지jazzy하게 들리기도 했다. 그런 작업은 처음이었다. 많이 내려놨다. 욕심이랄까? 곡의 스타일, 가사에 대한 취향도 좀 버렸다. 외부에 있는 사람이 존 박이라는 가수로 어떤 프로듀싱을 할 수 있을까를 더 기대했다. 일주일 동안 네 곡을 완성한다는 것은, 확 느낌대로 한 번에 가지 않으면 절대 끝날 작업이 아니었다. 막무가내로 달렸다. 서로 꽂히면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진짜 신이 났다. 혼자 했으면 절대 안 나올 작업, 장단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깨달은 게 있다. 굳이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구성을 짜고, 완벽한 설계도가 있어야지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라는 것. 느낌대로 이것저것 해보고,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원래 굉장히 신중하고 진지하려고 애쓰는 쪽 아니었나? 벗어나고 싶었나? 지난 일 년 동안 곡을 많이 썼다. 한 8~9곡 정도? 거의 완성한 상태였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러다 더 이상 팬, 소속사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외부랑 작업한 제일 큰 이유였다. 이제 시작한 지 3년, 2년 정도 됐을까? 나 같은 신인 가수가 혼자 끙끙 앓으면서 얼마나 훌륭한 앨범을 내겠다고…. 아직 그렇게 고민할 시기가 아닌 것 같았다.
빨리빨리 보여주고 반응도 보는, 그런 과정이 필요했던 건가? 김동률이나 이적 같은 사람을 가까이 보고 존경하면서 ‘나는 저런 가수가 되고 싶다’고 좀 고집을 피웠던 것 같다. 김동률은 지금 판이 어떻게 돌아가건 자기가 만족하고 좋아해야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모든 게 완벽해야 된다. 이적은 좀 다르다. 더 적응하면서 능란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나는 이제 미니 앨범 하나 정규 하나 냈는데, 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음원을 더 자주 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이 앨범 하나 싱글 하나 내서 순위에 많이 안 오른다고 사람들이 신경 쓰는 시대도 아니고.
춤을 출 건가? 그럴 만한 음악이라고 느꼈다. 춤은 평생 안 추고 싶다.
스스로 느끼는 정규 앨범의 반응은 어땠나? 시장의 반응은 잘 모르겠다. 선배들은 “네가 뭘 하고 싶은지 알겠고, 다양하게 해본 것도 알겠다. 그런데 아직 존박이 누군지는 모르겠다” 그랬다.
되게 냉정한 소리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밖에 없다.
그래서 틀이 좀 깨진 것 같나? 지금까지 쓴 곡들을 좀 들려드리고 싶다. 다 집에서 만든 데모라, 편곡도 안 되고 가사도 없긴 하지만….
(존 박이 집에서 녹음한 몇 곡을 아이폰으로 틀었다.)
아, 이런 느낌…. 당신이 노래하는 데가 하필 한국이라서 답답하진 않나? 그렇지 않다. 다만 내가 적응을 못해서 답답할 때는 있다. 내 딴에는 이게 너무 좋고 대중적일 것 같은데 회사에서는 너무 어렵거나 가요 같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선배들은 “네가 쓰고 부르는 게 제일 자연스럽고 좋지만 그걸 어떻게 포장할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고민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어떻게 하면 내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 숙제가 많다. 가사 쓰는 것은 정말 힘들다. 곡은 정말 그냥 모차르트처럼 쓰고 있다. 하하. 가사에서 정말 모든 기를 다 빨리는 것 같다. 그런데 동률이 형도 정말 괴로워했다. 겨우겨우, 정말 열심히 녹음 다 끝냈다.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도 저런데, 뭐 난 당연하지.’ 굉장한 위안을 받았다. 하하.
작년에 당신을 만나고 두 가지를 느꼈다. 첫 번째는 질문이 의문문으로 끝나지 않으면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의문문으로 말이 끝날 때까지 질문을 경청한다는 것. 두 번째는 생각이 정확하니까 대답이 짧다는 거였다. 그때 예능은 취미고 음악은 본업이라고 말했다. 혼란스럽진 않았나? 한 번도 혼란스러웠던 적이 없다. 지난 일년 동안 음악은 거의 안 했다. 정규 앨범 내고 예능 고정을 두세 개 했다. 즐겁게 할 수 있어서 하는 거다. 재미없으면 못할 것 같다. 다행히, 이젠 음악도 그렇게 된 것 같다. 전에는 음악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다. 아직 그렇지만…. 예능은 별로 일처럼 안 느껴진다. 그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다.
예능 덕을 많이 봤다고 느끼나? 잘했다고 생각한다. 예능을 많이 하면 방송인으로 인식이 돼서 음원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1, 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거다. 그게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감춰서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보단 존 박이 어떤 사람인지를 좀 보여주면서 음악을 하는 게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움에 대한 얘기도 했었다. 이번 음악도 어떤 파티가 너무 지루해서 잔 하나 들고 나온 남자 같았다. 화려하지만 외롭다. 요즘은 어떤가? 달라진 건 전혀 없는데, 이젠 외로움을 전혀 못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노래도 훨씬 더 가볍게 불렀다. “난 오직 너여야만 해!” 그럴 땐 확 질러버리기도 했다. 설렁설렁 취한 느낌으로 부르기도 했다. 편해졌다. ‘가벼운 느낌으로 좋은 곡을 받았으니 이렇게도 한번 해볼까?’ 그런 느낌이었다. 작년에 와 했던 인터뷰를 지금 읽으면 좀 진지할 것 같다. 요즘에는 읽는 책도 없다. 시간이 생기면 그냥 생각 없이 가만있는다. 그게 좀 힘든 사람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운 사람이 있다. 내가 그렇다. 원래도 좀 심심하다. 뭘 굳이 안 해도 괜찮다.
오늘은 jtbc <마녀사냥> 녹화장에서 바로 온 건가? 완전 재밌었다. 잘 대처한 것 같다. 동엽이 형이랑 시경이 형이 아주 짓궂었다. 거의 섹스 얘기만 한 것 같다. 막 “미국 여자는 어떠냐?” “한국 와서 뭐 해본 적 있냐?” 그런 얘기. 요즘 재미있다. 기운이 좋다. 첫 미니 앨범이랑 정규 1집은 뭐랄까, 좀 경직된 느낌이었다. 이제 하나씩 푸는 것 같다.
10년 후, 2024년 8월 11일에 오늘을 생각해보면 어떨 것 같나? 글쎄, 내가 한없이 철없어 보이지 않을까?
그럼 지금 생각하는 그때의 그 존 박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나? 정말 막 살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더 자유분방하게. 가면 갈수록 매사에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음악적으로는 굉장히 까다로워질 것 같다.
그럼 지금은 뭐가 불안한가? ‘지금은 이걸 좋아하는데 나중에 바뀌면 어떡하지?’ ‘지금은 내가 철이 없어서 이렇게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다. 음악하는 사람은 편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 항상 뭔가를 해야지만 곡이 나오는 것 같다. 태평하게 느낌이 올 때만 작업하고 그러면 절대 안 된다.
음악은 약간 수학 같은 거 아닌가? 가만히 앉아서 풀어야만 답이 나오는. 완전 그렇다.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기는 것과도 비슷하다. 그래도 지금은 음악적으로 그렇게 진지하고 싶지 않다.
조바심이 없다는 건 자신감 아닐까? 안에 쟁여놓은 게 많으니까 보일 수 있는 태도다. 하하. 그런 말 좋다. 근데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음원 다음에 정말 다른 음악, 내가 쓴 것도 너무 많고. 작업하는 대로 계속 나올 거니까.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요즘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많이 없어진 것 같다. 방송하면서 덜 연예인 같아지는 게 너무 좋다. 사진도 좀 더 이렇게 둥실둥실하고 친근한 게 좋다. 몸도 너무 좋으면 안 될 것 같다. 그게 잘 맞고 편하다.
그래서 당신을 두고 ‘방송물 뱉은 유일한 연예인’이라는 말을 한다. 하하. 예능은 선물 같다.
지금 이 인터뷰를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음, 아! 내가 요즘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같이 조바심 안 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연애하고 싶지 않나? 벌써 4년째 아닌가? 마음이 그런 건지 몸이 그런 건지, 요즘 연애를 좀 하고 싶다. 그래도 내가 잠깐잠깐은….
- 에디터
- 정우성
- 포토그래퍼
- 목나정
- 스타일리스트
- 백문영
- 헤어&메이크업
- 이가빈, 나나
- 어시스턴트
- 최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