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만원대부터 2억원이 넘는 것까지, 지금 당장 추천할 수 있는 자동차를 가격대별로 골라봤다.
[6천만원~]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전통의 강자다. 수입 시장의 중심, 확장의 핵. 더불어 6천만원대 모델부터는 차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이 점점 모호해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단의 아쉬움에 대해 토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차체에 이 엔진이었으면 어땠을까? 인테리어 소재를 조금만 더 고급스럽게 했다면 어땠을까? 늘 하는 말을 괜히 보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차가 딱 5천만원 정도만 하면 당장 살 텐데…. 수입차를 생각했을 때 응당 떠오르는 품위의 시작도, 어쩌면 이 가격대부터 새로 시작한다.
[7천만원~] 그 자체로 멋지고 풍족한 목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 가치가 걸출한 차들의 목록이 7천만원부터 시작된다. BMW 428i는 실물이 훨씬 멋지다. 완벽에 가까운 균형, 톱니처럼 정확한 자극이 있다. 게다가 지붕을 열 수 있다. 포르쉐 박스터는 언젠가 꼭 갖고 싶다. 싼 포르쉐라고? 그저 웃고 만다. 박스터에는 박스터만의 맛이 있고, 비교할 수 없는 상쾌함이 숨어 있다. 영국차 재규어의 중형 세단, XF도 이 즈음 고개를 내민다. 직렬 4기통 1,999cc 엔진을 쓰는 재규어 XF가 5천9백90만원이지만, V6 2,993cc 디젤 엔진의 맛이 굉장하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비싼 가격 때문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야말로 본질에 충실한 대형 SUV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랜드 체로키? 지프의 오프로드 DNA를 그대로 이식한 채 가죽 소파같이 넓은 품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모델이 각각의 과녁을 정조준한 결과, 점점 짙어지는 건 개성이다.
[8천만원~] 원한다면 몇 대의 차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슬슬 가격이 문제가 아닌 차원의 차들이 등장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벤츠 E350 카브리올레의 압도적인 스타일, 모든 욕망을 잠재우는 것 같은 엔진, 이토록 호화로운데 천 지붕까지 열고 달릴 수 있는 낭만만은 언급해야 한다. 아우디 A7의 스타일은 정말이지 유일하다. 게다가 사륜구동 콰트로의 안정성….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전천후 SUV다. 레인지로버가 호화로움과 도시에 조금 더 친화적이라면 디스커버리의 고집은 모험과 탐험, 사막과 계곡을 더 노골적으로 넘나든다. 포르쉐 시장 확장의 주역, 대형 SUV 카이엔은 디젤 엔진과 함께 8천8백만원부터 살 수 있다.
[1억원~] 망설일 것 없다. 여기선 지금 출시된 차 중 거의 최고 수준의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다. 재규어 F 타입은 힘과 낭만, 완벽하고 유일한 디자인에 희소성까지 갖춘 차다. 영국식 재치, 이런 선은 재규어만이 그을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기함 S클래스도 여기서부터 살짝 욕심낼 수 있다. 더 이상 보태는 말이 다 부질없이 느껴지는 모든 기술과 아름다움의 집합. 포르쉐의 상징 911, 게다가 카레라, 게다가 사륜구동 4S…. 눈이 설녹은 소월길을 이 차로 질주했던 모든 순간을 세포가 기억하고 있다. 다른 어떤 차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레인지로버를 가졌는데, 다른 SUV가 또 갖고 싶을 수도 있을까? 아, 벤츠 G클래스도 잊어선 안 된다. 기블리는 마세라티가 갈고 닦은 한 수다. 마세라티 엔진과 배기음의 야수성을 그대로 살렸는데 편안하기까지 하다.
[2억원~] 사실 여기서부턴 이 목록에 메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2억원이 넘는 자동차들은 누구나 평생 꿀 수 있는 꿈,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다 호사스럽다. 집을 제외하고, 소유할 수 있는 물성으로서 최고봉에 있는 이런 차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일단, 마음에 고이 담아두자.
- 에디터
- 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