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하버시티에선 누구나 한 번쯤 길을 잃는다. 길고 넓은 그곳에 들어서 걷다 보면 끝을 모르는 상점의 무한괘도 속에서 혼이 빠지고 만다. 오션 터미널은 어디고, 마르코 폴로는 또 뭐며, 어디서 어디까지가 게이트웨이인지… 제아무리 방향 감각이 빼어난 사람도 이내 자가당착에 빠지고 마는 하버시티는 그야말로 광대한 쇼핑의 성, 이 세상의 거의 모든 브랜드가 운집해 도열한 쇼핑의 천국이다. 거기에 아시아에서 가장 큰 베르사체 매장, 베르사체 홍콩 플래그십 부티크가 문을 열었다. 도나텔라 베르사체와 건축가 제이미 포버트가 손을 잡고 만든 매장, 비잔틴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대리석 모자이크 바닥, 황동과 투명 아크릴이라는 상반된 소재가 이루는 눈부신 괴리, 화려하고 찬연한 베르사체의 컬렉션이 그 위를 휘감는 그야말로 ‘베르사체스러운’ 광경. 매장의 위치는 ‘G122’. 어떻게 찾아가나 걱정이 앞서겠지만, 캔턴 로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게이트웨이 입구 옆에서 번쩍이는 금색 메두사를 발견할 수 있다. 누구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아무렴, 베르사체니까
- 에디터
- 박태일
- 출처
- VERS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