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지방시의 바로 지금

2015.03.30GQ

지방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티시가 말하는 지금의 옷, 가족 그리고 진짜 친구들.

 

뉴욕 머서 호텔의 어떤 방, 리카르도 티시가 줄담배를 피우며 소파에 앉아 있다. 이탤리언 억양이 섞인 영어로 지방시에서 만든 첫 번째 남자 옷의 썰렁했던 반응에 관해 말하고 있다. 올해 마흔이 된 티시는 그 냉담했던 반응에 대해 “지금 내 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늘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죠”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티시의 옷차림은 지금의 유행 경향과 완벽히 일치한다. 그는 투박한 팀버랜드 워커, 회색 테이퍼드 진, 농구공 프린트 블랙 스웨트 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시는 한때 낯설었던 조안 스몰스나 라라 스톤, 레아 T 같은 모델들을 지금의 스타로 만들었고, 여전히 그들과 가족처럼 지낸다. 마돈나는 애칭 M이라 부르며,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와는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기도 한다. 결혼식 턱시도를 만들어준 카니예 웨스트와의 친분은 이미 유명하다. 티시가 2008년 지방시 남성복을 처음 만든 이후로 몸에 딱 붙고, 발목 뼈가 보일 정도로 짤막했던 남성복의 유행 경향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로트와일러 티셔츠, 에어포스 원, 가죽 킬트, 레이저 컷 수트 그리고 밤비나 예수, 난폭한 개가 그려진 스웨트 셔츠를 보면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코모에서 보낸 사춘기는 어땠나? 그룹 더 큐어에 미쳐 살았다. 중독이었다. 열다섯 살, 예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까맣게 하고 다녔다.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검정색으로 메이크업도 했다. 코모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르주아 옷차림이었는데, 내가 한 일들은 꽤 튀는 행동이었다. 

어머니가 많이 걱정했겠다. 전혀. 난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들이었다. 가죽 레깅스 같은 옷을 만들어 입을 때 어머니가 도와주기도 했는걸.

9남매 중 유일한 아들이다. 누나들에 관한 첫 기억은? 함께 장 보러 갔던 게 기억난다. 누나들은 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였던 것 같다. 남자 없이 여자 여덟이서 똘똘 뭉쳐야 했으니까. 마치 ‘워리어’ 같달까. 그렇지만 집에 오면 세상에서 제일 상냥하고 유머러스한 라틴 여자들로 변했다. 내가 만약 대가족이 아닌 외동아들로만 자랐다면 지금쯤 분명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가 됐을 게 뻔하다.

인스타그램에서 #family라고 쓰는 걸 종종 봤다. 어떻게 연예인들과 진실된 우정을 유지할 수 있나? 그들은 내가 자기들에게 옷을 입히려 들지 않다는 걸 안다. 음반을 출시하거나 오스카 시상식만을 위한 친분이 아니다. 우린 아티스트로서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친구 사이다. 카니예나 킴과 시작부터 그런 식으로 친분을 쌓은 건 나밖에 없었다. 

카니예 웨스트의 아내이자 배우인 킴 카다시안은 사실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다. 그땐 아무도 킴을 찾지 않았다. 지금은 모든 디자이너가 킴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고 싶어 하지만.

제이지와 카니예의 투어 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래퍼 두 명의 옷을 만드는 게 부담스럽진 않았나? 영광스러운 동시에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으니 걱정 말라고 나를 안심 시켰다. 그래서 결국 카니예가 가죽 킬트를 입게 됐지. 짜릿했다. 서로 뭔가 통한다는 쾌감은 느껴본 사람만 안다.

2010년 지방시 광고 캠페인에 트랜스젠더인 레아 T를 모델로 썼다.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녀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레아의 가족은 수술을 원하는 그녀를 지지하지 않았다. 어느 날 새벽 6시에 레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몸을 팔 거야. 돈이 없으니 길거리로 나가는 수밖에. 가족은 돈 줄 생각이 전혀 없고, 난 이제 뭐든 상관없어. 내 인생 처음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깨달았거든.” 레아의 목소리를 듣는데 심장이 찢기는 것 같았다. 그녀와 캠페인 광고를 찍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두 가지다.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그리고 왜 트랜스젠터는 톱 모델이 될 수 없을까라는 물음. 

그 광고로 세간의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예상했나? 상상도 못했다. 그저 친구와 놀 듯 즐겁게 일했을 뿐.

    캔디스 레이니(Candice Rai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