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말로만 듣던 그 이태원의 밤.
아버지와 차를 타고 이태원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저기 호텔 지하에 엄청 큰 나이트클럽이 있었거든. 젊을 때 서울 오면 놀다 내려가고 그랬다.” 아버지는 경북에서 나고 자랐다. 인터넷 같은 건 있었을 리도 없고, 뉴스에서 서울의 밤중엔 어떤 곳이 가장 뜨거운지를 말해줬을 리도 없다. 하지만 당대의 젊은이들은 이태원을 찾았다. 80년대의 이태원은 그런 곳이었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한동안의 침체기 이후, 요즘 이태원은 다시 서울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됐다. 80년대보다 좀 더 밝아졌고 거리는 훨씬 더 멀리까지 퍼졌다. 몇 번쯤 들락날락했다고 동네의 모든 것을 깊숙이 경험해봤다 말하기엔 망설이게 되는 곳. 이태원이 그렇다. 공적인 기록을 남기기엔 은밀하고 사적인 동네, 낮보단 밤에 많은 일이 벌어져 더 궁금한 지역, 그러면서도 서울의 번화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 제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 사진가 김남진은 84년 여름부터 86년 가을까지 이태원을 찍었다. 그는 그렇게 탄생한 사진집 <이태원의 밤>을 이렇게 설명한다. “호기심과 나에 대한 도전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일주일에 두세 번 길거리와 업소를 들락거리다 보니 그곳 역시 아주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중략) 사진으로 무엇을 기록한다는 것은 사라져버린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줄지어 선 나이트클럽 웨이터들, 잔뜩 차려입은 파마머리 여자, 거기서 놀던 사람만 알던 클럽 내부…. 30년이 지나 가장 적절한 시기에,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이태원의 밤을 또렷이 본다.
- 에디터
- 유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