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가 조금 놀아보겠다고 만든 가방과 신발.
무릇 물욕이 있는 남자라면 톰 포드로 옷장을 채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결벽증 환자처럼 예민하고 까다로운 스리피스 수트와 턱시도라고 부르기엔 왠지 그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 있을 것 같은 스모킹 수트, 황금 갈대밭 색깔의 스웨이드 블루종과 세상의 온갖 파란색을 두루 섭렵한 청바지, 눈동자에 큰 비밀을 숨긴 것 같은 선글라스와 남성 호르몬을 한껏 끌어모으는 향수까지. 이 모든 건 비싸고 탐미적이며 최고급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방종한 쾌락도 필요했다. 그래서 톰 포드는 ‘캐주얼’에 눈을 돌렸다. 이 운동화와 백팩을 보면 마치 우둔살 패티로 만든 미니 버거와 트러플 오일을 뿌린 프렌치프라이가 별미인 미슐랭 3성 프렌치 식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흔히 스케이트화라고 부르는 캠브리지 슬립온은 세 겹을 쌓은 흰색 러버 솔과 부드러운 스웨이드로 만들었고, 밑창에 톰 포드 라벨이 있다. 고상한 탐험가에게서 힌트를 얻은 사슴 가죽 라이트웨이트 백팩은, 보이는 큰 주머니 한 개와 숨은 주머니 두 개가 있다. 뻔한 블루종이나 사파리 재킷보다는 캐시미어 터틀넥이나 크루넥 니트에 둘러메면 딱 좋겠다. 슬립온은 79만원, 백팩은 3백21만원. 물론 가격은 캐주얼하지 않다. 하지만 톰 포드의 ‘캐주얼’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바로 특별함과 희소성.
-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