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마트에 들르듯 가게에서 섹스 토이를 사는 일. 잘 알면 간편할 테고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바나나몰과 부르르와 플레져랩. 서울의 번화가에 꼭 알맞게 흩어져 있는 세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거기는 어떤가요?
OOO (< 바나나몰 > 청담점 매니저) 바나나몰의 진열대에 촘촘히 쌓아 올린 물건들을 전부 세보면 과연 얼마나 될까. “일본에 있는 건 거의 다 갖고 왔다”는 호언장담. 상시 대기 중인 남녀 매니저가 각각의 제품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하루 손님은 몇 명쯤 되나요? 요즘 좀 줄긴 했는데, 예전에는 한 30팀. 요즘은 20팀 정도예요. 춥든 따듯하든 비가 오든 태풍이 불든 올 분들은 다 와요.
지나가다 방문하는 손님보단 이미 가게에 대해 알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나요? 반대예요. 초창기 때는 저희가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고 그래서 찾아보고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오히려 가게 주변 분이 많은 것 같아요. 로컬 상권 느낌.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봐도 가게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해요. 막아놓고 있죠. 성인용품은 저속하다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여기 오시는 분들 보면 알겠지만 그냥 다 저희 친구 같은 분들이에요. 그리고 이런 섹스 토이가 절실하게 필요한 분들도 있잖아요. 노약자분들이나, 너무 불감증이 심하다거나. 상담받는 분도 되게 많아요.
자위를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재방문 고객 비율이 높나요? 상당히 높죠. 들어오자마자 얼굴을 알 정도로 자주 오는 분이 많아요. 특히 여자 고객들은 올 때마다 더 좋은 물건을 사가는 경우가 많아요.
온라인 섹스 토이 쇼핑몰은 정말 많지만, 오프라인 매장은 드물죠. 꽤 민감한 부분에 닿는 물건을 어떻게 만져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 매장엔 시연대가 있어요. 만져봐야 어떤 재질이고,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으니까. 일부러 뜯어놓은 상품도 많아요. 가게 직원들이 사용법을 보여줘야 손님들이 더 안심하는 것 같더라고요. 코스춤을 입어볼 수 있는 탈의실도 있어요. 커플들이 장난 삼아 갈아입고 가기도 해요.
섹스 토이의 재료는 실리콘이 보편적이죠? 그런데 만져보면, 익히 알고 있던 실리콘 재질과는 정말 다른 느낌이에요. 그 차이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는 뭘까요? 사실 고가 제품은 실리콘이 사람 피부보다 더 느낌이 좋아요. 얼마나 피부와 똑같은가, 를 넘어 얼마나 피부보다 더 좋은가, 까지 가는 거죠. 오나홀(남성용 삽입형 자위 기구) 같은 경우에도 여성의 질에 비해 훨씬 부드럽거나 내부 구조가 독특한 제품이 많아요. 현실 너머의 비현실.
섹스보다 강한 그런 자극에 빠질 가능성은요? 여자들은 아닌 것 같아요. 자위를 많이 해본 여자분들은 삽입 기구가 굳이 필요 없다는 걸 대부분 알거든요. 클리토리스 진동기만 있으면 되니까. 오히려 섹스 토이로 전희를 하며 몸이 더 예민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남자분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제품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듯해요. 특히 장기간 섹스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
그렇게 강한 자극을 유발하는 기구가 더 잘 팔리나요? 그렇진 않아요. 처음엔 보통 다 실제 느낌과 비슷한 정도의 제품을 찾아요. 손님 오셨네요. 인사만 하고 올게요.
손님이 올 때마다 “찾는 물건이 있으시냐”고 묻는데, 뭘 살지 이미 결심하고 오는 건가요? 절반쯤은요. 제품명까지는 아니고 진동기가 필요하다, 정도.
지금 남자 손님은 좀 황급히 사서 나가는 인상이네요. 오래 머무는 분들은 한두 시간 계시는 경우도 많아요. 묻기보다 자기 스스로 재보면서 고르려는 경우도 있고요.
남자에게 꼭 권하고 싶은 섹스 토이가 있다면요? 아네로스라고, 항문을 자극해서 드라이 오르가슴을 느끼는 제품이 있어요. 일반적으로 삽입 위주의 제품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느낌인데, 남성용 애널 자위 기구는 정말 완전히 새로운 세계예요. 드라이 오르가슴요? 항문에도 여성의 지스폿 같은 성감대가 있어요. 전립선 쪽을 자극해 사정하지 않고 느끼는 오르가슴을 드라이 오르가슴이라고 하죠. 사정하듯 한번에 확 몰리는 쾌감이라기보다, 점차적으로 올라가는 느낌.
장난감같이 작고 귀엽게 생긴 섹스 토이도 많죠. 알 모양의 남성용 자위 기구라든가.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나요? 그런 편이에요. 일본에는 ‘각성한다’는 표현이 있어요. 자위 기구가 살아 있는 것 같이 깨어난다는 얘기예요. 예를 들면 “오나홀이 각성했다” 같은. 공기를 빼고 사용하는 제품은 완전히 내부가 진공 상태이기 때문에 삽입 시 긴장감이 굉장하거든요. 기본적으로 제품이 클수록 페니스를 감싸는 실리콘이 많아지고, 안에 뼈대가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완성도가 높은 편이에요.
일본 제품이 몇 퍼센트 정도 되나요? 온라인몰엔 국내나 중국 제품도 많은데, 오프라인 매장은 70퍼센트 정도가 일본 거예요. 여기는 제품을 실제로 보고 사는 곳이니까요. 일본 제품은 일단 포장이 예쁘고, 확실히 실리콘 재질 같은 것도 뛰어나요. 와서 만져보면 알죠.
휴대용 섹스 토이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요? 가능하겠죠. 그런데 아직 국내엔 기구를 들고 다니면서까지 쓰는 분은 적은 듯해요. 가끔 변태적 성향의 동호회 분들이 그런 걸 찾는 경우는 있어요.
섹스 토이를 판매하는 곳에서 변태라는 말을 들으니, 과연 그 기준이 궁금하네요. 일단 여기서 저를 불쾌하게 만드는 사람들. 손님이 많은데도 끊임없이 퇴폐적인 얘기를 한다거나, 너무 비윤리적인 물건을 찾는다거나, 너무 가학적인 성향이 보인다거나. 그런 물건은 저희가 추천해드릴 수가 없죠.
가게에 상주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여자라서 여자 고객을 많이 상대하는데, 불감증인 여성이 굉장히 많아요. 그런 분들이 제 추천 제품을 사용한 뒤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죠. 남자분들은 은근히 섹스 토이를 사용하며 정신적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은 듯하고요.
어떻게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됐나요? 원래 광고 관련 일을 했어요. 그러다 섹스 산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직접 겪어보고 싶었어요. 실제 추세가 어떤지.
그래서 원하던 답을 얻었나요? 생각했던 거랑 다른 점이 꽤 많았어요. 솔직히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어요. 가게에 와서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정말 높은 거죠. 그리고 그냥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한 기구가 아니라, 어떤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구가 굉장히 잘 팔려요. 안대나 수갑 같은 거요.
• 바나나몰 /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723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