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도 알쏭달쏭하던, 여러가지 전방위적 궁금증.
DUGOUT
요즘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김성근 감독의 일방적 리더십이 꽤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선수와 감독 간 관계는 좀 달라 보입니다. 베테랑인 추신수는 한국 언론을 통해 지난 시즌 꽤 공개적으로 감독에 대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고요. ‘헤드 코치’가 아니라 ‘매니저’라고 불리는 메이저리그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어떤가요?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육성 과정을 밟아왔고, 그만큼 자신들이 완성된 선수라 믿는다. 더불어 다들 자기 야구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확고하다. 그렇다 보니 감독이나 코치가 쉽게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메이저리그의 감독과 코치는 선수를 도우며 방향을 제시하는 보직에 가깝다. 강압적으로 지도하는 모습은 드물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LA 다저스의 돈 매팅리 감독과 릭 허니컷 투수코치는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류현진이 불펜 투구를 건너뛰겠다고 말했을 때도, 굳이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매팅리 감독은 선수 시절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한 바 있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즈의 주장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온 신인 선수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한국 프로야구에선 감독이나 코치를 지도자라 표현한다. 메이저리그엔 지도자가 없다. 그 자리는 선수를 가르치는 보직이 아니다. 중요한 결정권은 감독의 손에 있지만, 선수와 감독은 ‘파트너’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배트 플립 관련 기사엔 ‘불문율’이란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그렇게 배트를 던졌다간 큰일이 난다고요. 그런데 지난해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호세 바티스타는 ALDS 5차전에서 홈런 후 엄청난 배트 플립을 선보였고, 최근 MLB 사무국 또한 배트 플립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죠. 대체 그렇게 막연한 불문율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까요? 그리고 기존에 잘 알려진 것들 외에 어떤 불문율이 있나요? 메이저리그는 지금 배트 플립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선수들은 대부분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정작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는 꾸준히 한국 프로야구의 배트플립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회 수가 많이 나오기 때문. 결국 요즘 메이저리그 팬들은 배트 플립에 관심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씩 “배트 플립을 하면 안 된다”는 경기장 내 불문율은 사라질 듯 보인다. 다른 생소한 불문율로는 타자의 팔꿈치 보호대에 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많은 타자가 타석에서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발목 보호대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투수들이 타자가 보호대를 많이 차고 타석에 서는 것을 언짢아해서다. 타자는 보호대 덕분에 몸 쪽 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과감한 스윙을 할 수 있다. 그러니 투수는 몸 쪽 공을 던지기가 쉽지 않다. 보호대가 투수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든달까. 과거 배리 본즈가 보호대를 착용하고 타석에 들어서자, 당시 뉴욕 양키즈의 선발투수 로저 클레멘스는 “강속구로 보호대를 박살내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불문율 때문에 몸에 맞는 공이 잦은 추신수도 보호대 없이 타석에 들어선다. 물론 예외적으로 부상 경력이 있는 선수라면, 보호대를 착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선 선후배의 위계와는 다른, 베테랑에 대한 존중이 엿보입니다. “연봉이 높은 선수를 벤치에 앉혀둘 수는 없다”는 말도 익숙하고요. 반면 공들여 키운 마이너리그 유망주가 단숨에 주전을 꿰차기도 합니다. 한편 공식적인 주장이 있는 팀은 뉴욕 메츠 단 한 팀뿐이고요. 그저 ‘고참’과 ‘신참’, ‘리더’와 ‘팀원’으로만은 나눌 수 없는 복잡한 선수단 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선수단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움직이나요? 메이저리그는 실력과 결과 위주로 움직인다. 일단 성적이 좋으면 다 용서된다. 지각을 해도 눈감아주고, 뛰어난 베테랑 선수 가운데 일부는 경기 중에 카드 게임을 하거나 클럽하우스에서 낮잠을 자기도 한다. 팀워크도 글쎄. 흔히 말하는 팀워크가 엉망인 팀이 우승한 적도 많다. 어쩌면 성적이 잘 나오는 게 곧 팀워크가 좋은 것 아닐까? 메이저리그는 상당히 냉정하다. 선수들 사이도 딱히 끈끈하지 않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동료가 방출되거나 트레이드되는 걸 수없이 지켜봐왔기 때문인 듯하다. 대부분의 메이저리그 선수단은 소규모 그룹 단위로 움직인다. 류현진의 ‘절친’으로 유명한 후안 유리베 같은 선수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라틴계 선수들을 잘 이끄는 베테랑이다. 라틴계 선수들은 백인이나 흑인 선수들과 잘 섞이지 못한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유리베는 보이지 않는 소그룹 주장 역할을 맡는 선수인 것이다. 메이저리그 팀은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언론에서 ‘팀 리더’로 언급되는 선수가 간혹 있지만, 실제로 그가 하는 역할은 크지 않다. 그보다는 소그룹, 더 나아가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본인이 알아서 하는 곳이다. 대니얼 김(< KBS N 스포츠 >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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