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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맛, 재규어 F-페이스

2016.06.29GQ

갖고 싶은 차가 너무 많아 곤혹스러울 때, 우리는 단 한 대의 차에 집중했다. 7월의 명예는 재규어 F-페이스다.

JAGUAR F-PACE
 FIRST EDITION

엔진 2,993cc V6 터보 디젤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상시사륜구동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71.4kg.m

공인연비 N/A

가격 1억 6백40만원

오묘하고 강렬한 존재감이다. 재규어 F-페이스를 실제로 마주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분명히 거대한데 옆에서보면 날렵하고, ‘날렵하다’ 생각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굉장히 넓다. 이런 비율의 SUV는 지금껏 없었다. 이 묘한 감각의 근거는 숫자에서 찾을 수 있다. F-페이스의 전장은 4,731밀리미터다. 오묘한 길이다. BMW X5는 4,886밀리미터, 그보다 조금 작은 BMW X3는 4,657밀리미터다. F-페이스는 딱 X5와 X3 사이에 있다. 전고를 비교해보면 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 F-페이스의 전고는 1,652밀리미터, X5는 1,762밀리미터, X3은 1,678밀리미터다. 이번엔 F-페이스가 가장 낮다. 내친김에 전폭까지 비교해보면 더 확실하게 잡히는 게 있다. F-페이스의 폭은 1,936밀리미터, X5는 1,938밀리미터, X3은 1,881밀리미터다. F-페이스는 은은하게 길고, 확실히 낮고, 충분히 넓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고, 여기서 아주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온다. 실제 크기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위풍당당해 보이는 건 전장과 전폭, 전고의 비율이 빚어낸 마법 같다. 보닛은 앞으로 길게 빼고 실내 공간은 최대한 뒤로 밀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재규어의 다른 세단이 지금껏 고집해온 그 비율을 그대로 옮겨온 것 같다. SUV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되 재규어의 품위를 잃지 않는 것.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의 의지가 F-페이스를 통해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구현됐다.

DETAILS

디지털이 보여줄 수 있는 세계


재규어 계기판의 속도계가 디지털로 바뀌었을 때의 섭섭함을 기억한다. 재규어만은 아날로그를 고집하길 부질없이 바란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유려하고 편리한 디지털 화면을 만나는 순간 과거는 마냥 오붓한 추억으로 남고 만다. 계기판은 속도계 위주의 전통적인 디자인은 물론 화면 전체를 내비게이션으로 쓸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 화면을 통해서는 운전 스타일, 스톱워치, 중력계 등의 정보를 세세하고 폭넓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감각으로만 이해하던 것들을 그래픽과 수치로 구현해 보여주는 것. 재규어가 디지털 화면을 활용하는 영리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YOUR SHOPPING LIST

아우디 Q7 8천5백80만 ~ 1억 1천2백30만원

BMW X5 9천4백30만 ~ 1억 3천5백80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GLE 8천3백20만 ~ 9천4백60만원

체급으로는 각각 한 단계 아래, 즉 BMW X3와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나란히 놓을 수 있다. 합당한 분류지만, 가격을 기준 삼으면 이렇게도 비교할 수 있다. BMW X5는 사실상 부러울 게 별로 없는 SUV다. BMW 특유의 면도날 같은 핸들링이 그대로 살아 있고, BMW 사륜구동 시스템 x드라이브 모델을 선택하면 나미비아 사막도 두렵지 않다. 아우디 Q7은 사뿐사뿐, 우아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SUV다. 인테리어 감각과 조립 품질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E에는 단연 넉넉하고 안정적이다. 재규어 F-페이스는 독일 3사의 대표 SUV와 나란히 그리고 폭넓게 경쟁한다.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봐도, F-페이스는 지금까지 경험한 독일 SUV와 아주 다른 차원을 달리고자 한다는 걸 매 순간 느낄 수 있다. 요즘의 다른 차처럼 톱니처럼 빡빡하거나 과하게 치밀하지 않아서 여유와 위트가 그대로 살아 있는 감각. 재규어 F-타입 컨버터블을 타고 트랙을 달릴 때 느껴지는 영국차 특유의 인간적인 여지가 F-페이스에도 그대로 묻어 있다. 운전자 스스로 도전하고, 익숙해지고, 또한 성취할 수 있는 재규어 특유의 감각이다. 게다가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6.2초. 여지없이 빠르다. 지금까지의 재규어를 익히 이해하고 아는 사람이라면 이 아름다운 SUV 또한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몰랐던 사람에게는, 반드시 알아두고 싶은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 셈이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