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Q >는 8년 만이에요. 기억나요? 그럼요. 줄에 매달려 촬영하기도 하고 수박도 깨고. 제가 그날도 오늘처럼 빨간색 부츠 신었거든요. 다 생각나요.
그때 이렇게 얘기했어요. “레게 음악도 좋아하고, 하드코어 록도 좋아하고요.” 그리고 마침내 원더걸스가 레게를 부르네요. 아, 진짜 제가 그랬어요? 저는 레게라는 장르가 그렇게 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람들 피에도 뭔가 ‘레게 솔’이 느껴진달까? 박자 타는 것도 진짜 미묘한데, 트로트라든가 그런 거랑 한 끗 차이 같아요. 좀 더 ‘레이드 백’한 느낌? 그래서 좋은 것 같아요. 저랑도 잘 맞고요.
유빈이 생각하는 ‘레게 솔’은 어떤 건가요? 나른한 멋스러움? 강하기보다 ‘칠’하고. 그렇게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풍기는 매력.
(곡에) “랩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은 말은 어떤가요? 그래서 저도 타이틀곡 외 다른 노래에서는 랩이 불필요하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으면 아예 빼자는 주의예요. 이번 ‘Why So Lonely’는 처음에 랩이 없었어요. 그러다 바뀐 거예요. 다행히 멤버들도, 박진영 PD님도 랩이 들어간 버전을 훨씬 좋아하시고.
랩 가사는 손으로 쓰나요? 손으로 쓸 때도 있고 컴퓨터로 쓸 때도 있고 핸드폰으로 쓸 때도 있고. 그때그때 생각나면 옆에 있는 걸 붙잡고 일단 적어요. 그러곤 나중에 한 자리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죠.
< 언프리티 랩스타 >에서는 다들 냉랭한데 먼저 살갑게 말을 붙이고, 의외로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어요. 그 기 센 래퍼들 사이에서. 평소 모습이라 전 별로 거부감이 없었는데, 의외라 생각하는 분도 많더라고요. 그동안 이미지가 좀 셌으니까. 근데 리얼리티잖아요. 괜히 콘셉트 잡고 행동하면 어색할 것 같았어요. 워낙 더 센 분도 많았고. (웃음) 그런데 경쟁도 좋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의는 지켜가면서 내 것을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다른 사람 눌러가면서 이기려 드는 건 이해가 잘 안 가요.
디스전도요? 씨스타 효린과의 그 무시무시했던…. 그건 그 게임의 룰이자 규칙이니까 괜찮아요. 좀 불편하긴 했죠. 효린이랑은 아무 악감정이 없었으니까. 그런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예의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트루디가 예지에게 “언니들한테 좀 예의가 없는 게 있어” 그랬죠. 저는 예지가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개인차인 것 같아요. 얼마나 허용이 가능한가. 예를 들어 길가에 휴지를 그냥 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걸 못 보는 사람도 있듯이.
유빈은 관대한가요? 저는 저한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다 이해할 수 있어요.
V앱을 통한 첫 컴백 방송에서도 예은이 리더 같았다면, 팀의 맏언니 유빈은 조율자에 가까워 보였어요. 예은이는 자기표현이 정확한 친구에요. 보통 저도 그렇고 다른 동생들이 얘기를 잘 안 해서 예은이가 답답해할 때도 있어요. 전 또 좀 느려서.
그래도 진짜 화날 때가 있다면요? 예의 없을 때. 인사는 괜찮아요. 모르면 안 할 수도 있지. 그건 쿨한데, 에티켓 같은 거 있잖아요. 얘기할 때 남을 깔아뭉갠다거나 그런 건 싫어요. 그래서 제가 예능을 못하나 봐요.
집에서도 맏언니죠? 네. 남동생 있어요. 근데 사람마다 살아온 방식이 다르니, 정말 도를 넘은 게 아니면 전 다 괜찮아요. 만약 저 같은 멤버가 네 명이었으면 원더걸스 힘들었을 거예요.(웃음)
벌써 10년 차. 그런데 지난 음반 < REBOOT > 이후로 다시 가속이 붙었죠. ‘Why So Lonely’의 티저를 본 뒤엔 신인 가수의 2집을 기다리는 맘 같은 게 생겼고요. 진짜 좋은 거네요? 예전에는 당장 맘에 드는 걸 아껴뒀어요. 다음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그런데 나중에 가면 또 그때 새로운 게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금 좋아하는 걸 하자는 주의로 바뀌었어요. 그게 결국 다른 사람들의 흐름이랑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너무 멀리만 안 가면.
지금 제일 좋아하는 건 뭐예요? 랩이요. 솔로 음반 내고 싶어요. 망하더라도.
랩으로만 꽉 찬 앨범? 노래가 좀 들어갈 수는 있겠죠. 제 색깔을 온전히 담아낸 음반이요.
< 언프리티 랩스타 > 한 번 더 나가는 건 어때요? 우승해버려요. 하라면 또 할 수 있어요. 디스전은 힘들겠지만, 해봤으니까. 그런데 < 언프리티 랩스타 > MC도 해보고 싶어요. 사실 랩을 하면서 실력이 느는 것도 있지만, 보면서 배우는 게 되게 많거든요. 자극 많이 받았죠. 아, 세상엔 정말 잘난 사람이 많구나.
유빈의 목소리만큼은 래퍼들의 부러움을 사죠. 어렸을 땐 콤플렉스였어요. 친구들이 많이 놀렸거든요. 지금은 좋아요.
이번 주부터 댄스 버전으로 무대에 서고 있죠? 첫 무대에선 욕심이 보였어요. 전에 없이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대하는 태도부터. 드럼을 치니까 제가 계속 뒤에 있잖아요. 다른 멤버들은 서서 다리라도 움직이는데, 저는 상체만 보인단 말이에요. 그걸 해소하고 싶은 맘이 그런 식으로 보였나 봐요.
홀가분해 보이기도 했고요. 그렇죠. 춤은 오래 췄지만, 드럼은 겨우 3~4년 차라 여전히 긴장해요.
악기는 왜 드럼을 골랐어요? 기타, 건반 다 해봤어요. 근데 아무래도 드럼이 저한테 제일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랩을 하니까.
리듬감 때문에? 또 드럼이 멋있잖아요. 묵묵히 뒤에서 뭔가 책임지는 느낌. 드럼이 무너지면 음악이 다 무너지니까. 그것 자체가 매력이에요.
드럼은 라이브에서 눈속임이 불가능한 악기이기도 하죠. 치면 어쨌든 소리가 나고야 마니까. 그런 부담이 오히려 저를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성격상 그런 부담도 없으면 진짜 루스해질지도 몰라요. 베짱이 기질이 있어서. 활동 없으면 운동할 때 빼고는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요. 커피 마시면서 사람 구경하거나, 한도 끝도 없이 미드만 본다거나. 우리 다 같이 나른해져요! 게을러집시다.
세계 시민에게 고하는 말인가요? 요즘 사람들은 다들 너무 바빠요. 한 템포 쉬어가는 경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정신없으면 실수도 많이 하고, 자존감도 떨어지잖아요. 쉬는 게 잘못된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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