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스니커즈 홍대엔 다 있다. 운동화에 관해서라면.
출시일을 달력에 적어두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벌떡 일어나 새로 나온 운동화를 사러 가는 일. 간절함과 초조함으로 꽉 찬 대기시간을 지나 새빨간 신발 박스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 그리고 신발 끈을 조여 맬 때의 기쁨. 어쩌면 운동화야말로 다 큰 어른을 소년의 맘으로 돌려놓곤 하는 가장 위력적인 물건이 아닐는지. 여행을 가면 운동화만 가득 있다는, 딴 건 하나도 없이 운동화만 잔뜩 판다는 매장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원 없이 운동화를 신어보고 구경하다 보면 당장 문밖을 나서 단숨에 몇 킬로미터쯤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아드레날린이 치솟기도 했다. 와, 이런 데도 있군. 여름의 문이 막 열리던 지난 6월, 서울에도 그런 가게가 생겼다. 나이키 스니커즈SNKRS 홍대가 바로 그곳이다. 나이키의 이름을 달고는 전 세계에 유례없이 처음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스니커즈 콘셉트 매장’, 즉 운동화만을 위한 공간.
구획과 깊이가 명확한 수영장이 아닌 드넓고 속을 알 수 없는 바다에 첨벙 빠질 때의 호기심과 기쁨이랄까.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한정판 프리미엄 제품, 과연 영원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헤리티지 라인, 이건 대체 무슨 소재인지 만져보고 신어보고 싶은 낯선 운동화…. 이제 나이키가 만든 어떤 신발이든 이곳을 거쳐갈 예정이다. 좀 더 구체적인 이름으로 말하자면 에어맥스, 에어조던, 코르테즈, 삭 다트, 플라이니트, HTM 시리즈까지. 예외는 없다. 이미 오픈 당일 에어맥스 제로, 이어서 리버티 컬렉션, 최근 삭다트를 단독 선발매하며 기세를 바짝 끌어올린 터.
1, 2층으로 나뉜 매장은 전시와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운동화 깨나 신어봤다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기대해봤을 만한, 이를테면 ‘서비스 센터’의 역할도 너끈히 해낸다. 운동화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액세서리(듀브레와 신발 끈 등), ‘커스텀’의 기분이 들어 꽤 우쭐해지는 레이저 각인, 제이슨 마크와 함께하는 꼼꼼한 실시간 클리닝 서비스 등. 그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쪼개 들르는 곳이라기보다, 운동화와 운동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한 전방위적 공간. 새 신발 박스 안의 얇은 종이를 벗기는 그 순간처럼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지만, 곧바로 흥분이 솟구치고야 만다. 운동화에 발을 집어넣는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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