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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만난 자동차들

2016.07.26장우철

개울가와 소나기, 사슴벌레와 피라미 떼, 모깃불과 외할머니, 수많은 별과 미루나무 사이를 지나는 바람, 우리들의 유년 시절, 누군가의 고향. 여덟 명의 사진가가 작은 차를 타고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여름방학이라는 말이 울컥 떠올랐다.

피아트 500X 크로스 처음에 이탈리아에서 이 귀엽고 독창적인 해치백이 왔을 때,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다소 생소한 브랜드 이미지와 가격 정책 등이 맞물린 탓이었을까. 아주 그냥 야무지게 예쁘다는 게 매력이었지만, 유행에 무관심한 듯한 실내와 허약한 달리기 실력은 어쩔 수 없었다. 절치부심한 피아트가 X라는 이름을 달고 새로운 SUV를 선보였다. 두툼한 토크로 시원하게 가속하는 아주 작은 SUV다. 그저 작아서 예쁘던 차는 힘 좋은 엔진을 얹고서 출력 성능과 활용성을 훌쩍 키웠다. 예쁜 차에 갑자기 날개가 달렸다.

크기 4270×1795×1620

엔진 1956cc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35.7kg.m

공인연비 리터당 12.2킬로미터

0‐‐>100km/h N/A

가격 3천9백8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A 200 대체로 작은 차는 경쾌하고 날쌘 반면 성숙한 맛은 다소 떨어지는데, A200은 어쩐지 좀 어른스러운 차다. 커다란 차를 잘 만들던 전문가들이 작은 차까지 잘 만들기 시작했다는 증거 1호쯤 될까. 그 어른스러움은 운전석과 조수석과 뒷자리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전해오는 승차감에서 대번 드러난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과연 묵직하고 점잖다. 그리고 따뜻하다. 단신이지만 강단있는 걸음걸이, 꾹 다문 입술과 차분한 표정으로 늘 지혜로운 말씀을 들려주시던 작은아버지를 닮았다.

크기 4305×1770×1445

엔진 1595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5.5kg.m

공인연비 리터당 12.3킬로미터

0‐‐>100km/h 8.1초

가격 3천6백90만원

 

BMW i3 사사삭 소리 없이 움직인다. 착화와 폭발이 필요한 엔진도,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도 필요 없다. 배기가스도 당연히 없다. 바퀴 구르는 소리와 바람 가르는 소리만 단정히 품고는 빠르고 정확하게 속도를 올린다. 그리고 정확히 멈춰 선다. 엔진을 대신하는 전기 모터는 딱 가속페달을 밟는 양만큼만 반응하면서 재빨리 속도를 높이고, 페달에서 발을 떼는 동시에 제동이 걸린다. 처음에는 생소해도 진보한 탈것의 즐거움에 쉽게 매료된다. 다부진 하체 감각과 벼린 핸들링, 주행 질감은 여전히 BMW답다.

크기 3999×1775×1578

엔진 BMW eDrive

최고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25.5kg.m

공인연비 1회 충전 후 132킬로미터

0‐‐>100km/h 7.2초

가격 5천7백50만원

 

폭스바겐 골프 2.0 TDI R-라인 ‘어쨌거나’, 해치백의 대명사임에는 분명하다. 장르조차 없던 국내 해치백 시장에 디젤 엔진을 품고 들어와 해치백 열풍을 만든 주인공. 다부진 차체는 어른 넷에 어지간한 짐을 싣고도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효율성 좋은 디젤 엔진은 풍성한 토크로 언덕을 박차고, 자동과 수동의 장점을 그러모은 DSG 변속기는 (이따금 투박하게 굴지만) 톱니를 힘 있게 물고서 엔진의 힘을 바퀴로 전송한다. 고성능 모델을 만드는 폭스바겐 R Gmbh의 디자인 패키지를 더한 골프는 착하기만 한 모범생에서 좀 놀 줄도 아는 반장이 됐다.

크기 4255×1800×1450

엔진 1968cc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6kg.m

공인연비 리터당 15.5킬로미터

0‐‐>100km/h 8.6초

가격 3천8백80만원

 

푸조 308 GT 푸조 해치백의 고성능 버전이다. WRC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노하우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하체 감각만으로 엄지를 올릴 만하다. 작은 차체는 다루기 쉽고, 낭창대는 듯 벼린 핸들링과 부드럽고 끈끈한 서스펜션이 매력을 강조한다. 해치백의 천국 유럽에서 골프와 어깨를 겨루는 고성능 해치백답게 카랑카랑하게 엔진을 돌리며 시원하게 가속한다. 양산 모델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은 스티어링 휠은 ‘내 차’에 똑 떼어다 붙이고 싶을 만큼 예쁘다. 또한 터치스크린 모니터로 몰아 넣은 통합 인터페이스는 단순한 디자인의 장점을 한껏 드러낸다.

크기 4255×1805×1460

엔진 1997cc 직렬 4기통 터보 디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

공인연비 14.3킬로미터

0‐‐>100km/h N/A

가격 4천1백90만원

 

아우디 TT 쿠페 45 TFSI 콰트로 1998년 등장한 1세대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자동차에 저런 디자인이 가능하구나, 모두가 놀랐다. 스포츠 쿠페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신형에서도 일맥상통한다. 선을 더 짙게 긋고, 더 단단히 접어서 각을 세웠지만 펜더와 루프, 둥근 보닛 끝 등을 살려 여전히 시선을 잡아끈다. 또한 기존의 통합 컨트롤러였던 MMI 대신 버추얼 콕핏을 넣어 실내를 완벽히 바꿨다. 기계식 네 바퀴 굴림 콰트로의 든든한 지원 아래 화끈한 출력으로 아스팔트를 짓이기는 스포츠 쿠페. 매콤하게 잘 달리는 작은 차는 어지간한 슈퍼카보다 더 재미있다.

크기 4200×1840×1355

엔진 1,984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35.7kg.m

공인연비 10.0킬로미터

0‐‐>100km/h 5.6초

가격 5천7백50만원

 

미니 쿠퍼 S 컨버터블 디자인 아이콘으로 시대를 탐닉 중인 꼬마 대장. 옛날 미니에 비하면 퍽 커졌지만 DNA는 여전하다. 어른 넷이 먼 길 떠나기엔 아쉬운 공간이지만, 그저 미니답달 수밖에. 다른 차에게는 단점이겠으나 미니에게는 귀여운 매력쯤 된다. 미니 쿠퍼 S 컨버터블은 기본 모델의 하체를 더 단단히 조이고, 핸들링을 더 팽팽하게 조율했다. 출력도 키워서 고-카트 같은 운전 재미도 살아 있다. 그리고 쉽게 접었다 펼 수 있는 소프트톱도 있다. 이 녀석만큼 개방감이 훌륭한 차는 드물다. 곧추선 A필러 덕이다.

크기 3850×1727×1415

엔진 1998cc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

공인연비 리터당 12.1킬로미터

0‐‐>100km/h 7.1초

가격 4천6백80만원

 

포르쉐 마칸 GTS 시작은 1963년. 904 카레라 GTS부터. 그랜드 투어링의 GT와 스포츠의 S를 섞어 만든 GTS는 과연 이름값을 한다. 카이엔보다 체구가 작고 나이도 어린 만큼 움직임도 더 발랄하다. 911처럼, 가속은 박력이 넘치고, 정지는 단호하다. 양산차 기반이어야 한다는 모터스포츠 규정에 맞춘 60년대 GTS의 화려함은 2016년에도 변하지 않았다. 떡 벌어진 차체와 GTS라서 허락된 여러 튜닝 아이템이 과연 특별하게 반짝인다. SUV의 실용성과 포르쉐만의 독창적인 감각, 무엇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모델이다.

크기 4699×1923×1624

엔진 2997cc V6 바이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360마력

최대토크 51.0kg.m

공인연비 리터당 7.4킬로미터

0‐‐>100km/h 5.2초

가격 9천9백40만원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김참, 민이토, 황우나, 곽기곤, 채대한, 이윤호, 안하진, 박우진
    이병진('카 매거진' 수석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