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포터는 이커머스계의 첨탑이다. 미스터 포터를 진짜 대단하게 만든 건 끔찍할 정도로 빠른 배송이나 값비싼 물건 가격 때문이 아니다. 패션 아이템 자체를 문화 콘텐츠로 만들었고, 그 콘텐츠들의 집합은 남성 패션을 위한 깨끗하고 확실한 기준이 되었다. 고상한 수트와 초현대적인 디자인이 절묘하게 뒤섞이고, 약속된 아름다움이 홈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이 중심엔 바이어 사이먼 스피테리가 있다. 뭘 사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여기 청량한 대답이 있다.
지금 뭘 입고 있나? 지방시의 패치워크 데님 재킷, 톰 브라운의 브로그, 생 로랑의 스트라이프 티셔츠, 드리스 반 노튼의 테이퍼드 울 팬츠, 액세서리는 발렌티노의 가죽 팔찌, 멀버리의 가죽 여행 가방. 캐주얼한 옷과 정중한 옷을 섞어 입되, 말쑥하게 보이는 걸 좋아한다. 고객과 미팅을 할 때나 딸을 축구 게임에 데려다 줄 때나 마찬가지다.
그 큰 여행 가방엔 뭐가 들었나? 홀드-올 백이라 부르는데, 나이키 플라이니트 러닝화와 체육관에서 입을 옷이 들어 있다. 그 옆엔 올리버 피플스 선글라스, 뭐든 적기 위한 스마이슨 노트가 있다.
미스터 포터에 끌어들인 새로운 브랜드가 있나? 작년에 톰 포드 판매를 시작한 이후 톰 포드의 벨트, 타이, 가방, 작은 팔찌가 놀라울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톰 포드는 이미 미스터 포터에서 세 번째로 매출이 높은 단일 브랜드가 되었다. 최근엔 새로운 고급 여행 가방 브랜드인 파브리카 펠레테리에의 ‘뱅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브랜드나 데뷔를 앞둔 브랜드가 있나? 이달엔 기능적인 액세서리 브랜드 ‘디스 이즈 그라운드’와 가정용품으로 유명한 체데스 밀라노를 론칭한다. 미스터 포터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는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미스터 포터가 액세서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 아니면 뭔가를 진짜 잘한다던가. 그게 뭐든 ‘하나’는 확실해서 어떤 브랜드보다 뛰어난 브랜드라면 먼저 말을 건다.
잠재력 있는 브랜드를 찾아 거대한 성공을 꿈꾸는 편인가? 아니면 역사가 있지만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가능성이 충분한 브랜드를 공략하는 건가? 둘 다. 브랜드 간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기반이 단단한 브랜드와 가깝게 지내고, 새로운 브랜드는 미스터 포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소개하며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최근엔 솔리드 옴므 판매를 시작했다. 우영미와도 미스터 포터만을 위한 캡슐 컬렉션을 만들었다. 사실 미스터 포터에 새로 들여오는 브랜드가 전체 매출의 14퍼센트를 차지한다. 미스터 포터의 고객은 준비된 모험가들이다.
바이어로 일하며 개인적인 취향과 대중을 위한 취향을 구분하는 편인가? 패션 산업은 폭풍이 몰아치는 공항처럼 북적인다.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무장해야겠지만 거대한 흐름 안에서 호흡하는 게 중요하다. 미스터 포터는 미학적 관점과 대중의 요구 사이에서 춤을 춘다. 균형이 중요하다.
시계를 처음 구입하는 남자에게 뚜렷한 지표가 있는 것처럼, 좋은 출발점이 될 만한 가죽 제품이 있을까? 세련되고 지적인 남자의 옷장은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야 한다. 가죽 제품을 구입한다는 건 어떤 약속이니까. 나이와 상관없이 추천해주고 싶은 제품들이 있다. 멀버리 엘킹턴 가죽 브리프 케이스는 남자의 경력을 위한 강인한 조력자가 될 거다. 톰 브라운 윙팁 브로그와 J.M.웨스턴 로퍼는 어떤 테일러링 수트를 입든 실패할 리 없다. 전통적인 벨루티 지갑, 보테가 베테타의 위빙 가죽 지갑은 몇십 년은 끄떡없을 것이다. 모든 가죽 액세서리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시놀라에서 만든 가죽 케어 키트도 꼭 추천하고 싶다.
패션 액세서리 중 가장 많은 건 뭔가? 선글라스. 진짜 많다. 누구나 3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에디터
- 박나나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MR PORTER
- 일러스트레이터
- 조성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