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름을 오랫동안 잘 지키면 제게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았어요. 주위에서 좋게 봐주시니까 더 잘하려는 것도 있었고요. 이 이름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줬어요.”
6년 전 < GQ >에서 ‘21세기 소년들’이라는 인터뷰 화보를 찍으면서 만났었죠. ‘온유’라는 이름에 대해 말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고요. 그 이름에 걸맞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옛날이든 지금이든 저와 잘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다방면으로 활동도 많았고, 성대 폴립 수술, 얼마 전의 발목 부상 등 부침도 있었잖아요. 그걸 생각해도요? 이름 덕에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연습을 좀 덜 한다든지, 사소하게 뭔가 잘못하고 있을 때 바로잡을 수 있었죠. 이 이름이 좋았고, 지키고 싶었어요.
얼마 전 콘서트에서는 어떻게 된 거예요? 제자리에서 점프하다가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가는 부분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풀렸죠. 구두를 신고 있다 보니 꽤 심하게 발목이 꺾였고요. 일단 앉은 채로 제 파트를 부르고 나니까 아픔이 밀려오더라고요. 아,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상태에서 마지막 곡을 불렀죠? ‘Everybody’는 다섯 명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곡이었어요. 꼭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신발 신은 채로 붕대로 꽁꽁 싸매고 올라갔어요. 한 발로 디디면서 천천히 걸어갔더니 태민이가 절 붙잡고 “괜찮은 거지?” 하더라고요. 원래 제가 입구 반대편 쪽에 서는 거였는데 태민이가 “형 여기 있어, 내가 갈게” 하면서 갔고요. 거기서 한 번 울컥. 키, 종현, 민호가 괜찮냐고 물어오는데 그때마다 울컥. 마지막에 파이팅하는 듯한 동작은 준비된 게 아니었어요. 그 순간 나온 거예요. 제가 다 망친 것 같아서 제 자신에게 화가 났고, 관객들, 스태프들, 멤버들에게 미안했는데, 그 무대를 하고 나니까 분함, 억울함, 미안함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오히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태어나도 샤이니 할 거냐는 질문에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 멤버면 할 거라고 전원이 대답한 적이 있거든요. 갑자기 그게 생각났어요.
스스로 눈물이 없다고 말한 것치고는 눈물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너무 많지 않나요? 드라마 < 태양의 후예 >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도 눈물 연기였잖아요. 글쎄요, 그때그때 제 생각을 내뱉은 거니까, 꼭 그렇진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연기는 좀 달라요. 전 정말 누구 하나를 잃었다는 생각으로 울거든요.
눈물 연기를 할 때 보통 연기자들은 지금까지 겪은 슬픈 일을 떠올린다고 하잖아요. 온유 씨도 그런가요? 딱히 그런 게 있다기보다 그 상황에 빠져들어요. 드라마 < 태양의 후예 >의 이치훈이라면, 현장에서 실려 나오는 사람들을 진짜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려내야 한다, 누군가에게 엄청나게 소중한 이 사람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몰입하려고 해요.
현장에 충실한 타입이죠? 네, 계획은 진짜 못 짜요. 정말, 자부할 수 있어요. 하하.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잖아요? 기대하다 보면 여러 가지 길도 모색해볼 테고. 뭘 정해놓고 파지 않아요. 저는 그냥 주어지는 상황에서 재밌게 하고 싶거든요. 어떻게 보면 우유부단한 거죠. 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드라마라면 종일 그 대본만 보고 그 생각만 해요. 대본 전체를 2~3일에 한 번씩 1부부터 16부까지 계속 다시 읽고요. 전체를 파악하고 정립해나가려고요. 리허설과 다른 상황, 새로운 현장이 많으니까 제가 준비할 수 있는 건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최대한 생각해놓는 거예요. 그렇게 연습하다 보면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와 호흡하면서 제 안의 뭔가가 나와요.
그런 성향 덕분에 각각 매우 다른 성격의 일을 다 잘 소화해온 것 같아요. 식탐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일하면서 제대로 먹고살기 힘들죠? 한번 먹기 시작하면 저조차도 어떡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먹어요. 화면에 통통하게 나오는 건 싫으니까 스케쥴 잡히면 안 먹는데, 스케줄 없을 때는…. 아, 드라마 촬영은 제때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더라고요.
참 긍정적인 사람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화가 나니까요.
화가 나다니요? 누가 옆에서 짜증 내는 걸 보는 게 정말 싫어요. 한 사람으로 인해 전체 분위기가 흐려지는 거잖아요. 왜 내 잘못도 아닌데 나까지 이렇게 축 처져야 하나 싶어요. 그래서 전 화를 안 내요. 바쁘고 정신없을 때 살짝 짜증을 낸 적은 몇 번 있는데, 아차 싶어서 바로 사과했어요.
사람이 항상 좋을 수는 없잖아요. 좋아야 좋은 거니까요.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이 좋은 게 저한테는 중요해요.
항상 좋다면 물론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런가요. 현실적으로는 화를 내더라도 어떻게 잘 낼 것인가가 더 중요하잖아요. 만약 제가 화를 냈다면 그건 정말 뭔가가 쏟아져 나온 경우예요. 그럴 때 말고는 화가 나도 당시에는 얘기를 안 해요. 그 한순간만 지나가면 제가 먼저 다가가서 미안하다고 할 수 있으니까. 그 순간만 잘 피하면 돼요.
온유 씨의 화 잘 내는 방법이네요. 아, 그렇죠.
곧 나올 앨범은 어떨지 힌트 좀 줄 수 있어요? 예전의 샤이니는 굉장히 도전적인 노래와 안무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쪽이었다면, 갈수록 여유롭고 가볍게 접근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컨템퍼러리 밴드니까요. 이번 곡은 친근한 것 같기도 하고, 이게 뭐지?, 할 것 같기도 해요. 근데 모르겠어요. 요즘 대중 분들이 뭘 좋아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컨템퍼러리 밴드라는 표현을 6년 전에도 들은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지금의 ‘컨템퍼러리’는 각각 수많은 정의가 있잖아요. 그래서 진짜 모르겠어요. 이런 게 될까?, 싶은 노래가 되기도 하잖아요.
노래가 여유로워진 만큼 샤이니에게도 여유가 생겼나요? 정말 많은 무대를 해봤으니까요. 경험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딱히 취미가 없다고 들었는데, 그 여유와 함께 취미는 안 생겼고요? 활동의 여유는 아니고 마음의 여유예요. 요즘은 작업실이 제 최대 관심사예요.
개인 작업실요? 네, 저 혼자 써요. 너무 좋아요. 숙소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거든요. 근데 전 준비 안 된 걸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싫어요. 혼자서 생각하고 연습하다 보니 음악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어요.
어떻게요? 이번 앨범은 이전 앨범이랑 조금 다를 것 같다고 감히 말씀드릴까 봐요. 옛날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연습하고 부른 것 같아요.
작업실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연습인가요? 노래 듣는 거요. 노래 켜놓고 커피 마시고, 노래 켜놓고 술 마시고, 노래 켜놓고 친구들 불러서 얘기하고. 가수가 직업이 되면서 노래를 잘 찾아 듣지 않았는데, 다시 이 노래 저 노래 찾아 듣게 됐어요.
성장 과정이라는 게 대개 비슷한데, 그게 아티스트라면 처음에는 무작정 좋아서 에너지만 믿고 덤비다가 차츰차츰 기술을 쌓으면서 숙련되고 마침내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걸 얻죠. 지금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내 것’이라고 단언할 만한 건 없어요.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여유가 생기면서 되게 편한 동작, 표정, 노래가 나올 때가 있는데 그때 ‘베스트’라고 느껴요. 여유를 부려봐야지, 이런 게 아니라 재밌게 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순간에 도달해요.
그 순간이 자주 찾아오나요? 가끔씩요. 하하. 옛날에는 정말 무대에 서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했는데, 이제는 모두가 즐겁게 뛰어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올라가요. 생각의 전환이 이루어졌달까요. 여전히 가슴은 터질 것 같지만 시작점이 좀 다른 거죠.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정말 무대에서 멤버 다섯이 한 마음이 됐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는 거예요. 얘네 정말 돈 거 아니야?, 싶다니까요.
기적 같은 순간이겠네요. 지금 나를 놔버리면 여기서 모든 걸 다 느낄 수 있겠구나 싶어요. 안 좋은 예지만, 이번 콘서트의 ‘Everybody’ 무대가 그랬어요. 제가 다쳐서 올라가 있으니까 다들 힘을 내서 어떻게든 받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악 문 것 같았어요. 저도 자극받아서 힘을 냈고요.
다리 다친 게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네요? 다리 다친 것 때문에 앨범 발매일까지 밀렸으니까 그렇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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