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한 번씩 재발매 음반을 낸다면 그것을 상술이라 폄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코드 시세야말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민감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니, 재발매의 당위를 따지는 데는 ‘지금 이 레코드의 가격이 얼마인가’를 따져보는 것만큼 정확한 일이 없다. 재발매는 기념의 뜻도 있지만, 비싸고 좋은 음반을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가져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니까. 크라우트 록으로 출발해 전자기타로 낼 수 있는 소리의 극한을 실험하는 독일 뮤지션 마뉴엘 괴칭의 < E2-E4 >가 25주년과 30주년에 이어 35주년을 맞아 다시 재발매된다.(믿음직한 음악 웹진 < FACT >는 이 음반을 80년대 전체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음반 4위로 뽑기도 했다.) 25주년과 30주년 당시엔 CD로만 발매했으니, 마뉴엘 괴칭의 레이블 MR.ART를 통한 LP 재발매는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공식 음반으로 범위를 줄이면, 현재 문제없이 평균 이상의 음질로 재생 가능한 < E2-E4 >의 웹 중고 최저가는 38파운드다. 약 5만 6천원. 그 또한 2004년 재발매작이며, 독일이 아닌 프랑스에서 나왔다. 곧 절반이 안 되는 가격으로, 원작자가 깊이 관여한 ‘오리지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9월 말 발매 예정. 더불어 지난 7월 재발매된 아서 베로카이의 음반 < Arthur Verocai > 또한 흡사한 맥락에서 그 옆에 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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