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이 쿼드러플 살코를 성공했다. 올 시즌 그는 진 적이 없다.
점프를 성공하자, 벌써 금메달을 딴 것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공중에서 네 바퀴를 회전하는 점프 중, 후진하며 스케이트의 왼발 안쪽 에지를 이용해 뛰는 쿼드러플 살코. 차준환은 프리 스케이팅을 ‘클린’으로 마쳤고, 쇼트 프로그램 점수를 합쳐 242.44점이라는 개인 최고점으로 우승했다. 2001년생, 아직 주니어 레벨인 선수의 국내 시니어 대회(2016 피겨 랭킹전) 우승.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주니어 그랑프리 남자 싱글 역대 최고점인 239.47점 또한 차준환의 것이다. 올해 처음 세계 주니어 그랑프리 무대에 등장하더니,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3차 대회와 7차 대회를 휩쓸었고, 지금은 캐나다에서 12월 초에 열릴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휘와 데이비드 윌슨의 안무와 함께.
“엄마가 요즘 저보고 부쩍 사춘기래요.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랑 달리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게 열여섯 살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잖아요. 한창 자랄 나이기도 하고.” 자라는 나이. 휘문중학교 3학년, 차준환은 자란다. 키는 언제 저렇게 컸지, 팔다리가 원래 이렇게 길었나? 그저 사춘기 소년의 몸이라기엔 도드라지는 균형과 비례. “캐나다에 있을 땐 몰라요. 근데 저번에 한국 와서 아빠랑 키를 재보니까 비슷하던데요?” 그런 신체적 성장과 함께, 차준환은 누구보다 빠르게 배운다. 트리플 악셀을 안정적으로 성공시킨 것이 불과 지난 시즌이었는데, 이제는 쿼드러플 살코를 실전에서 가산점까지 받으면서 뛴다. “성공률은 90퍼센트 정도인 것 같아요. 점프 가르쳐주시는 지슬란 코치님도 그렇게 얘기해요. 지적받은 부분을 똑바로 수정한 뒤, ‘굿 잡’이라는 칭찬 들을 때 제일 기분 좋아요.”
모범생 같은 말. 일취월장한 차준환은 올 시즌(2016~2017) 출전한 대회에서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꽉 짜인 쇼트 프로그램보다 프리 스케이팅에서 특히 압도적이었다. “차준환 선수의 선이 여성 선수들만큼 곱습니다.” 지난 피겨 랭킹전 프리 스케이팅 중계 중, 캐스터가 감탄하듯 내뱉은 말. 그것이 과연 특별하게 아름답다는 뜻의 투박한 표현이었을지언정, 차준환은 다시 빈틈없는 연습장을 꺼내 보이는 듯한 대답을 할 뿐이었다. “처음 토론토에 왔을 때, 점프보다 스케이팅 스킬을 집중적으로 훈련했어요. 한국에 있을 때랑 다른 방식이라 갸우뚱했지만, 잘 따라가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저는요, 표현력도 배우면 늘 수 있다고 생각해요. 표정 연기도 꾸준히 지도받고 있어요. 정말 타고나지 않은 이상은, 연습해야 돼요. 조금만 게을러도 티 나요.”
반복의 결실로서,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이야말로 차준환의 진짜 무대일 것이다. “우승보다 클린 연기를 해냈을 때가 더 기뻐요. 우승은 제가 조금 실수해도 할 수 있지만, 클린 연기는 조그만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거잖아요. 평창 올림픽이요? 사실 먼 목표를 세워두는 성격이 아니에요. 미래의 등수나 점수보단 동작 하나 제대로 완성하는 게 더 중요해요.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대회랑.” 곧 차준환이 빙판을 박차고 나간다. 평창 유망주가 아닌, 올해의 도약만으로도 얼음처럼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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