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달린 여자와 염소 뿔의 남자가 나오는 시작. 천계의 이야기인가 싶다. 그런데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CRT 모니터 머리의 남녀가 섹스 중이다. 은하계가 배경이다. 우주 서사라고 해서 딱히 상상 가능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그걸 쓰는 사람은 인간이고, 대개 당대의 상식선을 넘지 않았다. 인간적인 우주 서사랄까. 하지만 <사가>는 그 ‘선’을 파괴한다. 이 끔찍하게 기상천외한 이야기는 <Y: 더 라스트맨>, TV 시리즈 <로스트>의 작가 브라이언 K. 본과 <미스터리 소사이어티>의 화가 피오나 스테이플스가 만들었다. 아기를 낳는 중이면서 “나 똥 싸고 있어?”라고 묻는 알라나가 등장하는 <사가>의 첫 번째 방백은 마치 그들의 창작론처럼 들린다. “이게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방식이다.”
- 에디터
- 정우영
- 포토그래퍼
- 이현석